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 2023 봉화군청 서포터즈 ] 우곡성지와 사라진 비밀 메세지
우곡성지
2023 봉화군청 서포터즈 안수현
오늘의 봄나들이 장소는 천주교 우곡성지입니다.
수련원, 피정집, 성지라는 단어가 지금부터 방문하는 곳이 일반 관광지와는 다름을 보여줍니다. 저는 오늘 딸아이와 봄산책을 하러 이 곳에 왔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종교적 경험을 하기위한 곳이니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싶었어요.
우곡성지의 입구에는 성지 안내도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그리고 이 우곡성지가 만들어지게 된 수덕자 홍유한의 동상이 서있었습니다.
“영남의 명산인 문수산 중턱에 자리잡은 이곳 우곡성지는 천주교 신앙생활을 처음 실천하셨던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농은 홍유한 선생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사실 천주교도가 아닌 제가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지오캐싱(Geocaching)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Geo(지형)+cache(은닉처)라는 말이 보여주듯, 지오캐싱은 인터넷과 GPS 기기를 사용하여 보물찾기를 하는 겁니다. 풍경이 아름답거나, 의미있는 장소에 캐싱을 숨겨두면 앱에 남겨진 대략적인 지도와 힌트를 가지고 캐싱을 찾게 되지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인데, 우리나라에도 들어와있습니다. 지도를 찾아보면 봉화군에는 두 개의 캐싱이 숨겨져있습니다. 하나는 승부역에 숨겨져있고, 또 하나가 오늘 찾아간 우곡성지에 숨겨져있습니다.
우곡성지를 누르면, 이렇게 힌트를 볼 수 있습니다. 힌트는 "edge of the steel bridge, magnetic"이라고 되어있네요. 철로 만든 다리에 끝에 자석형태로 캐싱을 붙여서 숨겨놓은 것 같습니다. 함께 오늘 캐싱을 찾으러 간 딸에게도 힌트를 알려주고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합니다.
우곡성지의 입구에서 얼마 올라가지 않아 붉은 철로 만든 다리가 나왔습니다. 딸과 함께 이리 저리 다니며 어디 자석으로 조그마한 상자가 하나 붙어있지 않나 한참 찾아보았는데 흔적조차 없습니다. 생각보다 지오캐싱을 찾는게 쉽지 않을 것 같네요. 한참을 뒤져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길래 앱을 켜서 다시 확인해봅니다.
앱을 켜서보니 저는 저 아래쪽 화살표에 있는데, 캐싱의 위치는 200미터 떨어져 있네요. 아마도 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다른 철로 만든 다리가 나오나봅니다. 하하하. 엉뚱한 곳을 뒤지고 있었어요.
지도를 따라 200미터쯤 이동했더니 칠극의 길이 있고 그 앞에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지오캐싱 맵에서 12미터 남았다고 하는 걸 보니 이 다리가 맞습니다. 이 다리의 어딘가에 캐싱이 숨겨져있는거지요. 근데 다리가 철골이 아닌 것 같아 “이상하다 나무다린데?” 하니 딸이 아니랍니다. 나무를 덧대놨을 뿐, 골조는 철골이 맞더라구요. 딸과 함께 다리를 왔다갔다 하면서 어디에 캐싱이 붙어있는 면밀하고도 세심히 다리를 뒤져봅니다.
그렇게 한 삼십분은 샅샅이 찾았는데 안타깝게도 찾지 못했습니다. 야속하게도 자석으로 철골에 붙어있어야 할 캐싱은 보이지 않고, 도롱이 애벌레들만 여기저기 다리에 붙어있네요. 저와 딸이 지오캐싱을 처음 찾아보는지라 서툴러서 못찾은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쩐지 지오캐싱이 소실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칠극의 길 앞에 있는 이 다리도, 원래는 아래쪽에서 봤던 다리처럼 그냥 철골로만 된 다리였는데, 데크를 덧붙여 레노베이션을 한 것 같아요. 그 과정에 철골 어딘가에 숨겨놓았던 캐싱이 소실되었겠죠.
첫 지오캐싱을 나서며 기대 만땅으로 두근거렸는데 어쩐지 좀 실망스럽습니다. 지오캐싱 앱에다가는 제가 못찾았다는 기록을 남겨놨습니다. 파란색으로 실망한 얼굴 아이콘이 뜨네요. 이제 이렇게 되면 이 캐싱을 숨겨놓은 분이 와서 확인하시든, 다른 분들이 확인하시든 해주실테니 캐싱이 소실된게 맞는지 아니면 제가 못찾은 건지 알게 되겠죠.
비록 캐싱은 못찾았지만, 늦봄의 따사로운 햇살을 칠극의 돌들이 받아 하얗게 빛나네요. 홍유한 선생은, 한국에 천주교 교리가 온전히 들어오기 전부터 이 칠극의 도를 따라 수도생활을 했다 하지요. 칠극은 다음의 일곱가지를 극복하는 걸 말한답니다.
칠극(이겨내야 할 일곱가지)
1. 복오: 교만을 억누르다.
2. 평투: 질투를 가라앉히다.
3. 해탐: 탐욕을 풀다.
4. 식분: 분노를 없애다.
5. 색도: 탐을 내어 먹고 마시는 것을 막아내다.
6. 방음: 음란함을 막아내다.
7. 책태: 게으름을 채찍질하다.
칠극이 새겨진 돌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걷다보니, 비록 지오캐싱의 메시지는 사라졌어도 홍유한 선생이 후대에 남기고자 한 메시지는 이렇게 생생히 살아 남겨졌으니 되었다 싶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한 번 승부역에 캐싱을 찾으러 떠나봐야겠습니다. 그곳에서는 부디 메시지가 사라지지 않았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어디 좋은 장소가 있으면 저도 캐싱을 숨겨놓을까봐요. 봉화에 놀러오시는 분들이 소소하게 즐길 거리가 더 늘어나게 말이지요.
천주교우곡성지
- #봉화
- #봉화군
- #봉화군청
- #봉화군청서포터즈
- #봉화관광지
- #봉화가볼만한곳
- #봉화여행
- #봉화우곡성지
- #봉화천주교우곡성지
- #우곡성지
- #천주교우곡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