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사는 집


익산 여산면 원수리 용리산 자락에 서향으로 자리한 가람 이병기 생가문학관을 찾았습니다.

가람 이병기(1891~1968) 선생을 모르시는 분도 많겠지만,

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분이라면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조 <난초>를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겁니다.

당시 16편의 시조가 수록돼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최다 작품의 주인공이 바로 이병기 선생인데요,

오늘 이병기 생가와 기념관을 통해 이병기 선생을 만나보겠습니다.

가람 이병기 생가와 문학관 투어는 이병기 선생 상을 먼저 만나고

동상 뒤쪽 언덕에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은데요, 의미가 있는 묘소입니다.

이병기 선생의 묘는 생가 바로 뒤에 있는데요, 1891년 생가에서 태어나 1968년 작고 후 생가 뒤편에 묻히셨습니다.

바로 생가를 내려다보는 위치인데요, 선생의 묘가 있음을 알리는 백비가 있습니다.

보통 비석은 묘 바로 앞에 세우는데, 선생의 묘는 가운데 있고 비석은 모퉁이에 있습니다.

후손이 거주하는 집 뒤에 있어 바로 올라와도 되겠지만, 애둘레 빙 돌아오게 길을 냈는데요,

바람에 서걱대는 대나무숲 사잇길을 오가며 생전에 '비석을 크게 만들지 말라'라는 유언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생가 초입에 커다란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선생의 대표적인 시 창(窓)인데요,

단절된 공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유일한 공간인 창(窓)의 의미를 3수의 시로 남겼습니다.

창을 눈으로 삼고, 창이 벗이나 스승보다 나를 더 잘 알고, 그러한 창 앞에서 임종을 하겠다는 다짐인데요,

각자의 집에 있는 창을 통해 선생의 시 창(窓)의 의미를 알아보면 좋겠습니다.

장방형의 연못에 수련이 피고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람 이병기 생가를 여름에 와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생가에 들어가기 전 주변을 먼저 돌아봅니다.

여름 꽃 자주 루드베키아, 가자니아, 자운영, 능소화가 자그마한 정원에 가득 피어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마치 봄꽃으로 화려한 날 찾은 것처럼 반가운데요,

시조 시인의 생가를 방문해 조금 무겁다 생각했는데 뜻밖의 환대입니다.

선생의 생가는 전면에 사랑채와 모정 후면에 안채와 고방채(광) 등 네 채의 소박한 초가인데요,

사랑채는 수우재(守愚齋) 모정은 승운정(勝雲亭)입니다.

생가에서 유일하게 출입을 허락하는 모정에서 바라본 풍경은 예스럽습니다.

모정 바로 옆에는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탱자나무도 있는데요,

선생의 고조부가 충남 논산에서 내려와 마을에 초가를 짓고 정착하면서 심은 나무라고 하니

수령은 200살도 훨씬 넘었겠습니다.

사랑채는 수우재(守愚齋)는 한자 그대로 '어리석음을 지키는 집'이란 뜻이지만,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사는 집'이란 뜻이기에 선생의 평소 품성을 잘 알 수 있는 현판입니다.

안채는 ㄱ자 형태로 기단이 상당히 높습니다.

마루에 서면 사랑채 너머 마을 들판을 지나 멀리 천호산(501.1m)까지 시원스럽게 보이는데요,

문외한의 눈으로 봐도 풍수지리 명당으로 보입니다.

고방채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장독대도 여전한데요, 특이한 점은 사랑채가 모두 안채 쪽으로 문이 있어 앞뒤로 모두 드나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입문 옆으로 사랑채가 함께 있지만, 앞 쪽에 방문이 있어 행랑채,

또는 문간채라고 부르기 어렵고 안채로 드나드는 방문도 있어 특이한 사랑채입니다.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 탐방을 마치고 가람 문학관에 왔습니다.

선생의 호는 가람(嘉藍)으로 1891년 3월 5일 여산면 원수리에서 태어나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13년 경기도 남양공립보통학교 훈도를 시작으로 전주와 여산에서 교편생활을 하며

국어국문학 및 국사에 관한 문헌을 수집하고 시조를 연구하며 창작했다고 합니다.

1920년대 서울로 옮겨 동광고보와 휘문고보에서 교사로 근무했고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도 치렀습니다.

광복 후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전쟁 이후 전북대학교 문리대학장을 지내다 1956년 정년퇴임했는데요,

평생을 시조를 연구하고 창작하는 등 시조 혁신을 위해 노력했으며 가람 문학관에서 유심히 볼 자료는

19세인 1909년 4월부터 1966년 6월까지 58년간 써 내려간 가람 일기입니다.​

가람 일기는 반세기 동안 국학계의 조감도, 문단사의 측면사, 고문헌의 문헌사 등

국문학의 발전과 함께 한 기록으로 100년 후 보물을 준비하는 서울 미래유산인데요,

조선시대 미암 유희춘(1513~1577)의 11년간 일기가 보물이듯 가람 일기도 100년 후 보물이 될 것입니다.

2023년 익산 방문의 해 여산면 가볼 만한 곳 일번지가 바로 가람 문학관입니다.

가람 문학관에서 출발해 여산남부교회, 여산향교, 백지사 터, 여산동헌,

여산초등학교, 여산성당, 여산숲정이, 여산시장, 여산양조장으로 이어지는 여행 코스인데요,

오늘 그중 가람 문학관과 이병기 선생 생가를 찾아봤습니다.

가람 이병기 생가와 문학관

익산시 여산면 가람1길 64-8

063-832-1891


글, 사진 = 김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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