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레트로 느낌이 남아있는 공주 근대문화유산의 산실 '옛 공주읍사무소' 방문기
공주 근대문화유산의 산실
옛 공주읍사무소
한때 공주역사영사관으로 쓰였던 옛(舊) 공주읍사무소는 공주 근대문화유산이 잘 보존된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건축물이다. 1923년 충남금융조합회 사무실로 건립되어 1932년 충남금융조합연합회가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1934년 5월부터 1985년까지 공주읍사무소로 사용될 만큼 역사가 깊은 곳이다. 1986년에 공주읍에서 공주시로 승격된 이후 시청 건물로 쓰였으며, 1989년 현재 공주시청 건물이 신축되자 민간에 매각되어 미술학원 등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공주시를 대표하는 근대건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공주시가 다시 매입하였고, 2009년에 국가등록문화재 제443호 '구 공주읍사무소'로 등록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구 공주읍사무소는 층고가 높은 2층 구조로 외관을 빨간 벽돌로 마무리하여 이 건물이 세워졌을 당시엔 주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이었을 것이다. 1989년 공주시청 건물이 신축되기 전까지 이곳을 중심으로 경찰서, 법원, 검찰청, 우체국, 관사 등 주요 기관과 금융기관이 자리하여 충남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소화해낸 곳이다.
공주 구도심 역사 문화 안내도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곳곳에 수많은 근대 건축물과 역사 유적들이 남아있어 추천 답사 경로를 따라 걷다 보면 새삼 공주시가 역사 도시라는 걸 느끼게 된다.
1923년에 이 건물이 지어졌으니 올해로 1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역사적 상징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놀랍기만 하다.
1층은 주로 전시실로 쓰이는데 2023년 3월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어둠의 시대를 밝힌 빛'이라는 주제로 서덕순·이상화·이인선 등 공주시가 배출한 인물들의 기증 기록물을 전시하였다고 한다. 공주 반죽동 당간지주 공원에서 보았던 율당 서덕순 선생 생가터에서 미쳐 알지 못했던 생애와 업적을 보니 반가웠다. 율당 서덕순 선생은 1892년 2월 6일 4남 2년 중 장남으로 출생하여 1910년 경술국치 이전에 동경 유학을 떠나 돌아온 이후 3.1 독립운동 당시 공주 지방 대표로 참가하였고, 민족계몽을 위해 야학운동에 힘쓰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회활동을 하며 충남도 최초이자 전국 3번째로 공주사범대학을 설립하는 등 충남 공주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밀라노에서 유학한 첫 한국 성악가이자 의사로서도 실력이 뛰어났던 이인선은 오페라 공연을 위해 생애를 다 받쳤는데 결국 1960년 간암으로 미국에서 타계하게 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대표작으로 알려진 이상화는 1901년 5월 22일 차남으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다고 한다. 1926년 절망적이었던 상황에서도 우리 만족의 비애와 저항을 주제로 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개벽 70호>에 발표함으로써 민족 시인으로 거듭난다.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위해 교육에 열성을 기울였지만 1943년 3월 21일 별세하고 만다.
당시 우리나라가 일어설 수 있는 길은 오직 교육을 통해 계몽하고 깨우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교육받고 높은 학구열을 보인 이유이기도 했다.
율당 서덕순 가옥도와 가계도가 자세하게 기록되었다. 서덕순 생가는 대지 343평 규모의 가옥 3동 80칸 한옥 건물을 가진 대저택이었다. 안채와 별채가 있었고 안에는 정원과 소형 연못이 있을 만큼 유복한 대지주의 건물이다.
1926년 당시 공주시가도를 미니어처로 재현하였다. 당시 건물을 촬영한 사진과 지도를 보니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들이 꽤나 인상적이다. 그만큼 사람들로 붐비고 활성화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2층으로 올라서면 아까와도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일제강점기 당시를 재현한 듯한 레트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높은 층고 아래에 고풍스러운 책상과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고, 공주읍사무소와 공주시청으로 쓰였던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듯 타자기와 전화기를 그대로 전시하였다. 오래된 국기함과 주판까지 새롭다.
전시 공간이기보단 관람객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 어울릴 법한 공간이었다. 마치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눠야 할 듯한 분위기와 빨간 벽돌과 지붕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 모습까지 과거로 타임머신을 떠난 기분이다.
중간엔 1980년대 보수 지급명세서와 봉급 지급명세서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당시 급여 수준을 보는 재미가 있다.
구 공주읍사무소 2층은 이젠 누군가의 추억에 남아있을 타자기와 선풍기, 망원경이 레트로 느낌의 인테리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1층 전시실과 다른 분위기의 2층은 누군가의 모임을 위한 공간이 되거나 책을 가져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구 공주읍사무소는 화강암 지대석 위에 주재료인 붉은 벽돌을 쌓은 후 안팎을 다른 재료로 꾸민 전형적인 조적도 건물로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 근대문화유산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등 건물이 가진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잊혀갈 뿐인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건축물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이제는 소중한 자산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어 주길 바란다.
공주읍사무소(구)
위치 : 충남 공주시 우체국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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