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에도 다시 찾고 싶은 곳 ‘포천아트밸리’

여름의 싱그러움에도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않고 가을의 붉은 단풍에도 그러하지만, 봄날처럼 아련하지는 않다. 그렇다 봄은 그렇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래서 더 두 손으로 꼭 움켜쥐고 싶은 그런 계절이다.

모처럼 하늘은 맑고 공기는 깃털처럼 가볍다. 봄의 불청객 황사도 없다. 집에 있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날이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도 마치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흔쾌히 나들이 제안에 응하셨다. 목적지는 포천 아트밸리다. 벌써 여러 차례 다녀온 곳이었다. 그럼에도 또 이곳을 목적지로 선정한 것은 얼마 전 엄마가 아트밸리에 다시 한번 가 보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때 차들이 하도 많아서 주차장에 차 댈 곳도 없어서 고생했잖니?” 팔순이 넘은 어머니는 당신이 가보고 싶은 곳을 장소의 제대로 된 이름이 아닌 차 댈 곳이 없어 곤혹스러웠던 에피소드로 기억하고 계셨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곳을 다시 가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작은 바램을 나는 이 봄에 꼭 들어드리고 싶었다. 아직 어머니가 당신의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

ⓒ시민기자 변영숙

연둣빛 신록이 우거지고 붉은색 영산홍으로 물든 아트밸리는 아름답고 싱그러웠다.

“여기가 그때 거기야? 많이 달라졌네…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러네…”

어머니는 연신 당신의 기억 속에 아트밸리와 눈앞에 펼쳐지는 아트밸리를 실시간으로 비교하셨다. 아니 당신의 모습을 비교하셨다.

“그때는 이거 타고 올라가서 걸어 내려왔지?”

맹꽁이 열차 안에서 내게 물었다. 그랬다. 그리고 지금 어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계셨다. 10년 전에는 지팡이 없이도 천주산 전망대를 오르고 다시 내려오셨는데…

ⓒ시민기자 변영숙

“물이 참 맑다. 여기 물고기도 있네? 그때는 물고기가 없었는데… 송사리도 있네?”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반가움과 가득했다. 한참을 호숫물 속의 물고기를 내려다보며 즐거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찔끔 눈물이 났다. 천주호의 에메랄드빛 물빛에 어른거리는 연분홍빛 모자와 스카프를 두른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고와서 눈물이 났다.

ⓒ시민기자 변영숙

잠시 자작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쉬었다 가기로 했다. “참 좋다. 지난번에는 저 계단으로 해서 한 바퀴 돌아 내려갔었는데. 그때만 해도 잘 걸어 다녔는데…그게 벌써 10년 전이라니….” 어머니의 표정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이 보였다.

그때 단체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조용했던 아트밸리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지만 그마저도 유쾌하게 들렸다. 방문객들 가운데 가끔 어머니 연배쯤 되어 보이시는 분들도 눈에 띄었다. 단체로 오신 분들도 있었고 내외끼리 나들이를 나온 분들도 있었다. 보기 좋았다.

ⓒ시민기자 변영숙

“저 맹꽁이 차가 없었다면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오기 힘들었을 텐데… 누구 아이디어인지 참 잘 만들었다. 그 덕에 우리도 이렇게 구경할 수 있고.”

어머니 말씀이 전적으로 옳았다. 왕복 요금 5천 원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맹꽁이 덕에 어머니 같은 나이 드신 분들도 천주호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시민기자 변영숙

곳곳에 계단과 나란히 무장애길이 조성되어 있어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에게는 여간 유용한 것이 아니다.

포천 아트밸리는 쓸모없이 버려졌던 채석장이 ‘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포천의 대표적인 명소로, 천주호, 천문과학관(무료), 조각공원, 공연장 등이 있다. 도시 재생 및 리사이클링 사업의 성공한 사례로 인정받아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이나 관련자들도 사례 연구차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