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만개해 환상적인 날, 봄맞이하러 사연댐 건설로 수몰된 한실마을 소암골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기나긴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벅찬 기대감으로 찾아온 봄이 삼라만상에 연초록 잎을 틔우고 꽃불을 지펴 놓았습니다.

울산과기대가 있는 범서 주암마을 대통교를 지나서 반구대 대곡박물관으로 향하는 등산 입구에서 들머리를 잡았습니다. 호젓한 오솔길 같은 등산로를 따라 20여 분 동안 나지막한 산마루까지 오르는데 온 산에 진달래 천국이었습니다.

연초록 잎이 나오면서 발산하는 기가 이목구비를 자극해 기쁨을 듬뿍 주기 시작합니다. 산꼭대기에는 누군가 설치해 놓은 그네가 동심을 자극했습니다. 너무 흥분되고 신이 나 한바탕 그네 타기를 하니 훨훨 날아가는 기분입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소담스러운 벚꽃이 활짝 웃으며 환영합니다. 꽃말인 정신적 사랑, 뛰어난 미모, 절세미인답게 나를 기분 좋게 유혹합니다. 기분이 상쾌해져 발걸음까지 가볍게 했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가뭄에 허덕여 바닥을 드러낸 그림 같은 사연댐이 나옵니다. 울산공업단지 공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65년 태화강 지류 대곡천을 막아 높이 46m, 길이 300m로 축조한 댐입니다.

연초록 잎이 피어나 눈을 호강시켜 주는 산길을 걷습니다. 흙이 되지 않은 낙엽을 밟으며 걷는 호방한 길이라 힘이 납니다.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을 타고 달려오는 봄기운을 만끽하며 걷는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요.

오르막이 끝나면 넓은 산림도로를 따라 걸어야 합니다. 길은 직선이 많지만 곡선도 나옵니다. 살아오면서 직선을 고집했는데 곡선 길을 걸으니 애써 곡선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등 굽은 나무가 그 진리를 확인시켜 줍니다.

온 산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꽃길을 걷는데 얼마나 환희가 솟는지요. 길에 집을 짓고 잠을 자는 개미가 나올 듯합니다. 산까치와 산 다람쥐가 활보하고, 큼직한 살모사가 놀라 몸을 숨깁니다. 줄행랑치던 도마뱀이 고맙다며 저만치 달아납니다.

계묘년 올해는 웬일인지 유독 꽃이 많이 피어 꽃 세상입니다. 붉은 개나리가 활짝 웃음을 보일 때 황홀해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꼼짝없이 서있었습니다. 복숭아나무가 꽃이 버거운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합니다.

산림도로 길섶 으쓱한 나무에 오묘하게 지은 새집이 걸작입니다. 주인은 출장 중인지 비어있습니다. 어쩌면 집을 들키지 않으려고 숲속 어디쯤에 몸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산림도로를 따라 30여 분 오르면 한실로 향하는 푯말이 나옵니다.

1시간 반 만에 한실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사연댐 축조로 마을이 수몰되어 사람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나갔지만 수몰을 되지 않고 남은 15여 가구가 보입니다. 한실은 큰 마을이란 뜻으로 물이 너른 들을 이룰 때를 말하는데 한때는 90여 가구가 살았다 합니다.

서당마실을 지나서 원시 자연이 있는 소암골로 들어갑니다. 반구대로 가는 도로에서 다리 아래 계곡으로 내려섰습니다. 오묘하게 생긴 천혜의 퇴적암 바위가 환상적입니다. 감동하고 놀라며 유희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층층이 쌓인 바위와 물이 만들어 낸 소암골은 한껏 신비를 선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연댐 건설로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처럼 고래와 호랑이 바위그림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신비의 계곡에서 호강을 했습니다.

7천 년 전 신석기 원시 시대 선사인이 된 듯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청수가 흐르는 주암계곡의 소에는 알에서 깨어나 까맣게 놀고 있는 개구리 새끼들이 유영하는 천혜의 자연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눈길 주는 곳마다 감동을 일게 하고 오만 가지 상상을 하게 했습니다. 수몰로 마을 사람들이 떠난 반세기 동안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계곡이 자연의 시간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위쪽에는 연화산을 오르는 등산길이 보였습니다.

전통농업의 수로였던 봇도랑은 실향민들의 흔적이었습니다. 인도를 따라 30여 분 걸으니 다섯 가구가 있는 부락이 나왔습니다. 목줄을 맨 개들이 불청객이 왔다고 사납게 짖으며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그리워 짖는 소리라 여겨져 씁쓸했습니다.

잘 닦인 산림도로를 따라 산을 넘으면 두동면이 나오고, 연화산으로 가는 등산로이며, 대곡박물관에 갈 수 있습니다. 소암계곡을 벗어나는데 소도같이 신령한 소암골 바위들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막 피어난 철쭉이 유혹하는 꽃길을 걸어 귀가했습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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