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산촌로

2023 봉화군청 서포터즈 류중천

바람결에 묻어오는 강바람과 오지 산길로 연한 흙냄새와 야릇한 향내가 여린 햇살에 녹은 봄의 향기를 만리산촌로에서 만나 봅니다. 산은 생명력 넘치는 넉넉한 품을 내어 주기에 우린 그곳을 찾습니다. 마주보고 있는 봉화 청량산과 아래로는 낙동강 강줄기의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있는 만리산촌로를 만나 봅니다. 봉화 청량산으로 가는 35번 국도에서 안동방향 선유교(백용담출렁다리)에서 만리산 촌로 1코스 (20.2km) 시작이 됩니다.

갈골마을 방향으로 시작하여 관창폭포 쪽으로 내려오거나 관창폭포 쪽에서 시작하여 갈골마을로 내려오셔도 됩니다. 관창폭포 쪽으로 만리산 정상부 능선 향적사까지는 포장도로이며 향적사에서 갈골마을까지는 비포장으로 자동차로 이동은 지양하셔야 합니다. 만리산(792m)이 품고 있는 오지마을 관창리에는 화전민이 이주하여 살기 시작한 마을이 있고 숨은 듯 시원한 물줄기 떨어지는 관창폭포와, 만리산 정상 부근에 신생대 화산으로 생긴 늘못과 향적사라는 사찰이 있습니다. 산그늘 아래 폭포 가는 길은 호젓하게 걷다 보면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테크 길이 폭포로 안내하며 관창폭포라 쓰인 표지석 뒷면에는 퇴계 선생의 네 수의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세차게 떨어지는 물소리와 함께 시원한 폭포수, 거대한 암석 사이를 수천 년 갈고 닦으며 쏟아지는 물줄기는 장쾌하게 산을 흔들고. 병풍처럼 두른 기암괴석과 우렁우렁 쏟아지는 물길은 장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아 수량이 줄어 위용은 덜하지만 태곳적 자연 계곡과 소의 물빛은 멋을 더하며 퇴계 선생의 시처럼 신선의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라 할까요.

폭포에서 늘못 생태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산허리 이리저리 굽이치면서 마주하는 오지마을, 담담히 오지마을 삶을 통해 또 다른 봄의 풍경을 보게 됩니다. 비탈진 밭은 그다지 배부르지 않을 것 같은 산골 풍경 속에서 새롭게 오지의 삶을 선택하신 귀농인들의 삶도 이따금 눈에 띕니다. 잠시 쉬어가도 좋을 확 트인 시야에는 청량산과 문명산 봉우리가 파도처럼 이어지고 시간과 허물처럼 화전밭 귀퉁이에 쌓여있는 돌무더기 산자락마다 서린 화전민들의 애환이 보는 듯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만리산이란 지명은 정상에서 만 리가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하늘 아래 조용히 앉은 산의 능선들이 자연이 그린 한 폭의 수채화인데 바람의 맛도 부드럽고 신선합니다.

산허리를 돌고 오르면 만리산 정상부 늘못입니다.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고 오른 터라 정상에서 보는 늘못은 더없이 반갑고 신기 합니다.

신생대 화산으로 생겼다고 전해지는 늘못은 평상시 물이 고인 면적이 약 (6,000m²)로 신생대 화산 폭발 후 화산의 중심부가 함몰 2차적으로 큰 와지가 된 뒤 물이 고인 분화구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늘못엔 이무기가 살았으며, 인근에 매어둔 황소를 잡아먹고 고삐만 물에 떠다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기도 합니다.

늘못에서 지척인 작은 사찰 향적사는 요란하지 않게 부처님을 전하는 사찰이라는 뜻으로 법당 창건을 위해 기둥을 세우고 상량을 하려는데, 부처님이 나타나 “천년 앞을 보아야 하는데, 그 기둥으로 지탱하겠느냐”는 말을 들려줘 공사를 중단했었다는 일화가 있다고 합니다.

향적사를 나오면 갈골마을까지는 비포장으로 임산로라고 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이른 봄이라 만리산 촌로 산길은 등산객들이 달아 놓은 리본만이 바람에 흔들릴 뿐 적요로움 속에 이따금 산새 소리 뒤따라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길동무 삼아 갈골마을로 내려옵니다.

지나가는 바람 한 가닥까지도 소홀함 없이 쉬어가라고 애쓴 풍경은 없어도 자연에서 머릿속까지 개운해지는 만리산촌로 길이었습니다.

오지의 삶이 어우러지고 오랜 이야기를 간직한 만리산 정상, 늘못의 깊은 역사가 녹아있고 절경과 여울 따라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오는 오지마을의 숨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걷는 길입니다. 만리산촌로 길의 매력은 번잡함을 벗어나 차분하고 여유 있는 자연을 느끼는 길입니다.

만리산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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