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의 역사를 품은 제주는

신화와 전설의 고장인데요.

'설문대할망'을 비롯한 창조 신화부터

'본풀이'라 불리는 수많은 신화적 설화들까지

다양한 신화가 존재합니다.

특히 '본풀이 신화'가 제주 신화의 핵심인데,

무속 의식(굿)에서 전해지는 신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여러 제주 신화의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

바로 제주신화역사 공원 내에 위치한

제주신화전설탐방로 신나락만나락입니다.

신나락만나락이란 말은,

'신과 인간이 만나 함께 즐거워한다'라는

뜻이라고 해요.

신나락만나락은

제주신화월드, 항공우주박물관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입장료도 무료고,

주차요금도 무료인데요.

다만,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지 않아,

용무가 급한 분들은

맞은편 제주 우주항공 박물관 내

화장실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제주신화 전설 탐방로를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둘레길 따라 한 바퀴 다 돌 때는

약 1시간가량(2.3km)인데,

중산간 길이나 가족길 같은 코스는

30분이면 충분합니다.

당일 일정에 맞춰 코스를 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 만나볼 신화는

탐라 건국신화(삼성신화)입니다.

한라산의 모흥혈에서 솟아난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라는 세 신인이

바다 건너에서 온 세 공주와 혼인하여

탐라를 건국하였다는 이야기인데요.

탐라 건국신화는 제주도 유일의 문헌신화라고 합니다.

이들 세 신인과 세 공주가

만나서 혼인을 치른 곳이 바로,

동쪽 끝에 위치한 '혼인지'라는 곳입니다.

지금 시기에 수국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으로 유명하니,

수국 구경하고 싶은 분들은 '혼인지'에도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로 만나볼 신화는 '하로산또와 김통정'입니다.

위 조형물은 하로산또가

김통정의 갑옷을 뚫고 칼을 꽂는 것을 형상화한 것인데요.

하로산또는 한라산신이고,

김통정은 삼별초 장군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원나라에 굴복한 고려에 저항해,

제주도로 내려와

몽골과 고려의 연합군에 맞서 저항한 군대가

바로 삼별초인데요.

그런 삼별초의 장군을,

한라산신이 공격했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데요.

신화를 자세히 읽어 보니,

삼별초가 제주로 내려와

몽골과 고려의 연합군과 전투한 2년 동안

제주도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했었다고 해요.

지금이야, 서울이나 제주나

같은 한민족이란 개념이 뚜렷한데,

당시 제주 백성들에게는

김통정도 자기들 땅을 침범한

수많은 침략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 만나볼 제주신화는 '영등할망'입니다.

영등할망은 바람의 신이라고 해요.

음력 2월 1일에 제주로 들어와서,

2월 15일에 다시 나간다고 합니다.

해산물의 씨앗을 뿌려주며,

생업의 풍요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신이라고 하는데요.

저 조형물은

영등할망의 치맛자락을 주제로

바람 신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요.

네 번째로 만나볼 제주 신화는

'풍수사 고종달'과 관련이 있는

한라산 수호신 이야기입니다.

풍수사란, 풍수지리 전문가를 뜻하는 말로,

제주도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을 안

중국의 호종단(고종달)이,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제주도의 지맥과 수맥을 모두 끊어 버렸다고 해요.

그러고 나서, 다시 배를 타고 중국으로 돌아가는데,

이를 안 한라산의 수호신이

매로 변하여 배를 쫓은 뒤,

갑자기 폭풍을 일으켜

차귀도 인근에서

배를 침몰시켰다고 합니다.

저 조형물은 매로 변한 한라산 수호신이

창을 든 고종달을 발로 밟는 것 같은 모습인 것입니다.

다섯 번째로 소개해 드릴 신화는 '오찰방'입니다.

오찰방신은

하늘과 땅의 다섯 방위를 수호하는 신들이라고 합니다.

동, 서, 남, 북, 중앙 다섯 방위를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하는 신들인데,

특히 잡귀나 재앙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수호신으로 믿었다고 해요.

여섯 번째 신화는 '산방덕과 고성목' 이야기입니다.

산방덕과 고성목 이야기는

서귀포 산방산과 연관이 있는 신화인데요.

아리따운 선녀 산방덕과

그의 연인 고성목을,

고을 사또가 질투해

악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이에 산방덕은

못다 이룬 사랑의 아픔을 안은 채 바위굴이 되었다고 해요.

