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로 만난 안중근 의사

들어가며...

안중근

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이 지난 8월 4일, 5일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시민들과 만났습니다.

광복절을 앞두고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의사를 발레로 만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022년 대한민국발레축제, 안중근 커튼콜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2022년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으로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을 때였습니다.

전에는 주로 고전 전막 발레를 주로 관람했고, 창작 발레를 몇 작품 만났지만 만족스럽진 못했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 춘향 커튼콜

창작 발레는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춘향’, 국립발레단 ‘허난설헌, 수월경화’가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 메이저 발레단에서도 창작 발레를 완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품성과 상품성이 입증된 낭만, 고전발레 작품들을 넘어서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발레의 대중화와 현재 우리나라 공연장의 상황을 본다면 발레의 토착화를 위해 창작 발레는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등록공연장 현황(2021.12.31. 기준)을 보면, 전체 1,337개의 공연장 중 300석 이상의 공연장은 522개로 45%를 차지합니다.

900석 이상은 115개로 10.1% 정도입니다.

집에서 가까운 공연장은 대부분 300석에서 900석 이하의 공연장입니다.

중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발레 작품이 많아져야 발레의 대중화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M발레단,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M발레단,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드라마 발레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드라마 발레는 연극적인 발레를 말합니다.

현재의 발레는 발레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로운 표현으로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의 특성상, 공연의 줄거리를 알고 있으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나라 국민 중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분은 없을 듯합니다.

따라서 해설이 필요 없고, 공연의 내용을 온전히 받아들 수 있습니다.

공연의 시작은 하얼빈 의거 후, 귀순감옥에 투옥된 안중근의 고뇌로 시작됩니다. (작품 해설 상 각 인물에 대한 존칭은 생략합니다.)

이후, 안중근과 김아려의 혼례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안중근과 김아려의 파드되(pas de deux)는 사랑으로 가득 찼습니다.

(발레에서 파드되는 남녀 무용수가 함께 추는 춤인데, 아다지오, 바리에이션, 코다 순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현대의 발레에서는 이런 형식을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공연 장면 (사진 김일우)

개인의 행복은 야만적인 시대로 진입하며 파괴되고 맙니다.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 일사늑약 체결, 이토 히로부미의 조선총독부 취임이 이어지며 안중근은 독립운동을 위해 연해주로 향합니다.

이시다와 사쿠라역을 맡은 남녀 무용수의 춤은 도발적이면서도 화려했습니다.

안중근과 김아려의 춤이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었다면, 이시다와 사쿠라의 춤은 거칠 것이 없는 점령군의 오만방자함이었습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공연 장면 (사진 김일우)

작품의 백미는 안중근의 의병부대 활동, 단지동맹, 하얼빈 장면이었습니다.

독립군 역을 맡은 남자 무용수들과 안중근의 춤은 대한민국 독립에 대한 의지였고, 총과 칼에도 꺾이지 않는 기개였습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공연 장면 (사진 김일우)

마지막, 죽음을 앞둔 안중근과 어머니 조마리아, 아내 김아려의 춤과 나레이션에서는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수의를 보낸 조마리아 여사, 수의를 입은 안중근 그리고 아내 김아려.

독립운동가 이전, 한 어머니의 아들이었고,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아버지였던 안중근.

효창공원, 안중근 의사의 가묘

안중근 의사는 자신의 유해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옮겨 묻어 달라고 했지만, 해방 78년이 되는 지금도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봉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니인터뷰, 양영은 M발레단장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을 기획한 의도는?

2015년 이 작품을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는 안중근 의사의 유언이었습니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라는 유언을 보고 ‘안중근 의사도 기쁠 때 춤을 추셨구나.

춤이 그에게 기쁨을 표현하는 가장 본능적인 방법이었구나’를 느끼며, 안중근 의사에게 천국에서의 춤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인물탐구에 들어갔을 때, 정말 발레로 표현하면 너무 좋은 인물이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강인한 장수의 면모도 지니고 계시지만, 깊이 있는 문인의 면모도 함께 지니고 계십니다.

이러한 부분이 힘 있는 남성 발레와 또 섬세한 몸짓으로 표현된다면, 그분의 심성과 깊이를 잘 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불굴의 구국 활동의 기간 동안 느끼셨을 가족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함께 느껴보며 영웅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안중근 의사를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창작의 과정이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텐데요.

초연을 올리고, 2021년 예술의전당 창작 발레로 재제작이 되었고, 2022년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으로 또다시 수정·보완되며 올랐습니다. 올해 (재)예술경영지원센터 2023 공연유통협력지원사업 선정공연으로 수도권과 충북지역 공연장 4곳(충주시문화회과, 광명문화회관 대공연장,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 공연을 올리게 되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정말 지치지 않는 끈기로 완성되어가고 있는 발레 안중근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예술제작 환경에서 단번에 완성도 높은 창작 발레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입니다.

오늘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정말 지치지 않는 끈기와 집념으로부터 완성되었습니다.

다년간 완성도를 높여온 이 작품이 여러 지역의 공연장으로 유통되어 더 많은 관객분을 만날 수 있음에 더욱 뜻깊습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또 한 번의 수정과 보완의 작업을 거치며, 내년에도 더 나아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을 기대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궤적을 이어나가며, 대부분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는 무용 분야의 창작지원 사업의 단점을 극복해낸, 그리고 해외 라이선스 작품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한국 발레계의 문제점을 보완해낸 ‘대한민국 대표 발레 레퍼토리’로의 도약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발레 골수팬이 많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발레 대중화에 대한 생각은?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대체 누구를 위한 공연을 만들고 있는가?'

발레 팬들이 많아졌지만, 발레 공연은 아직도 발레 전공생, 무용인, 평론가, 공연 분야의 전문가분들이 대부분 객석을 채워주십니다.

저는 우리의 발레 공연이 일반 대중들이 즐겨보는 공연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해설이 있는 발레’, ‘발레 갈라’ 등 발레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저는 예술성을 유지하면서 대중성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공연은 자라나는 아이들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의 문화적 소양을 키우고, 취미활동을 만들어나가고, 또 앞으로의 공연예술 관객층을 확보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술적인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중화를 이루어나가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든 과제이면서도 꼭 해나가야 하는 과제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발레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좋은 무용수들, 그리고 일반 관객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을 수준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발레예술가가 많이 창출되고, 또 그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려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이 한국 발레계가 앞으로 해나가야 하는 작업이지 않을까 합니다.

발레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발레 창작 작품의 내용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일 때 그 전달력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공연의 몰입도는 더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상징과 은유로 표현해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직접 표현하며 관객이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저희 발레단은 대표적인 창작 작품과 클래식 작품들을 모두 보유한 단체이기에 올해 초 하남문화재단과 함께한 <M발레단 스페셜 갈라>공연이나 성동문화재단과 함께한 <해설이 있는 발레여행>에서 많은 분께 호평을 받았습니다.

또한, 정혜윤, 진유정, 김희래 등 신예 무용수들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예술성을 지닌 발레 대중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광명문화재단은

8월 26일 최태지와 함께하는 발레 스타워즈 Ⅲ <김지영>,

10월 20일 쇼케이스 <잠자는 숲속의 공주>,

10월 20일~21일 발레 <Edge of Angle>,

10월 28일 최태지와 함께하는 발레 스타워즈 Ⅳ <김용걸>,

11월 17일~19일 아시아 컨템포러리 발레 축제 등의 발레공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광명시 온라인시민필진 슈퍼맨 (김창일)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wizardk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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