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영이, 바둑이’는 옛 교과서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주인공들 이름입니다. 50여 년 전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지금은 복고풍 감성으로 다시 등장해 인기인데요. 옛 교과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옛 책, 인쇄출판 전시가 펼쳐지고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우리 역사가 담긴 옛 책 전시가 펼쳐지고 있는 ‘순창군립도서관’을 찾았습니다. 도서관 1층 로비에서는 12월 31일까지 문화재급 옛 책 복제본 전시회 ‘도서관, 역사를 기록하다’ 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옛 국어 교과서를 비롯해 옛 책 41권을 만날 수 있는데요. 전시물은 모두 복제본이지만 우리 조상들이 어떤 책을 보며 공부했으며, 그 책들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제일 먼저 6.25전시생활 통합형 국어 교과서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비행기(1-1)’, ‘탱크(1-2)’, ‘군함(1-3)’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1951년 백낙준 문교부 장관이 유엔에서 대한민국은 전쟁 중이며 학생들이 책이 없어 공부를 못 한다는 연설을 들은 미국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만든 눈물겨운 첫 교과서입니다.

국어 교과서 이름과 내용만 보아도 당시가 전시상황임을 짐작게 합니다. 표지가 없는 열악한 희귀교과서 제본은 각자 집에서 실로 꿰매도록 뒤표지에 안내가 되어 있는데요. 제본되지 않은 교과서를 보아야 했던 대한민국 학생들의 어려운 현실이 그려집니다.

‘어제 천자문’은 명필 한석봉의 글씨가 담긴 책을 17세기(1634) 제작 방식으로 제작한 국한문 서적입니다. 한석봉 천자문은 조선선조왕의 특별지시로 만든 책으로, 전통 한지 평량 35g 전후의 것으로 한 장씩 수작업으로 인쇄해 4침 안정법으로 제본한 귀중한 자료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월간 잡지로 최남선이 발행한 ‘소년’ 잡지도 보이는데요. 1908년 창간호부터 11호(1909년)까지 전체 소장 국내 유일 희귀본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시이자 교과서에도 수록돼 익숙한 ‘해에게서 소년에게’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18세 소년 최남선이 혼자서 편집, 제작, 발행한 교육 계몽 잡지라니 놀랍기만 합니다.

당시에는 '민군정기'라는 한글 첫걸음 교과서가 있었는데요. 군정청학무국에서 1945년도에 발행한 이 교과서는 해방 후 최초 발행된 조선어학회 우리말, 첫 한글 교과서입니다. 깐깐하게 잘 만들어진 우리말 교본 내용이 놀랍습니다.

이 밖에도 사적인 교육자료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국민소학독본’과 ‘소학독본’ (1895년 초판 국한문), ‘신정 심상소학’(1896년 초판 국한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1895년에 공포된 ‘소학교령’에 따라 편찬된 교과서로 개화기 도서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용에는 국문 사용의 필요성, 전통 유교 윤리와 서구문물 등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어 독본’ 1~6권은 조선총독부에서 제작한 국어 교과서입니다. 1920~1930년대 초반 일제강점기 때 제2외국어로 추락한 우리 국어책입니다. 가슴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교과서라 더 눈여겨보게 되는군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고 그해 10월에 만들어진 희귀한 교과서인 ‘바둑이와 철수(국어1-1)’ 복원본도 전시하고 있는데요. 페이지를 넘기면 우리에게 익숙한 철수, 영희, 바둑이도 만날 수 있습니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도 놓여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옛 상태 그대로 제작해 현재 서점에서도 동일한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1955년 사망 10주기를 기념한 증보판을 60여 년 전의 흔적을 고스란히 살려낸 책이며, 옛날 종이의 질감과 잉크색, 낙서까지 그대로라 더 와닿습니다. 함께 전시된 김구 자서전 ‘백범일지’는 1947년 초판본으로 국사원 한글판을 원형 그대로 복제한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분들이 손쉽게 전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된 공간에 진열해 두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유물자료 복원물을 직접 보고 만지며, 살펴볼 수 있어 더 의미 있는 전시입니다. 다만, 소중한 자료이기에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역사적 의미와 오늘날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도서관, 역사를 기록하다’ 전은 12월 31일까지 매주 금요일 휴관일을 제외하고 만날 수 있으니 우리 옛 책과 함께 특별한 시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 도서관, 역사를 기록하다

- 일시: 2022.10.11.~12.31.

- 장소: 순창군립도서관(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순창5길 18)

- 문의: 063-650-5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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