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일 전
간이 머문 자리, 논산 돈암서원을 걷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연둣빛이던 청보리밭이
어느새 노랗게 익어 있었습니다.
햇살이 내려앉은 이삭 사이로
바람이 살짝만 스쳐도
금빛 물결이 넘실거리는
모습이 참 예뻤는데요.
돈암서원의 단정한 기와지붕
너머로 고요히 누운 보리밭은
계절이 얼마나 성실하게 흘러왔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돈암서원"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 예학 서원으로
사계 김장생(1548~1631)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1634년(인조 12년)에 문인들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1660년 사액서원으로 승격되며 조선 예학의
본산 역할을 해왔고
지금까지도 그 맥을 잇고 있어요.
2019년 ‘한국의 서원’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돈암서원은
성리학 교육기관으로서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역사·건축·정신문화 가치를 모두 인정받은
역사적으로 더욱 의미 깊은 곳입니다.
마당에 들어서면 조선의 '도(道)'를 배우던
응도당이 눈에 들어옵니다.
돈암서원 한가운데 자리한 응도당은
유학의 가르침과 예학의 정신이 오가던
학문과 도의 중심이었습니다.
사진 속 기와지붕 아래
비워진 듯 단정한 마루에 서 있으니
선비들이 모여 글을 읽고 예를 토론하던
모습이 눈앞에서 그려지는 듯했어요.
기둥과 마루, 기와까지도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설계되어
유교의 절제된 미학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로
돈암서원 창건과 함께 1634년에 건립된
보물 제1907호로 지정된
서원의 강당 공간이에요.
서원의 뒷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의 발길에서 살짝 비켜난
조용한 마당이 나옵니다.
담장을 따라 핀 꽃들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과
그리고 단정하게 자리한 기와집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돈암서원의 재실로
제향을 준비하거나 유림들이
잠시 머무는 공간으로
묵직한 역사 속에서도 쉴 수 있는
여백처럼 남아 있어요.
서원의 끝자락 가장 높은 자리에
자리한 유경사(惟敬祠)는
김장생, 김집, 송시열 선생 등
조선 예학의 중심인물들을 모신 사당입니다.
처마 끝 단청 사이로 스며든 햇살과
기단 위에 단정히 앉은 전각
그리고 문 앞에서 절로 고요해지는 마음으로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곳입니다.
‘유경(惟敬)’은 “오직 공경함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조선 유학의 핵심 가치인
‘예(禮)’를 상징하는데요.
매년 제향 의식이 진행되며
서원의 모든 공간 중
가장 신성한 공간이에요.
일반 관람객은 출입할 수 없고 바깥에서
조용히 바라보는 방식으로 관람합니다.
돈암서원은 김장생의 학문을
가르치던 곳으로
앞쪽으로 마당이 넓게 트여 있어
햇살과 바람이 그대로 스며드는 구조입니다.
고개를 들어 처마선을 따라가다 보면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고
사색을 즐기던 옛 선비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한데요.
한옥의 그늘은, 쉼을 아는
공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당대의 학자들이 모여 경전을 토론하고
수양하던 장엄한 공간이었던
응도당(凝道堂)은 이제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앉아 쉬어갑니다.
햇살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펼치고
기둥에 기대어 천천히 눈을 감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는데요.
누군가에게는 역사 공부가,
또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휴식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용한 쉼이 되어줍니다.
돈암서원을 떠나기 전
뒤돌아본 산앙루는 여전히 우람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예부터 과거를 준비하는
유생들이 머물던 이 누각은
이제는 누구에게나 열린 쉼의 장소가 되어
푸른 보리밭과 하늘을 품고 있었죠.
논산의 초여름을 느끼며 여행하기 좋은 이곳
돈암서원으로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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