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약수탕

2023 봉화군청 서포터즈 안수현

봄볕이 따스하다 못해 더울 정도인 어느 토요일, 초3 딸랑구와 함께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오늘은 봉화의 이곳저곳을 구석구석 다녀볼 생각인데 첫 번째 목적지는 오전 약수탕입니다.

오전 약수탕은 지난 여름 스치듯 잠시 머물다 지나갔던 곳인데, 계곡과 어우러진 청량하고 매력있는 장소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초봄의 오전 약수탕은 또 어떨까 기대됩니다. 많은 분들이 봉화하면 백두대간 수목원을 떠올리실 것 같은데, 오전 약수탕은 백두대간 수목원에서 주실령을 넘어가면 나온답니다.

수목원을 즐기시고, 오전약수탕으로 이동하셔서 약수도 드시고, 계곡을 비롯한 자연도 즐기시며 식사 혹은 차를 마시며 쉬시기에 딱인 코스죠. 해발 780m의 주실령을 넘어가는 고갯길 운전은 경사도 16%를 자랑하는 급경사 구간도 있어서 운전하기에 꽤나 재미진 곳입니다. 북적이는 길이 아니라서 풍경을 즐기며 아름다운 산세를 눈에 담으며 운전하기 좋습니다.

그렇게 십분만 차로 이동하시면 오전 약수탕이 나옵니다. 주차장이 아주 넉넉하고 공중화장실도 잘 구비되어 있어요. 주차하고 내리니 쉬어가라고 정자도 있고, 곳곳에는 보부상 동상들이 서있습니다. 차로 넘어와도 고갯길이 가파른게 느껴졌는데, 예전에 보부상들은 저렇게 큰 짐을 지고 어떻게 걸어 넘어온 것일까요.

오전 약수탕에 가려면, 주차장 건너편으로 길을 건너셔야 합니다. 그러면 이런 약수탕 안내판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이곳에서부터는 계곡을 따라 200m만 걸어가면 약수터가 나오는데, 그 길이 잘 정비된 완만한 경사로라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없이 다녀오실 수 있습니다.

딸랑구는 날이 따스하다못해 덥다며 저렇게 웃옷을 벗듯이 걸쳐입곤 신이나서 앞서 갑니다. 초봄이라지만 아직 겨울을 다 벗어내지 못해 나무들이 앙상하네요. 작년 여름에 왔을 땐, 이 곳에 나무들도 무성하고, 계곡도 흘러내려 참 시원한 인상을 받았는데 오늘은 어딘가 앙상하지만 따뜻한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오전 약수탕은 왜 오전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오전에 방문해야 해서...는 아닐테고 말입니다. 마침 궁금하던 차에 적절히 안내판이 나와주었습니다.

“오전약수탕이 있는 마을은 예전에 쑥밭이란 뜻에 애전으로 불리던 곳인데 이 쑥밭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이곳 약수물이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하여 문둥병 환자들이 약수를 먹고 몸을 씻고 이 지역에 있는 쑥으로 피부에 뜸을 뜨고 달여 먹고 하여 병을 고쳤다는 말이 전해내려오고 있어 쑥밭이라 불렸다 한다. 전설에 의하면 오전 약수터는 물야면 오전리 후평장과 춘양 서벽장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던 봇짐장수 곽개천이라는 사람이 서벽장을 보고 주실령을 넘어 후평장으로 가던 어느날 쑥밭에서 잠이 들었는데, 꿈에 산신령이 나와 이르기를 "네 옆에 만병을 통치할 수 있는 약수가 있다"고 하였다. 잠에서 깨어 옆을 보니 과연 약물이 솟고 있었고, 조선 제 9대 성종때 발견된 이 약수는 이듬해 가장 물맛이 좋은 약수를 뽑는 대회에서 전국 최고의 약수로 뽑혔다고 한다.“

한줄요약 : 쑥이 많아 애전으로 불리던 지명이 변형되어 오전이 되었고, 약수터는 자연스레 그 지명을 따라 오전 약수터가 되었다.

