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공주 동원리석탑이 있는 마을, '동원 1리' 마실 한 바퀴
공주 가볼 만한 곳
동원 1리 마실 한 바퀴
황금물결 일렁이는 가을 들녘에 감탄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요, 요즘엔 넓은 들판을 지나다 보면 벼 수확을 끝낸 논에 쌓인 볏가리나 탈곡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며칠 전, 32번 국도에서 본 신풍면 동원1리의 너른 들판 또한 가을색을 곱게 입은 풍경까지 더해져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림같이 예쁜 것이.... 감동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오늘 동행할 신풍면의 법정리인 동원리(동원1리)는 원님이 사셨다하여 원골이라고도 불립니다. 동네 가운데 있는 탑 위에 금으로 된 새가 있었는데 그 새가 날아가고 난 뒤에 원님이 죽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유구천에 가설된 동원교를 건너니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에 마을제사를 모신다는 '공주동원리석탑'의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듯해서 이때만 해도 금방 찾으리라 자신했습니다.
주차는 안내판 맞은편 정자가 보이는 주차장에 해 두고, 사부작사부작 산책하 듯 걸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마을길 옆으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져 힐링이 되더라고요. 눈과 귀가 호강하는 산책길이 되었습니다.
개울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니, 두 번째 정자가 보입니다. 동원 1리 마을회관은 그 맞은편에 자리해 있었어요. 동네 어르신들이 일 년 중 가장 바쁠 추수철이어서인지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마을회관을 지나자 마자, 동네 할머님 한 분이 지나가시기에 "동네 개울물이 너무 좋아요!"라고 인삿말을 건네니, "우리 동네 뒤산 (옥녀봉)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에요." 마을 자랑을 하십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계획하지 않았지만, 마을 안까지 샅샅이 둘러보고 싶어졌어요.
한때는 마을 아낙들의 수다방이었을 빨래터를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나서 조금 더 위쪽으로 오르니, 꽤 큰 은행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옵니다. 은행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던 개집에는 검둥이 한 마리가 쉬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짖지를 않더라고요. 은행나무 맞은편 댁의 흰둥이는 꽤나 심심했는지 전용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는 조신하게 바깥세상을 구경하는 중이었어요.
그나저나 이정표대로라면 근처에 있어야 할 '공주동원리석탑'은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개울 둑방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 봤어요.
다행히 실한 모과가 주렁주렁 달린 나뭇가지 사이로 석탑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예상보다는 규모가 작아서 반신반의하면서도 서둘러 가까이 다가가 보았어요.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실은 인근 주택의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어찌나 앙칼지게 짖어대던지 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주동원리석탑'을 찾을 때는 반드시 "개조심!" 하셔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탑 앞에 세워진 안내문을 읽어 보니, 폐사된 절터에 남아 있다는 '공주동원리석탑'이 맞았습니다. 공주동원리석탑은 고려 초기에 세워진 3층 탑입니다. 3층 부분은 없어졌는데, 기단부가 큰 데 비해 탑의 몸체는 좁고 길어 전형적인 고려시대 탑의 이형적인 특징을 지녔습니다. 1962년 이 탑을 해체복원할 때 기단부에서는 곱돌과 작은 탑, 사자상 등이 나왔다고 합니다. 탑 주변의 넓은 대지가 절터일 듯한데요, 이곳에서는 기와 조각과 석재만이 발견되었다고 하네요.
공주동원리석탑을 둘러보고 나서 옥녀봉이 있다는 마을 위쪽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주차장 인근에 세워진 마을지도에서 확인했던 '자연미술의 집'과 '예술마을 체험장'을 지나게 되었지만, 현재는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볼 방법이 달리 없기도 했지만, 예술마을 체험장의 자물쇠가 채워진 대문만 보더라도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지요.
현재의 원골은 한적한 시골마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곳은 전국 최초로 마을 주민과 초대 작가들이 어울려 미술제를 개최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을을 돌며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나 돌담 위에 내팽개진 간판을 살피면 20여 년 전 이 마을의 옛 모습을 유추할 수 있기에 전국적으로 주목받던 옛날의 영화를 되찾길 바라게 됩니다.
모든 주민이 예술가였던 원골 마을의 한때를 떠올리며 벚나무 터널을 지나니, 동네를 지켜준다는 정자나무 한 그루가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습니다. 수령이 약 370년인 느티나무입니다. 마을 입구에도 오래된 정자나무 한 그루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날은 마을 뒤쪽에 있는 한 그루의 정자나무만 만나고 왔습니다.
마을을 흐르는 개울 너머로는 개발 공사가 진행 중이었어요. 어느 마을이고 개발과 보전이라는 대립각을 세우면서 변화해가기 마련인데, 신풍면 원골마을은 현재의 모습을 지켜가며 천천히 변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풍수지리상 동네에 질병이 잦을 것이라 하여 액운을 없애고자 현감과 주민들이 탑을 세우고, 300여 년간 마을을 지켜준 정자나무가 굳건히 서 있는 마을, 신풍면 원골마을. 내년 봄에는 그 어떤 명소에 뒤지지 않을 벚꽃 터널을 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 더 방문하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마을이었습니다.
동원1리마을회관
위치 : 충남 공주시 신풍면 원골예술길 89
공주동원리석탑
위치 : 충남 공주시 신풍면 동원리 3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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