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어 특별한 분위기가 만들어 진 '삼정생태공원'

대전광역시 대덕구에 있는 삼정생태공원은 여느 때보다 적막했습니다. 비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던 날, 저는 새롭게 장만한 사진 촬영 보조 장비를 착용하고 조심스레 프로방스풍 건물 진입로를 따라 동서트레일 20·21구간을 따라 걸음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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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마을회관 앞에는 공영 주차장이 있으며 항상 주차 공간이 비어 있어서 편리하게 애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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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는 나무 사이로 쉴 새 없이 떨어졌고, 나뭇잎마다 고인 물방울이 연신 우산으로 떨어져 툭툭 작은 소음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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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생태공원이 위치한 이 길은 ‘동서트레일’이라 불리는 국토횡단 숲길의 일부입니다. 산림청은 국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걷기 좋은 길을 제공하고, 국토 전체를 하나의 녹색 네트워크로 연결하기 위해 동서트레일을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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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출발해 동쪽 경북 울진 금강송면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약 849km의 장거리 도보길로, 대전 구간은 이 가운데 중부권을 통과하는 중심 구간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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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구는 이 트레일이 지나는 지역 중 하나로, 대청호를 따라 조성된 20·21구간에는 대전 도심에서 보기 드문 자연과의 조화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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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산책과 걷기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로 조용한 활기가 도는 길이지만, 이날은 비 덕분인지 오가는 이 별로 없이 고요했습니다. 오직 장맛비만이 수질 정화를 위한 연못의 풍경의 주인처럼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부들 사이로 이제 막 핀 수련이 비를 맞으며 애처로운 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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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풍 건물 앞 작은 정원에는 사유지라는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가끔 이곳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흔적이 남아있는 곳을 볼 수 있었고, 낡아 있던 물고기 모양 장식은 옆 구석으로 옮겨 놓고, 새것으로 교체한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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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생태공원의 특징 중 하나는 생태적 다양성입니다.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식생들과 습지 식물들은 비에 더욱 생기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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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산책로 중간, 비교적 울창한 나무 아래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독버섯으로 보이는 버섯 무리였습니다. 흰색 갓을 지닌 작은 버섯들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일부는 빗물에 눌린 듯 갓이 기울어져 있거나 찢어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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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장마철의 산책로는 생명의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버섯이나 이끼, 곤충들이 빗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나무와 돌, 풀 한 포기조차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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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보던 산책로 나무들이지만, 유난히 비에 젖은 나무의 표피가 도드라지게 보여서 강한 인상을 풍기는 숲길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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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로 활용되는 정자에 도착했습니다. 사방이 뚫려 있어 시야가 탁 트이고, 그 안쪽에서 바라보는 대청호는 빗속에서도 그 고요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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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표면 위로는 잔물결과 함께 빗방울이 동심원을 그리고 있었고, 멀리에는 물안개가 피어올라 몽환적인 신비한 분위기가 연출되길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세찬 비로 바지만 적시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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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책을 마치고 돌아보니, 비 오는 날의 트레일 구간 중 '대청호 둘레산길'은 오히려 자연의 깊이를 더욱 진하게 드러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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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장마철에는 미끄러운 산책로나 독버섯, 해충 등 주의할 요소가 많기에 방문 시 안전한 복장과 방충 준비를 철저히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비에 젖은 자연 속에서는 무엇을 채집하거나 만지기보다는 그저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지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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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항상 볼 수 있는 보트 중 하나는 퍼붓는 빗방울을 보트 안으로 모두 품은 채 처연하게 놓여 누군가를 기다리는 느낌이 항상 쓸쓸함을 연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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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생태공원과 동서트레일 20·21구간은 맑은 날에만 걷는 길이 아닙니다. 비 오는 날에도 또 다른 풍경과 분위기로 맞이해 주는 이 길은, 때로는 정적인 자연의 스케치북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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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장점은 대청호 가까이에 다양한 분위기의 카페가 많아 더위를 피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며 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평소와는 다른 감각으로 자연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장마철의 트레일 산책도 한 번쯤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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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덕구민 기자단 '안성진 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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