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산은 자연 그 자체입니다.

천연의 숲이 강서구 가양동에 고스란히 남아 있음은 감사할 일입니다. 주민의 자랑거리입니다.

아담한 공원은 넉넉한 품으로 주민을 맞이합니다. 인근에 서울식물원이 생기면서 궁산은 더 이상 한강 변에 뚝 떨어진 단순한 야산이 아닙니다. 서먹서먹한 이웃에서 친숙한 친구가 되어 왕래가 빈번한 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양천고성지, 소악루, 양천향교, 궁산 땅굴전시관 등은 궁산하면 떠올리는 단어들입니다. 겸재의 보물 같은 진경산수화를 품고 있는 겸재정선미술관도 있습니다.

오늘은 옛 터와 문화유적지를 단순한 길잡이로 삼고 야트막하나 깊은 궁산 속을 여행합니다.

여유롭게 발길을 옮기면 곳곳에 정겨운 풍경이 기다립니다. 오래된 키 높은 상수리나무, 아카시나무, 소나무들과의 속삭임으로 마음에 위안을 선사합니다. 신선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정신을 맑게 해줍니다.

들머리인 겸재정선미술관의 좌우 계단을 이용해 오르면 곧바로 궁산 초입입니다.

길가에 빨강, 파랑, 노랑 색깔의 수많은 바람개비가 반기듯 힘차게 돌아갑니다. 환영의 몸짓 같습니다. 연한 보랏빛 비비추 꽃도 은은한 미소를 보내며 시선을 끌어모읍니다.

한두 걸음만 더 가면 쉼터 의자가 마련된 ‘야외학습장’입니다. 지금은 매주 수요일 10시 주민 건강을 위한 궁산 힐링 명상 교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쭉쭉 뻗은 나무 그늘에서 음악소리에 맞춰 점점 짙어지는 숲을 느끼며 명상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아늑한 산길 따라 봉우리에 닿으면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방으로 시야가 뻥 뚫립니다. 발아래 유유히 흐르는 한강은 둥실둥실 마음을 실어 갑니다. 저만치 솔밭 사이 의자에 앉아 담소하는 노부부가 그림같이 정겹습니다. 은행나무와 소나무가 연이어진 그늘 밑에 꾸며놓은 ‘휴심 뜨락’의 안락의자에 몸을 눕힙니다.

새파란 하늘의 눈부심도 잠깐, 산들산들 강바람에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신선의 세계가 따로 없습니다. 풀밭에 사뿐히 내려앉은 까치는 인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이 사냥으로 분주합니다.

소악루와 양천향교 쪽으로 발길을 내려서면 겸재의 체취는 물론이고 풀냄새와 흙냄새도 더 진해집니다.

궁산은 문화가 있고, 역사가 있는 자연 쉼터입니다.

강서까치뉴스 박찬익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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