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제안한다.

‘지방의료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제안한다.

심재국 평창군수

강원 평창군은 서울보다 2.4배나 되는 면적에 적은 인구가 흩어져 지내고 있다. 그런만큼 폭넓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요구됨에도 관내에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어 보건소에 병원 기능을 추가한 ‘보건의료원’을 군(郡)에서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군에서 연구 용역을 통해 진행한 분석을 보면, 보건의료원 기능을 강화해 투석실, 재활치료실 등을 갖추고 주민에게 긴요한 서비스를 공급하려면 2025년 기준으로 연간 46억~70억 원의 추가 예산 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건강보험은 주로 서비스 제공량에 비례해 보상한다. 이 때문에 평창군 같은 지역의 경우 현실적으로 이용량이 많지 않은 진료과목은 건강보험 수가만으로 운영할 수 없다. 결국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예산이 추가로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평창군은 보건의료원 외래진료실 운영을 위해 연 15억 원의 의사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정의학과와 외과 외에 소아과와 정신과 외래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두 과는 평창군 전역에서 유일하게 보건의료원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그러함에도 이 두 개 과의 일일 방문 환자 수는 건강보험 수가만으로 운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응급실도 마찬가지이다. 평창군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곳이지만, 야간에 방문하는 환자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즉, 응급실, 소아과 외래, 정신과 외래는 건강보험 수가로만으로는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다. 그렇다고 평창군의 유일한 응급실과 소아과 진료실, 정신과 진료실이 문을 닫아야 하겠는가?

이렇듯 건강보험으로 의료 취약지의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제공할 수 없다면, 필수의료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가칭)지방의료재정교부금법’을 제정을 제안한다. 이는 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취지를 차용한 것으로, 의료서비스를 균형있게 제공하기 위해 의료취약지역 지방자치단체에 의료기관을 설치·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교부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의료취약지역 지자체는 이 교부금으로 공공 의료기관의 운영비나 인건비를 충당하거나 응급실, 소아청소년과 등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민간 의료기관에 보조금 형식으로 지급할 수 있다. 또 공공 의료기관이 없는 의료취약지역은 교부금을 통해 공공 의료기관을 설치할 수 있고, 이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아닌 일차 의료와 만성 질환 관리에 특화된 의원급 의료기관 설치를 우선 추진할 수 있다.

제안한 의료재정교부금에 대해서는 예산이 신설되면 가장 좋은 안이 되겠지만, 재원이 문제된다면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싶다. 학생 수가 줄고 폐교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2024년 기준 68.9조인 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의료재정교부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예를 든다면, 담배 1갑당 443원으로 책정되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사용되는 ‘지방교육세’를 ‘(가칭)지방의료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간 약 1.5조 원의 지방의료재정교부금이 확보되고, 의료취약지 기초지자체에 연간 50억~100억 원 정도의 예산 지원이 가능하게 된다.

우리 군에 이러한 교부금이 지급된다면, 앞선 연구 용역에서 제안한 보건의료원의 기능 강화와 의료진 추가 모집에 이 교부금을 사용하여, 의료취약지역에 거주하는 군민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한다. 덧붙여 이는 절대 교육을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료 현실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양지해 주길 바란다.

지방의료재정교부금으로 지역의료, 특히 예방과 건강증진이 강조되는 일차의료가 활성화된다면, 질병 예방을 통해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시말해, 지역의료에 대한 투자는 전체적인 의료비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좋은 방안이다. 또한 기초지자체가 의료-돌봄 통합서비스 제공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게 되면서,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에서 일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살던 지역에서 돌봄을 받는 체계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지역 필수의료는 ‘적자’를 메우는 관점이 아니라 적극적 ‘투자’의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교부금이 투입되는 만큼 지자체의 필수의료 책임 역시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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