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상산재에서 지내는 진천 백 시향 행사
오늘은 진천 백 시향 행사를 소개해드리고 자 합니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고,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에 교회와 성당, 산에는 절이 있습니다. 도심이 일부에는 그 외 종교시설도 있지요. 그렇지만 종교라고 여겨지지 않은 하나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유교입니다. 유교는 중국에서 전해진 유학을 부르는 말인데요, 삼강오륜을 덕목으로 하는 일종의 생활의 진리를 익히는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과정에서는 지난 초 중 고교 시절 삼강오륜에 대해 학습하도록 하고 있어, 기억력이 좋으신 분들은 모두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종합하면 웃어른을 공경하고 예를 갖추는 것으로 확장할 수 있겠는데요, 우리의 제사문화가 꼭 유교문화만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유교에서 조상을 다시 기억하고 되찾는 문화가 더 발전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진천 백 시향 행사는 진천군 덕산읍 두촌리에 터를 두고 대를 이어 살고 있는 진천 송 씨 집안의 조상을 기억하고 되찾는 제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천 송 씨 집안의 제사가 진천군에서 주관하는 행사는 아니지만, 이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시향 행사 같은 것을 이렇게 옆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인 묘소가 있는 송인공원은 평소 근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원아들이 찾는 나들이 장소이자 충북혁신도시 주민들이 산책하는 공원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고, 평소에 굳게 닫혀있는 사당 같은 시설을 보면서,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싶기도 했던 곳이 오늘은 활짝 문을 열고 제사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제사라는 행사답게 많은 진천 송 씨의 후손들이 참석하고 계셨는데요, 뒤에서 나누시는 말씀의 내용을 들으니,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의 반가운 담소로 가득했습니다. 오늘 행사가 거행된 장소는 상산재라고 하는 사당입니다. 상산재가 개방되고 안으로 들어가 보기는 처음인데, 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질서정연하게 제사를 준비하고 지내는 모습 또 매우 새로웠습니다.
사당 안에서는 도포와 두루마기 등으로 제사 옷을 차려입으신 분들이 깨끗한 마음가짐을 위해 손을 씻고,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절을 올리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댁에서나 보았을 제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행사였습니다. 참여하신 분들 대부분이 이미 인생의 연륜을 어느 정도 채우신 분들이었고, 어찌 보면 서너 다리만 건너면 저와 아는 사이일 수 있겠다 싶을 만큼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참석하신 분들은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사당 밖 마당에서도 절을 다 같이 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의 행사는 896주기 진천 백 시향이었습니다. 매년 음력 10월 10일에 시향을 올리도록 하고 있는데, 바로 오늘이 그날이었던 것이죠. 고려 시대 송인 장군이 곧 진천백이고, 그 분을 기리는 제사인 것입니다. 입구에는 커다란 돌에 '상산재'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이미 돌에서 근 900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했으니, 그 말이 실현되려면 이제 4년 밖에 남지 않았네요.
우리가 제사의 지나친 허례허식을 탓하거나, 남녀 차별과 세대 차이를 부정적으로 설명할 때 제사의 단점 등이 언급되고는 하는데, 오늘의 진천 송 씨 집안의 시향 행사를 보면서, 우리가 보존하고 지켜야 하는 문화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과, 그 후손들이 조상을 기억하며 행사를 하느라 다 같이 한 날 한 곳에 모이게 하는 힘이 또 있기에,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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