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인터뷰> 학도병 1기로 6.25 전쟁 나선 김태수 참전용사
[6월 소식] #대전서구 #대전서구소식 #6월소식
글 배다솜 사진 한상훈
학도병 1기로 6.25 전쟁 참전 월남전까지 치른 김태수 참전용사
6.25전쟁 74주년이다. 한 나라가 둘로 나뉘어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눴던 그날. 반세기가 훌쩍 넘었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우리의 삶에 남아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구 소식」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조국을 위한 헌신을 몸소 실천했던 6.25 참전용사를 만났다.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회 대전서구지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수(94) 지회장에게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주도 학도병 1기… 교복 땅에 묻고 군복 입어
“1950년, 고등학교 졸업을 넉 달 남짓 남겨놓았을 때였어. 학교에 가니 인민군이 대구 가까이 진격했다면서 학도병을 모집하더라고. 나를 포함한 80여 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고, 부모님께 인사드릴 새도 없이 부산항으로 가는 배를 탔지.”
6.25전쟁 발발 당시 18세 소년이었던 김태수 지회장은 제주도 학도병 1기로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3년간 총과 포탄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쟁이 제대로 실감 나지도 않았던 어린 소년은 ‘망하기 직전인 우리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전쟁터로 갔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학교 교련시간에 배웠던 총 쥐는 방법과 3시간 동안 받은 사격 훈련이 전부였다.
“기차를 타고 경북 영천에 도착하자마자 교복이랑 책가방을 땅에 묻었어. 바로 전투복을 입고 총과 실탄을 받았지. 그때 심정이 잊혀지지가 않아. 땅을 파고 교복을 묻으면서 ‘난 이제 학생이 아니라 군인이다. 국가에 생명을 바치겠다’고 다짐했지.”
이후 그가 속한 부대는 송요찬 장군의 지휘 아래 지리산으로 진격했다. 인천상륙 작전으로 급하게 이북으로 되돌아가던 북한군의 뒤를 쫓아가며 끝없는 전투를 이어갔다. 한국군은 중동부전선을 맡아 현재 휴전선 부근인 강원도 인제군 원통 리에서 상근하며 북진했고, 미군은 서부전선을 맡아 개성까지 진격했다. 매일매일이 전투였다. 북한군과의 전쟁에 추위, 배고픔과의 전쟁도 생존을 위협해왔다. 살기 위해 딱딱하게 얼어버린 얼음덩어리 주먹밥을 먹고 버텼다.
생사 넘나든 김일성 별장 탈환 작전
치열한 전투와 정전 협상이 이어지고 있던 1953년 7월 24일. 김 지회장은 강원도 고성군 하진포에 있는 김일성 별장 탈환 작전에 투입됐다. 국군은 마지막 전투라는 생각으로 총공세에 나섰고, 인민군은 김일성의 별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임했다. 김 지회장은 이날의 전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던 날이었다.
“당시 인민군의 총은 한 번 쏘면 72발이 나가는 따발총이었고, 한국군은 100m 전방에서 쏘는 사격총이 었어. 근접작전에는 우리가 너무 불리했지. 별장을 탈환하기 위해 포복 자세로 접근하고 있는데 갑자기 포격이 쏟아지는 거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냥 막 총알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어.”
배수진을 치고 별장을 습격하던 우리 국군은 북한군의 기관총 공격에 큰 피해를 입었다. 그때 김 지회장은 바로 눈앞에 있던 바윗돌 뒤로 몸을 숨겼고,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목숨을 잃어가던 전우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밟힌다.
“바윗돌 뒤에서 총을 피하고 있는데 옆의 전우들이 총을 맞으며 죽어가고, 살려달라고 외쳤어. 손을 뻗어도 닿지를 않았어. 수도 없이 많은 청춘들이 쓰러져 갔어. 늘 전우들의 희생을 잊지 않으려고, 그들 몫까지 더 값지게 살려고 다짐해.”
결국 김일성 별장 탈환 작전은 승리했다. 김 지회장은 꼭 이 전투를 이겨 전우들의 시신을 수습하겠다는 마음으로 더 치열하게 전투에 임했다. 그는 지금도 그 바윗돌을 보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하진포 김일성 별장을 찾는다. 그 돌은 70여 년 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 돌을 보며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끼고, 나눔과 봉사의 삶에 대한 다짐도 하고 있다.
