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겨울 여행지, 순창 10경 강천산 강천사 설경"

임인년 검은 호랑이해가 가고 계묘년 검은 토끼 해가 밝았습니다. 검은 토끼 기운을 따라서 굽이굽이 소와 담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순창의 진산 강천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강천사의 수행 같은 새해를 따라가봤습니다.

지난해 세밑 즈음에 내린 눈이 하얀 설경이 되어 강천사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는데요. 인기척이 잦은 곳은 사브작 사브작 눈이 녹아서 걷기 좋네요.

잠깐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유유자적 눈길을 헤치고 내려오는 묘연이 반갑습니다.

강천사에 터를 두고 사는 묘생인지 알 길은 없지만 하얀 설경 속 수묵화를 보는 듯 작은 호랑이 같은 고양이가 느긋하니 제길을 갑니다. 꾹꾹 발 도장 찍는 솜뭉치 발이 시리지 않는지 물어도 답이 없네요.

엄동설한 동장군이 지나가고 나니 병풍 폭포는 순간 얼음이 되어 장관입니다. 빙벽을 타고 흩뿌리듯 떨어지는 물줄기도 금세 살얼음으로 눈꽃이 돼 흩날리니 겨울은 겨울입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설경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워서 순간 멍 때리게 하는데요. 징검다리 위로 쌓인 눈을 지나 자울자울 동면에 들어 간 나무들의 시간도 고요하고 그 고요를 수백년 견뎌온 부도탑에도 정적만 흐릅니다.

저 멀리 강천사로 가는 일주문은 지난가을 단풍으로 사무쳤던 풍경을 뒤로하고 두툼한 백설기 모자를 썼는데요,

일주문을 사이에 두고 수북이 쌓인 눈이 잠깐 부렸던 욕심보도 내려놓게 합니다.

눈 속에 파묻힌 채 강천사 도량으로 들어가는 안양루가 보이는데요. 사천왕문 역할을 하는 안양루 위로 호탕한 팔작지붕이 하늘을 떠받들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엄청난 눈 폭풍으로 광주는 18년 만에 가장 큰 눈이 내렸다는데 순창도 매한가지인 듯합니다. 강천사 담장이 하얀 솜털 모자를 쓰고 긴 꼬리를 이어가는 설국열차를 닮아 한동안 바라보다 배시시 웃고 갑니다.

어디까지가 축대이고 눈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눈이 쌓여 사람 다니는 곳만 눈을 치웠네요. 그대로 두면 올 3월은 되어야 눈이 다 녹을 것 같은 풍경입니다.

한겨울 들새들의 먹이 창고가 돼주는 감나무가 휘영청 늘어졌는데요. 감나무 꼭대기에 달린 주홍색 감들이 홍시가 되어 그림 같습니다.

강천사는 사적기에 의하면 887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합니다. 고려 시대 들어 1316년 덕현이 12개 암자를 창건해 사세가 확장되었고 조선시대 1482년 신말주의 부인 설 씨가 중창에 큰 힘을 보탰다고 합니다.

1760년 옥천군지에 의하면 명적암 등 5개 암자가 있다고 전해지는데요. 그중 왕주암은 후삼국시대 왕건이 잠깐 유숙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버려 1604년 중창했고 이후 1855년 재건했지만, 한국전쟁 때 다시 불타버렸고 1959년부터 중창을 시작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강천사에는 문화재인 전각은 없고 대웅전 앞 삼층석탑이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답니다.

계묘년 새해를 맞이해서 마음도 다독일 겸 강천사 대웅전 법당에 들어가서 몸을 낫게 낮추어 삼배를 드려봅니다. 부처님의 미소는 언제나 온화하게 다가와서 마음보를 내려놓게 합니다.​​

설씨 부인 권선문 번역문비가 있네요. 신말주의 부인 설 씨가 강천사 중건을 위해 백성들에게 시주를 권선한 16폭의 문첩은 보물인데요. 현재 원본은 국립전주박물관에 있답니다.

발자국이 하나도 없는 하얀 눈밭에 뽀드득 뽀드득 발 도장을 찍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저만 그런가요? '누구나 걸은 길에 만족하지 말고 아무도 걷지 않은 길에 족적을 남기'라는 명언이 있듯이 저도 권선문까지 족적을 남겼답니다.

강천산에 깃든 식생들을 일깨울 범종의 청아한 울림이 들리는 듯합니다.

범종의 울림이 석등을 지나 연지에 닿아 동심원을 그릴 것 같은 풍경입니다.​

한겨울 오후의 따순 햇살도 잠시 쉬어가는 강천사 대웅전 앞 도량에 소복하게 쌓인 눈에도 주저하지 않는 오층 석탑이 든든해 보입니다.

고려 충숙왕 3년(1316) 절을 크게 확장할 때 지금의 오층 석탑을 세웠고 지난 시간 기단과 지붕돌의 일부가 파손되어 1959년에 약간의 보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지만 엄연히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삼층석탑입니다.

지금까지 겨울 설경이 아름다운 고즈넉한 강천사의 놀멍 쉴 멍 멍 때리기 좋은 오후였는데요, 어떠신가요?

순창 10경을 대표하는 제1경 강천사의 자랑 강천사까지 시나브로 걸으며 강천산이 주는 정기를 마음껏 받아보세요.

올 한 해 운수 대통하실 것입니다.

주소 : 전북 순창군 팔덕면 강천산길 270 강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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