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동과 장미'공원

개봉동 주택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장미가 한가득 피어있는 작은 공원을 만나게 됩니다.

이 공원의 이름은 「개봉동과 장미」 공원인데요,

이름처럼 크고 작은 장미가 작은 공원 곳곳에 피어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나와 운동하고, 어린이들이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며

즐겁게 노는 이 공원이 특별한 이유!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요?

「개봉동과 장미」 공원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뭔가 특이하다’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원래 개웅소공원이었던 이곳은 오규원 시인의 「개봉동과 장미」라는 시의 제목을 따라

2017년 6월 시비를 세우고, 「개봉동과 장미」 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해요.

「개봉동과 장미」는 오규원 시인이 1971년부터 73년까지

개봉동에 거주할 때 쓴 작품으로,

그의 두 번째 시집 “순례”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원래 개봉동에는 주택이 많았고,

담장마다 장미가 있어 장미마을이라고도 불렀다네요.

「개봉동과 장미」 공원에는 1,400주의 장미가 식재되었고,

지금도 예쁜 장미를 피워내고 있습니다.

‘시비가 어디 있나?’ 공원을 살펴보는데,

한 어르신이 시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시는구나!’ 생각했는데,

시비가 처음 조성될 당시에도 ‘주민과 함께 어울려 스며들어야 하므로

주민들이 앉을 수 있는 낮은 형태로 세우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이런 형태의 시비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개봉동과 장미」 공원, 작지만 큰 의미를 담은 공원으로 잘 보존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오규원 시인의 「개봉동과 장미」를 함께 감상해 보시죠.


<개봉동과 장미>

​개봉동 입구의 길은

한 송이 장미 때문에 왼쪽으로 굽고.

굽은 길 어디에선가 빠져나와

장미는

길을 제 혼자 가게 하고

아직 흔들리는 가지 그대로 길 밖에 선다.

보라 가끔 몸을 흔들며

잎들이 제 마음대로 시간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장미는 이곳 주민이 아니어서

시간 밖의 서울의 일부이고,

그대와 나는

사촌(四寸)들 얘기 속의 한 토막으로

비 오는 지상의 어느 발자국에나 고인다.

말해 보라

무엇으로 장미와 닿을 수 있는가를.

저 불편한 의문, 저 불편한 비밀의 꽃

장미와 닿을 수 없을 때,

두드려 보라 개봉동 집들의 문을

어느 곳이나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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