월남전, 끔찍했던 고엽제의 기억
전쟁 후의 삶에 대한 질문에 김 지회장은 ‘또 다른 전쟁’이라고 답했다. 6.25전쟁이 끝난 다음 해 장교 시험을 봤고,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그러던 중 월남전이 발발했고, 김 지회장은 6.25전쟁 경험이 있던 장교로서 우선 차출 대상이 되어 1965년 월남으로 갔다.
“월남전에선 150명으로 구성된 1개 중대를 지휘하고 있었어. 어느 날 밤 전투에서 700여 명의 적군이 우리를 에워쌌고 우린 전멸 상태에 놓여있었어. 죽기 직전에 사단사령부에서 보낸 헬리콥터가 와서 밤새 사격을 했어. 새벽에 나와보니 사람시체가 즐비하더라고. 그때 아끼던 부하들도 여럿 전사했지. 그날을 떠 올리면 그 친구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파.”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병사로, 또 지휘관으로 전쟁에 참여하며 수없이 많은 이별을 겪어온 그였다. 7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생생한 아픔으로 남아있다. 특히 월남전은 죽음의 그림자가 더욱 깊고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한 고엽제 때문이다.
“베트남은 수풀이 우거지니까 공격도 어렵고 적을 찾기도 힘들잖아. 그래서 미군이 헬기에 아주 독한 농약인 고엽제를 담아와서 막 뿌렸어. 한 20분만 지나면 우거진 밀림이 싹 다 말랐어. 그때 우리 국군은 그게 고엽제인 줄도 모르고 무방비하게 노출됐지. 하늘에서 비처럼 내려오니까 덥다며 그 물에 목욕을 한 사람도 있었어. 고엽제를 조금이라도 직접 맞은 사람은 다 일찍 세상을 떠났어.”
김 지회장은 다행히 간접적으로 고엽제의 영향을 받아 심각한 문제는 없었지만, 고엽제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손발에 기형이 생기고, 병이 커지고,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사람들이 기형아 자녀를 출산하기도 했다.
전쟁의 아픔과 역사, 후손이 기억해야
김 지회장은 현재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회 대전 서구지회장으로서 참전용사 복지와 보훈가족 지원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학교에 직접 찾아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전쟁의 과정과 실제 전쟁 현장의 참혹함을 알려 우리 국가와 조상이 겪어왔던 희생을 기억하고, 인류에 더 이상 참혹한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역사 속 산증인에게 듣는 역사 공부인 셈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쟁은 다른 세상 얘기 같지. 고등학생이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갔다는 게 믿기지가 않잖아.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돼요. 과거 속에서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지거든.”
전쟁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온 김 지회장은 고통스러웠던 그때를 일부러 잊으려 하지 않는다. 굳이 기억하고 곱씹는다. 자라나는 우리 후손이 다시는 그런 고통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과거를 더 많이 알리고,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한 몸 다 바치겠다는 의지가 꿋꿋하단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여러 번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끝이 찡해졌다. 담담하게 얘기하는 말투에서 그가 겪은 고뇌가 느껴졌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많은 희생과 헌신 위에 지어진 땅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보훈 가족 지원에 힘 쏟는 대전 서구
대전 서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의 헌신을 기억하고 이들이 더욱 예우 받을 수 있도록 보훈 가족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갈마동에 위치한 서구 보훈회관은 보훈가족의 복지증진을 위한 거점 역할은 물론, 안보 강의 등 주민들의 호국정신 함양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서구의 11개 보훈단체와 보훈회관에 대전 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3억 200만 원의 예산을 편성·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합당한 예우와 생활 안정을 위해 참전유공자 명예수당(월 15만 원), 참전유공자 배우자 수당(월 8만 원), 보훈예우수당(월 8만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추석부터는 명절에 국가보훈대상자 및 유족에게 감사와 위로의 뜻을 전하고자 위문(온누리 상품권 5만 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유공자에게 주차 시설 이용 편의를 제공하고자「대전광역시 서구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 조례(2024. 4. 8. 시행)」를 제정하여 복지증진과 일상 속 예우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구는 이외에도 국가유공자 복지와 호국·보훈정신 함양을 위한 행사 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위 블로그 발행글은
"대전광역시 서구청 소식지"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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