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오는 13일까지 열리고 있는,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회화 작품인 반구대 바위그림 전시회를 탐방했습니다. 사진작가인 백성욱 의학박사의 '암각화, 신화의 물길 따라'를 포스팅합니다.

2017년 프랑스 문화원에서 '트라우마'개인전 개최를 비롯한 '한실', '반구대 암각화' 등 개인 전시회를 열었던 작가는 현재 부산 국제사진전 조직 위원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일 사진 전시회 개막식과 함께 작가와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울산에서 가장 오지인 반구대 한실 마을 출신인 백성욱 사진작가는 현재 부산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1965년 사연댐이 들어서면서 88가구 한실이 수몰되어 작가는 고향을 떠나게 됩니다. 현재 15여 가구가 한실 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작가는 실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립을 견뎌온 한실 사람들의 생활을 조명하고 천혜의 자연과 반구대 암각화의 전설을 사진에 담아 기록으로 남기고자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인사말과 작가 사인회를 열었습니다.

전시회 탐방은 대곡천을 감상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965년 사연댐 축조로 수몰된 대곡천의 사진은 빼어난 자연 풍경이었지만 백성욱 작가에게는 향수가 가득한 그리움의 표현이었습니다. 반곡천이 원래 이름이며 일제강점기에 대곡천으로 개명했습니다.

작가는 사진의 주제를 '그리운 한실'이라 했습니다. 아늑한 기억을 더듬어 찾아낸 향수의 흔적이 검정 고무신에 덧칠되었지 싶습니다.

반구대 상류에 있는 선사부터 신라까지 시대상을 종합한 국보 제147호 천전리 각석 앞 대곡천 사진입니다. 신라의 명문이 있기 때문에 각석이라 부릅니다. 55년 전 X-mas 이브 날, 선물처럼 발견된 각석 사진이 신성한 제단 같습니다.

수천 년을 건너온 기마행렬도, 망루, 용, 돛단배 세선화가 압권이다. 신에게 바칠 사슴도 덧 새겼습니다. 태양 등 종교 대상으로 그린 동심원, 마름모, 물결 문양이 어떤 암호나 부적 같습니다.

800자 명문은 도읍지 경주에서 나들이 온 왕족, 화랑들이 남긴 방명록입니다. 원래 글씨인 원명은 법흥왕 동생 갈문왕과 사촌 누이의 로맨스입니다. 14년 후 쓴 추문은 죽은 갈문왕의 부인과 후에 진흥왕이 된 아들 일행의 방문 기록입니다.

겹치거나 훼손하지 않고 이름이나 소망을 담아 바위를 신성시했던 관념이 햇빛에 반짝여 윤슬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대곡천의 풍경을 작가는 포착했습니다.

대곡천변 너럭바위가 군데군데 파여 있습니다. 신화 같은 131개 공룡발자국 화석이 1억 년 전의 역사를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공룡시대에 울산은 아열대 기후이고 하천을 낀 평야여서 초식공룡들의 집단 서식지였습니다.

발자국 화석은 크기 24~80cm로 중대형 공룡들이 무리 지어 서식했음을 암시해 줍니다. 지각변동으로 공룡발자국은 물에 잠겼다가 다시 대륙으로 바뀌어 화석이 드러났습니다. 4년 전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서 발견된 ‘울산 엔시스’가 울산이 공룡 서식지였음을 뒷받침해 줍니다.

작가는 '50년을 물속에서 견딘 나무'라 표현했습니다. 카메라 엥글에 포착된 하나의 물상이 과거의 추억과 스토리텔링을 물결처럼 소환하고 있습니다. 그림 같은 향수가 진하게 몰려와 관람하는 나의 고향과 향수를 더불어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연댐 수몰로 고향을 등졌던 작가의 카메라에 포착된 물상마다 반짝이는 잔물과 안개와 바람이 조언하며 잊지 못할 향수를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그림 속의 아름다움은 백성욱 작가처럼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감히 느낄 수 없는 그리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구산 자락에 솟은 절벽이 엎드린 거북 형상인 반구대 사진이 압권입니다. 반구대라는 이름을 낳은 반구산의 형상입니다. 그 앞에는 대곡천이 우렁우렁 흘러 태화강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보면 볼수록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반구대의 풍경 사진이 호강을 누리게 합니다.

