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광명의 산에도 봄꽃이 피었네
봄을 전하는 꽃소식이 남도에서 전해지고 있다.
강원지역에 지금 눈이 내리고 있어도 추위는 한풀 꺾었다.
남녘에서 시작한 꽃소식은 안양 수리산까지 북상했다.
우리가 사는 곁에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은 복수초이다.
뒤를 이어 변산바람꽃과 노루귀가 바통 터치한다.
봄소식을 눈으로 만나고 싶어 산으로 간다.
산행은 야생화공원에서 시작된다.
초봄 날씨답게 바람이 많이 까칠하다.
덕분에 하늘이 모처럼 파란색이다.
미세먼지가 없어 걷기 좋은 날씨답게 산행객이 붐빈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인지라 패션이 다양해지고 있다.
겨울에는 검은색 옷이 주류인데 분홍색 등 화려한 색상이 등장한다.
야생화공원에서 도문산 정상까지는 가깝다.
완만한 길이 정상을 앞두고 고개를 바짝 든다.
짧은 거리이지만 몇 번을 쉬면서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도문산 정상은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한다.
도구가서(도덕산, 구름산, 가학산, 서독산)의 시작점인 첫 봉우리에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긴 호흡을 한다.
물론 도덕산에서 산행이 끝내는 사람도 있지만 외지 산행객들은 광명동굴 지나서 서독산까지 종주한다.
바람 속에 찬 기운이 숨어 있지만 봄기운은 완연하다.
도문산사거리를 내려서면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가 출렁다리를 지나면서 된비알이 이어진다.
다시 오르막 코스에서 헉헉거리며 숨을 고른다.
이 가파른 계단과 산비탈 구간은 짧다.
몸에 힘이 빠질만하면 발걸음은 어느새 정상에 닿는다.
도덕산 정상에서 잠시 머무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이곳이 종점이고 떠나는 사람들은 종주코스 산행객이다.
나도 잠시 멍 때리며 가슴속으로 봄바람을 맞이한다.
도덕산 정상에서 수양고개로 내려선다.
구름산으로 가는 길에서 벗어나 캠핑장 코스로 발길을 잡는다.
길가 낙엽이 두툼한 곳에 초록색 이파리가 눈길을 잡는다.
꽃은 없지만 겨울을 이겨낸 초록색 식물이 반갑다.
노루발풀이 싱싱한 모습으로 봄볕을 탐하고 있다.
노루발풀은 햇볕의 에너지를 받아 꽃망울을 키우고 4월이면 꽃을 피운다.
캠핑장 양지바른 곳에 초록색이 점점 박혀있다.
국화과 두해살이풀인 망초다.
망초는 북아메리카에서 들여온 외래종 귀화식물로 일제강점기 때 유입됐다.
을사조약이 맺어지던 해 망초꽃이 전국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망초라는 꽃 이름을 얻었다는 설이 있다.
망초가 밭에 자라면 농사를 망치고, 농사를 망치면 나라가 기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와서 이런 설들이 설득력이 있다.
사실 망초는 우리 주변에 흔하고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 익숙한 풀꽃이다.
캠핑장을 벗어나 가림산에 들어선다.
오늘 산행은 도문산, 도덕산, 가림산으로 이어지는 꽃산행이다.
길가 양지바른 곳에 광대나물이 꽃을 키우고 있다.
2월 끝자락이지만 아직은 봄이 이르다.
찬 기운이 남아 있지만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는 풀꽃이 피고 있다.
광대나물도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 유용한 풀꽃이다.
가림산 깊은 곳으로 발을 옮긴다.
길섶 초록 풀밭에 핀 꽃이 보인다.
이른 봄에 피는 큰개불알풀 꽃이다.
큰개불알풀은 쌍떡잎식물 현삼과의 두해살이풀이며 귀화식물이다.
이름 그대로 부르기가 민망하여 요새는 봄까치꽃이란 새 이름을 가졌다.
이 꽃이 초록 밭에 무리 지어 꽃을 피우면 별처럼 반짝거린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깊은 곳에 들어간다.