일곱 번째로 소개해 드릴 본풀이 신화는,

'서귀본향당본풀이'입니다.

서귀 본향당 본풀이란, 서귀포 지역에 내려오는

마을 수호신 본풀이 신화인데요.

옥황상제에게 세 딸이 있었고,

그중 막내였던 옹주가 이곳 서귀포로 내려와

서귀 본향당의 수호신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 조형물은 옹주의 사랑 이야기를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해요.

여덟 번째로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감목관 김만일'입니다.

그런데, 김만일은 신화라고 하기에는

그 시기가 너무 현대와 가까운데요.

바로, 조선 후기 숙종 때 공신 이야기입니다.

현마 공신이란,

말을 바쳐 공신이 되었다는 뜻인데요.

17세기 중반,

조선은 병자호란 등 여러 국난으로 인해

군마(軍馬)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제주 출신 김만일이,

본인이 자비로 키우던 말을

천여 필 이상 나라에 헌납했다고 해요.

이를 통해 김만일은 '헌마공신'이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서귀포시 서성로 919에는

헌마공신 김만일 기념관이 있습니다.

아홉 번째로 소개해 드릴 신화는 '토산웃당 본풀이'입니다.

동해 용왕의 딸이

제주의 신인 바람웃도와 혼인해

일뤳당신인 일뤠할망이 되기까지의 사연을 담은 이야기인데요.

일뤳당은 젖먹이에서 열다섯 살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을 보살피는 신당이라고 합니다.

아이를 낳고 별 탈 없이 기르며,

화산섬의 풍토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소망이 깃든 곳이라고 합니다.

열 번째 신화는 '용궁올레'입니다.

"용궁을 넘보는 자 칼선다리에 막히리라."

사람이 가서는 안 되는 곳인 용궁으로 들어갔던 송 씨 해녀로 인해,

용왕은 바다의 왕국을 영원히 갈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열한 번째 신화는 '궤네깃당 본풀이'입니다.

금방이라도 집어던질 듯

왼손으로 돼지를 들고 있는 신의 행동이

무엇 때문인지 궁금한데,

이야기를 적어 놓은 안내판 글씨가 다 지워져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었어요.

열두 번째 신화는 '신촌리 일렛당 본풀이'입니다.

고동지 영감이 낚시를 하다가 우연히 석상을 얻은 뒤,

이를 미륵 조상으로 여겨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일렛당에서 모셨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 마을 사람들이

돌담 곳곳에 크고 작은 미럭의 얼굴을 새겼다고 합니다.

신촌리 일렛당 본풀이까지 보고 나면

다시 처음 출발했던 주차장 입구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탐방로 둘레길이 아닌

중앙을 관통하는 탐방로에 위치해 있어

못 본 신화가 두 개 있습니다.

바로 설문대할망과 이공본풀이인데요.

그중 설문대할망은

제주도 탄생신화와 연관이 있는 이야기라

꼭 보고 싶어 추가로 가 보았습니다.

탐방로 정중앙 길로 가면

설문대할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설문대할망 조형물입니다.

우선 정중앙에 위치한 나무는

천지왕 본풀이와 관련된 조형물인데요.

대별왕과 소별왕이 하늘의 천지왕을 찾아

박나무를 타고 올라가

두 개의 해와 달을 활로 쏘아

각각 하나씩 조정하는 모습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저 이야기대로 하면,

옛날에는

해와 달이 각각 두 개씩 있었나 봐요.

나무 조형물 옆에는 제주도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데요.

바다(땅) 속에서 손 하나가 나와,

한라산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설문대할망은

한라산과 오름 등 제주의 지형을 만든 거대 여신이라고 하는데요.

너무 거대한 여신이라,

전신을 다 표현 못 하고 저렇게 손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제주신화역사탐방로를 걸으면서 좋았던 점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제주도의 다양한 신화를 배워볼 수 있었다는 것과,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화순 곶자왈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셨다는 점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조형물을 만든지 좀 오래돼서인 지,

몇몇 신화 이야기 글씨가

빛이 바래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신화역사탐방로를 방문할 여행객들을 위해

그런 표지판은 교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도 기회 되시면,

제주신화 전설 탐방로를 꼭 한 번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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