봄볕을 맞으며 기분 좋게 걷다보니 약수터가 나왔습니다. 200m는 짧아서 아쉬울 정도입니다. 약수터 앞 식당에 쌓여있는 물통을 보니 어려서 약수터에 물뜨러 다녔던 추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약수터에 방문하신 어르신들이 저 커다란 물통에 약수를 채워 두세분이 함께 들고 나르시더라구요.

물통 외에도 이곳이 유명한 약수터구나 하고 느끼게 해주는 건 또 있어요. 약수터를 둘러싸고 각종 식당들이 포진해있더라구요. 사실 이런 약수터에 왔다면 봄맞이 산채비빔밥이나, 약수로 만든 삼계탕을 먹었으면 참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초등학생 따님은 그런 메뉴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왜때문에 너랑 다니면 늘 너가 먹고 싶은 걸 먹는 것이냐...

약수터에는 주황색으로 변해가는 거북이 한 마리가 약수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딸랑구는 한 모금 먹어보더니 맛이 신기하다며 한 번 더 먹어보더군요. 그러더니 여기에 콜라를 타먹고 싶다며 약수가 달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하하하하하. 봉화군청 여러분, 약수터 옆에 콜라원액 좀 준비해주세요. 약수에 희석시켜 먹게요. 하하하하하. 약수터 정자 오른쪽에는 이 약수터를 발견한 보부상을 기념하는 작은 석상들이 있네요.

약수도 마셨겠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메뉴를 먹게 되어 신이난 딸랑구는 콧노래를 부르며 저만큼 앞서 갑니다. 뭘 먹기로 했기에 이다지도 신이 났을까요. 바로바로....

참나무 화덕피자입니다. 비록 제가 원하던 약숫물로 만든 산채비빔밥이나 삼계탕은 아니지만, 이 피자 도우를 약숫물로 반죽했다하니 위안을 삼기로 합니다. 점심 특선으로 치킨 스테이크도 하는데, 제가 도착했을 땐 이미 매진이었습니다. 주말에는 손님이 정말 많아, 점심시간을 피해 한 시 넘어 갔는데도 대기를 해야 하더라구요.

가게 안의 모습은 이러합니다. 참나무 장작 담 저편에는 열심히 피자를 만들어 화덕에 넣고 계셨고, 실내외 좌석들은 손님들로 북적했어요. 평소에도 대기하시는 분들이 많은지, 따로 대기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곳에 족욕 설비가 보입니다. 대기하는 동안 족욕도 가능한가 싶어 여쭤봤더니 안타깝게도 현재는 족욕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메뉴판은 이렇습니다. 주 메뉴는 피자 네 종류와 점심특선 치킨 스테이크가 전부입니다. 전 딸과 둘이 갔으므로 피자만 하나 시켜서 둘이 나눠먹기로 합니다.

짜잔.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된 마르게리따 피자입니다. 약수 덕분인지는 몰라도, 도우는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임실치즈는 언제나처럼 옳습니다. 옳고 말구요. 요즘 서울에 가면 화덕피자를 1인분, 혹은 1.5인분 정도로 자그마하게 파는 경우가 흔해서 혹시 둘이 먹기 적을까봐 걱정했는데 넉넉한 레귤러 사이즈로 나왔습니다. 둘이 잔뜩 먹고도 남아 종이 상자에 싸왔어요.

그렇게 즐거운 기억을 뒤로하고 오전 약수탕을 나와 차를 몰고 조금 내려가다보니 물야 저수지가 나왔습니다. 아직은 나무들이 앙상하지만 이곳은 봉화군에서 손에 꼽는 벚꽃 명소랍니다. 아마도 3월 말이나 4월 초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이 바람을 맞을 때마다 꽃비를 나릴거에요. 그 때가 되면 또다시 딸의 손을 잡고 이 곳에 한 번 와봐야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한 번 와보세요.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계곡이, 가을에는 산이, 겨울에는 눈이 멋질 오전 약수탕이랍니다.

오전약수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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