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 창구동. 한적한 도시 골목의 한편에는 신춘문예 최초의 여성 당선 작가이자,

문학을 통해 시대의 고통을 기록했던 소설가 백신애(1908~1939)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어요.

삶의 격랑 속에서도 끝내 붉은 심장을 따라 달려갔던 한 여성 작가의 이야기가 길과 골목에 입혀진 영천 백신애길을 소개합니다.

백신애는 1908년 영천시 창구동 68번지에서 태어났어요.

이 건물이 소설가 백신애의 집터가 있던 곳이에요.

그녀는 한 시대를 살아간 여성으로서, 동시에 교사, 운동가, 배우, 작가 등 수많은 정체성과 역할을 넘나들며

치열하게 삶을 견뎠으며, 여성의 고통과 식민지 조선인의 현실을 집요하게 기록했어요.

백신애 작가의 대표작인 「꺼래이」는 시베리아 국경을 넘어 떠돌던 조선인의

빈곤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지금도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깊을 울림을 주는 작품이에요.

백신애길에는 그녀의 삶과 작품, 이야기들이 벽화로 그려져있죠.

백신애길이라는 도시의 지형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어요.

백신애 생가터

백신애길을 걷다 보면 조용한 골목 한켠에 자리한 연한 크림색 건물이 있어요.

바로 이곳이 백신애 생가터, 그녀가 1908년 태어난 장소입니다.

벽면에는 ‘1908~1939 백신애’라는 생몰연도와 함께 그녀의 인생 연표,

인물 사진, 주요 활동 이력이 담긴 벽화가 정성스럽게 그려져 있어요.

백신애 생가터 벽며에는 ‘백신애 전집’이라는 제목과 함께

그녀가 생전에 남긴 시와 소설, 산문들의 대표 목차가 큼직하게 새겨져 있어요.

『나의 어머니』, 『꺼래이』, 『적빈』, 『광인수기』, 『청도기행』 등 우리가 익히 들어봤던 제목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옆에는 백신애가 남긴 유일한 시 <붉은 신호등>과 산문집의 주요 글들도 함께 정리되어 있죠.

백신애의 살아있는 문학거리 같았어요^^

백신애 생가터 맞은편 벽면에는 그녀의 소설 속 인물 ‘복선이’가 등장하는 벽화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요.

문학의 한 장면이 벽화 속에 담겨있었죠.

책을 읽는 여성의 이미지와 그 옆을 감싸는 꽃, 그리고 커피 광고물까지…

커피 한 잔을 나누는 문학 다방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신애길 한켠에는 복고 감성 카페 ‘온수탕’이 있어요. 그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카페 온수탕’.

1974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되던 대중목욕탕이 감성 카페로 재탄생한 ‘카페 온수탕’은

백신애길에 온다면 꼭 방문할 핫플레이스입니다.

온수탕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와 레트로풍 소품이 가득해 인스타 감성이 제대로에요.

『적빈』은 ‘가난’을 뜻하는 제목 그대로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도 이웃 간의 소박한 연대와 나눔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에요.

벽화에는 명태와 된장, 고추장이 그려져 있고,

흙 묻은 쌀자루와 가난한 식탁의 상징이 함께 배치되어 있어 당시 일제강점기 서민의 현실이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백신애의 문학은 여성의 고통을 넘어서 시대의 빈곤, 공동체, 연민과 저항이라는 테마를 함께 담고 있었음을 이 벽화는 보여주고 있어요.

백신애길 28번지, 백신애 생가터 조금 아래에는 영천 문학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영천문학자료실이 있어요.

(방문하실 예정이면 반드시 연락 필수!)

2022년 2월 개소한 이 공간은 백신애의 작품은 물론, 「수난이대」의 작가 하근찬,

시인 송재학, 백무산, 이중기 등 영천이 자랑하는 40여 명의 문인의 문집과 원고, 육필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어요.

이중기 시인의 수집 자료와 백무산 시인의 손으로 직접 제작된 책장 등 영천이라는

도시의 문학적 결실이 응축된 장소라고 볼 수 있어요.

백신애길의 골목길에는 영천의 오래된 기억들을 담아낸 벽화거리가 숨어있어요.

불그스름한 기와지붕, 초록 대문, 그리고 영화 필름처럼 이어지는 푸른 벽화 속에 영천의 옛 이야기가 있죠.

백신애길에는 필름처럼 흐르는 이야기들이 있으니 골목 구석구석을 걸어보세요.

‘구 영천극장’, ‘구 동성목욕탕’, ‘문외리 온천터’ 등 영천 시민의 오래된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을 만날 수 있어요.

백신애길에는 여성 작가로서, 사회의 불의와 차별에 맞서 싸웠던 한 인간의 고뇌와 투쟁을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골목의 담벼락을 따라 흐르는 시와 문장 속에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도 있죠.

삶의 구석구석을 문학으로 기록하고자 했던 백신애의 붉은 심장은 이제 영천 창구동 골목길마다 글이 되고,

그림이 되고, 기억이 되어 살아 숨 쉽니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문장을 소비하고, 짧은 뉴스 속에서 세상의 고통을 잊고 살아가지만,

이 작은 골목을 걷는 동안만큼은 한 여인의 뜨거운 기록정신과 삶의 격랑을 함께 걷게 됩니다.

다음번 영천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문학기행'이라는 키워드를 따라 백신애길에서 잠시 멈춰 서보시길 권합니다.

백신애길


※ 본 글은 새영천 알림이단 정대호님의 기사로 영천시 공식 입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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