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블로그 기자단 유명숙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겨울을 재촉하는 11월, 낮의 햇살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석촌호수 아뜰리에’(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191)를 찾아가는 중이다. 호수에 다다르자, 산책로에 일제히 가로등이 켜지고 잠시 시차를 두고 곳곳에 놓인 모든 조형물에 불이 켜졌다. 불빛들이 어둠을 환히 밝힌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길을 재촉하자 곧바로 눈앞에 ‘석촌호수 아뜰리에’가 존재를 드러내며 반긴다.

<7080콘서트 석촌다방>은 ‘7080’과 ‘다방’을 함께 사용한 의미가 한순간에 그대로 각인되는 공연이다. 7080이란 단어는 그저 입 속으로 달막거리기만 해도 중·장년 세대에게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젊은 세대에게는 7080년대에 즐기던 음악의 장르를 감상하는 기회가 된다. 거기에 그 시절을 소환하는 추억을, 한 잔의 차를 찾던 다방의 모습으로 재현했다. 이 모두를 작업실, 공방(工房)의 뜻을 지닌 송파의 자랑인 석촌호수에 예술 관련 공간으로 마련한 ‘석촌호수 아뜰리에(Atelier)’에서 진행된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세대 간 문화적 공감 및 소통의 장으로 마련한 <7080콘서트 석촌다방> 공연은 존재하는 모든 시간을 멈춘 듯 그 시간으로 몰입하게 했다.


공연은 2023년 11월 19일(일), 25일(토), 26일(일) 이렇게 3일 동안 진행되었다.

11월 25일 오후 7시, 3일 다방을 오픈하는 날 중 두 번째 날이다. 첫날이 공연을 알리는 시작이라면, 두 번째의 날은 공연이 정점을 향해가는 피크로 중심을 보여주고, 세 번째의 날은 귀결이라는 나름의 생각으로 두 번째 날을 선택했다.

입구에 공연 진행자들이 환하게 웃으며 좌석을 체크하고 입장객을 맞는다. 수용인원 110석이 마련된 아뜰리에에 순식간에 입장객이 들어와 채워진다. 친구, 동료 또는 부부로 이뤄진 관람객이 순식간에 자리를 찾아 앉는다.

무대는 소박하고 잔잔했다. 그 시대를 그대로 재현한 듯했다. 무대 배경이 된 벽에 당대 유명한 국내 또는 외국 가수들의 모습이 당당하게 드러났다. 공연 전 막간을 이용하여 DJ가 음악을 트는 듯 아틀리에 공간이 송창식의 <피리 부는 사나이>, <나비 소녀>,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등 7080의 상징인 음악으로 채워졌다.

영업 중이라는 입간판에 새겨진 ‘추억한잔 석촌다방’은 그 시절의 향수를 담아 커피, 냉커피, 율무차, 생강차, 쌍화차, 인삼차, 코코아, 우유 메뉴가 ‘25일’ 날짜를 알리는 일력 아래 값이 표시되어 걸려 있었다.


25일 공연자는 두 팀이었다. 한 팀은 90년대를 살고 있다고 밝힌 풋풋한 두 청년으로 이뤄진 ‘쌀로’였다. 또 다른 팀은 부부가 하나가 된 ‘마음자리’였다.

‘쌀로’가 전반부를 맡았다. 기타를 연주하는 싱어는 싱그러운 풋사과를 연상하게 했다. 싱어는 한 곡이 끝나고 새로운 곡을 연주할 때마다 긴장인지 다짐인지 모르는 숨을 고르며 곡을 이어갔다. ‘쌀로’ 그들이 부르는 7080은 그 세대를 경험하지 않은 목소리에서 떨려오는 여림이 있으나, 오히려 더 잔잔하게 노래에 집중하여 몰입하게 했다. 그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표현해 낼 수 있는 소리로 여린 한 줄기 빛과 혼을 담아 깊게 깊게 들려주는 노래에는 진정성이 어렸다.

<회상>,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너의 의미>, <언젠가는>, <사랑은 늘 도망가>,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리고 결국 영상 녹화를 누르게 한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람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들었을 때는 노래가 가슴이 먹먹하도록 고요하게 내면으로 파고들었다. 두 청년 ‘쌀로’가 기타와 함께 잔잔히 음악의 하이라이트를 강조하듯 한 번씩 카혼의 징을 치어 경쾌한 소리를 남기며 보여준 무대는 참으로 아름답고 풋풋하게 가슴을 울렸다. 후세대가 선세대를 아우르는 느낌이었다.


다음 팀은 ‘마음자리’였다. 부부로 이뤄진 마음자리는 먼저 남자분이 리코더를 불며 음악을 열었다. 아내와 둘이 기타를 치며,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같은 길을 공감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좋았다. 그들이 노래로 불러내는 추억 속에는 깊은 한이 서린 당대의 숱한 이야기를 기억하게 했다. <천년바위>, <가을 사랑>, 서유석이 형수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사람>은 훈훈한 사연이 더해져 더욱 귀를 기울이게 했다. 이어진 <어서 말을 해>, <통나무 집>, <이룰 수 없는 사랑> 그리고 김정호의 <하얀 나비>는 대학 시절 음악 들으러 다녔던 명동의 한 음악다방을 가슴 속에서 불러냈다. 그리웠다. 유명을 달리한 김정호가 가슴에 아리게 파고들었다.

<모란동백>, <일어나>에 이어 마음자리의 자작곡 <노래가 좋다 좋아>를 피날레로 공연은 모두 끝이 났다.


공연장 아뜰리에를 나서자 바로 보이는 석촌호수의 야경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며 눈길을 잡았다. 누군가가 아뜰리에 게시판을 주시한다. 아마도 다음 공연을 기대하는 듯하다.

앞으로도 ‘석촌호수 아뜰리에’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다음은 누구의 이야기가 새겨질지 궁금함을 갖고 오늘 25일 이야기를 남긴다.

9시가 되어가는 깊어지는 밤, <7080콘서트 석촌다방>을 나와 집을 향해 발길을 서두르며 마음 깊이 공연의 여운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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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송파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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