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은 아름다운 자연경관뿐 아니라, 고대부터 이어져 온 소중한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도시입니다. 그중에서도 숭진리 삼층석탑은 고려 시대의 숨결을 간직한 채, 오늘날까지 지역민과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보물 같은 존재입니다.

이 삼층석탑은 현재 밀양시 삼랑진읍 숭진리의 넓은 들판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풍경은 소박하고 한적하지만, 그 속에 우뚝 선 석탑은 오랜 세월의 무게와 함께 당시 불교문화의 깊이를 조용히 전해주고 있습니다.

석탑이 서 있는 이곳은 옛 숭진사의 터로 전해집니다. 숭진사는 지금은 그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과거 이 지역 신앙과 지역 공동체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중요한 사찰이었습니다. 석탑은 그 사찰의 중심 가람을 장식하며 신앙의 구심점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숭진리 삼층석탑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기단부는 단층으로, 복잡한 장식 없이 간결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그 위로 탑신부가 세 층으로 쌓아 올려져 있으며, 각 층은 위로 갈수록 점점 크기가 줄어드는 안정적인 비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각 층의 몸돌과 지붕돌이 별도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층 지붕돌과 3층 몸돌은 하나의 돌로 다듬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당시 석조 기술의 뛰어남과 석탑 양식의 변화 과정을 잘 보여주는 특징으로, 고려 중기의 석탑 건축 양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탑의 전체 높이는 3.2m입니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위로 갈수록 점차 좁아지는 형태는 자연스러운 상승감을 주며, 하늘로 향하는 불교적 상징성을 잘 드러냅니다. 단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3층 몸돌에 뚫려 있는 네모난 구멍입니다. 이 구멍은 한 변의 길이가 13cm, 깊이가 9cm로,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한 감실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석탑이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불교 신앙의 중심적 역할을 했음을 보여줍니다.

지붕돌의 경사가 급하고 기단이 단층이라는 점, 그리고 석재의 다듬기 방식 등을 종합하면, 이 석탑은 고려 중기, 즉 11세기에서 12세기 무렵에 조성된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고려는 불교가 국가적 이념으로 자리 잡았던 시기로, 석탑의 양식과 제작 기법에서도 그 시대적 배경이 뚜렷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현재 이 삼층석탑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과 밀양시의 보존 노력 덕분에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비교적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석탑 앞에 서면, 고려 장인들의 손길과 그 시대 사람들의 염원이 시간의 장막을 넘어 전해지는 듯한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밀양을 찾는 여행자라면 숭진리 삼층석탑을 꼭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화려한 관광지와는 또 다른, 조용하고 깊이 있는 역사적 경험이 될 것입니다. 탑 앞에 서서 고려 시대 사람들과 같은 시선을 하늘로 올려다보는 순간, 천 년의 시간이 한순간으로 이어짐을 체감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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