반구천 절벽에 새긴 반구(盤龜) 음각이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반구천이 산자락 똬리를 틀어 곡류하는 S자 물돌은 진경산수화입니다. 닳아버린 세월의 흔적이 역사의 환상을 어른거리게 합니다.

'친원배명'에 반대해 언양 인근에 9개월 유배된 정몽주, 경상 관찰사로 선정한 이언적, 반구대에 정착하려 한 정구 선생이 놀았던 곳입니다.

맑음을 모은다는 집청정 사진입니다. 경주 최씨 문중 정각이 고즈넉하게 반겨 줍니다. 그 옛날 반구대 승경(勝景)을 찾아 온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머물며 시를 읊고 여흥을 즐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청류헌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반구대의 승경은 시름을 잊게 해 주는 곳이었습니다.

50년 넘게 갇혀 있는 사연호 풍경입니다. 일렁이는 잔물결만큼이나 흘러가 세월을 새겨 놓은 듯한 사진입니다. 작가의 향수와 그리움 그리고 진한 추억들이 물결에 빛나고 있나 봅니다.

한쪽에는 눈꽃이 피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안개가 자욱한 강가에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가 그리움의 풍경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천혜의 자연이 숨 쉬는 반구대 한실 마을에 아름답게 피어나 실향의 아픔을 달래주고 있다는 작가의 포착이 부럽습니다.

작가는 선사인들의 생활이자 염원이고 종교의 대상인 암각화를 근접 촬영하여 역사의 예술과 삶을 사진으로 재현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암각화, 신화의 물결 따라 코너입니다. 7천여 전 누군가가 바위에 선명하게 새겨 놓은 신령한 인물상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 시대에 바위에 새긴 세계적인 회화 그림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1995년 국보 285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 중인 문화재입니다.

발견 51주년을 맞은 명승 반구대 암각화 사진입니다. 51년 전 ‘바위에 호랑이 그림이 있다’는 주민 제보로 동국대에서 발견한 암각화입니다.

뒤늦게 발견했지만 높이 60m 사연댐 축조로 해발 53m 암각화는 현재도 연중 40여 일간 57년간 잠기고 있습니다. 급기야 풍화 퇴적 4.5 단계까지 훼손된 암각화는 금 가고 떨어지고 닳아서 보호 조치를 해야 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작가는 금이 가거나 갈라진 부분을 연결하여 독립된 6개의 면으로 분리하여 작품화했습니다. 그리고 6개 면을 재결합하여 하나의 암각화로 재현했습니다. 작가의 의도는 현재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암각화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암각화의 보존을 사진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냥으로 생활했던 선사시대에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쪼거나 긁어 남긴 바위그림이 사진으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인류의 공통언어인 문양으로 삶과 염원을 기록한 역사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위그림 속에는 7종류의 고래가 그려져 있습니다. 바위에 그림을 새긴 이유는 샤머니즘적 회화로 풍성과 다산 염원의 주술적 믿음, 기복(祈福)의 영적 믿음, 선사인의 삶의 방식과 정신세계의 표현이라 일갈하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주목한 것은 고래와 호랑이 바위그림이 다수였습니다. 어쩌면 그 시대의 사회 분위기를 연상하게 해 주는 대목입니다.

고래 57점과 호랑이 22여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수천 년 세월을 건너온 문양이 아주 오래된 인류 역사를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선사인은 오랜 세월 동안 너비 8m, 높이 3m 판판한 수직 바위에 수천 년에 걸쳐서 주술적 믿음을 바위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나팔 부는 사람, 거북, 우리에 갇힌 맹수, 무당, 사슴, 작살, 고래, 동심원, 기하 문양 등 300여 점을 새겼습니다.

특히 교미하는 멧돼지, 새끼 밴 사슴과 고래, 사람 성기 문양은 다산을 기원했던 물상들입니다. 역사학자들은 바위그림을 의식용, 교육용, 예술 의지, 기록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성욱 작가는 암각화에서 800여 미터 떨어진 대곡천 하류 한실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사연댐 수몰로 부산으로 이주해 그리워했던 고향의 서정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는 스케이트를 타차고 암각화를 만졌던 추억을 이야기했습니다.

고향 한실 마을의 수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한 작가는 이를 작품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작품 활동에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그가 자란 고향에 대한 사랑으로 2011년부터 매년 산골영화제를 열고 있다고 합니다.

전시회는 울산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실에서 3월 13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문화유산 반구대 암각화와 함께 해 보는 시간을 향유해 보시기 바랍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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