복수초는 아직 소식이 없는데 하얀 꽃이 한들거린다.
봄의 전령사라고 부르는 변산바람꽃이다.
복수초 보다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변산바람꽃이 반갑다.
하지만 딱 한 송이만 피어서 봄을 알리고 있다.
사실 2월은 꽃철이 조금 빠르다.
하지만 남녘에서 꽃소식이 전달되면 꽃쟁이들 마음이 급해진다.
이곳저곳 다니며 꽃을 찾지만 언 땅이 녹아야 꽃이 핀다.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오지만 꽃은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변산바람꽃과 눈 맞춤에 행복한 모습이 렌즈 속에 들어온다.
변산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덧없는 사랑'이다.
두툼한 낙엽 속을 유심히 보면서 걷는다.
지난가을에 떨어진 낙엽 이불로 겨울 추위를 견디고 낙엽을 밀치고 올라오는 봄꽃을 기다리는 꽃쟁이들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도덕산에서 구름산까지 대포카메라를 장착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꽃쟁이다.
구름산은 노루귀 군락지로 알려져 수도권에서 진사님들이 몰린다.
꽃철에는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 서식지는 몸살을 앓는다.
깊은 산에서 길가로 한발 나온다.
가림산 둘레길 끝자락 화원들이 밀집한 곳이다.
꽃철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화원은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는다.
화원 끝 집 화분에 홍천초가 곱게 피었다.
홍천초는 2~3월, 잎이 나오기 전에 꽃부터 핀다.
진한 붉은빛의 아름다움이 뛰어나 가장 사랑을 받는 매화의 품종이다.
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꽃을 피워 봄꽃을 기다리는 사람들에 인기가 높다.
홍천초는 장미과 낙엽관목으로 꽃 색깔과 무늬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야생은 아니지만 매화가 피었다.
관목류 꽃 중에서 매화가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한다.
남도 매화 소식은 이미 들렸지만 광명지역은 조금 빠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겨울을 이기고 핀 매화 향기는 은근한 매력이 넘친다.
비록 화원의 꽃이지만 이 꽃을 보니 도덕산 매화 소식이 궁금하다.
동백은 가을에서 봄까지 피는 꽃이다.
사실 동백 꽃의 북방한계선은 고창 선운산이다.
그런데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동백꽃이 북상하고 있다.
광명지역에선 동백이 빨라야 3월 중순에 핀다.
동백은 차나무과로 통꽃이다.
그래서 나무에서 한 번 피고 땅에 떨어져서 또 핀다.
짜잔~ 야생 매화 반갑다.
도덕산에 딱 한 송이가 피고 있다.
가림산 둘레길 산행을 마치고 도덕산 할미꽃 언덕을 찾았다.
할미꽃 꽃망울은 보이는데 핀 꽃은 아직 없다.
할미꽃 동산을 감싸고 있는 매화나무 중에 꽃 마중은 한 송이뿐이다.
매화 꽃망울이 입장을 대기하고 있어 3월이면 활짝 핀 모습이 기대된다.
와우~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생강나무 꽃망울, 노란빛이 삐져나온다.
산에서 가장 먼저 봄꽃 소식을 전하는 꽃이 생강나무이다.
생강나무 개화가 시작되면 모두가 봄을 피부로 느낀다.
광명지역 산에 봄기운이 스멀스멀 번지고 있다.
겨울 동안 움츠린 가슴을 펴고 기지개를 켠다.
도덕산 할미꽃 동산에서 다시 가림터널로 내려선다.
사실 꽃산행인데 봄의 전령사 모두를 만나지는 못해 아쉽다.
광명에서 봄꽃은 조금 빠른 듯하지만 변산바람꽃과 눈 맞춤은 황홀했다.
도덕산, 가림산은 동네 뒷산답게 아늑하고 푸근하며 친근하다.
간단한 나들이 차림으로 나선 산행에서 봄꽃 만남의 행복한 여운을 가지고 메타세쿼이아 숲을 빠져나온다.
광명시 온라인시민필진 학다리 (박성만)님의 블로그
- #도덕산
- #산꽃
- #야생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