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의 봄은 늘 늦게 온다.

해발 900미터가 넘는 고산 도시답게

4월까지도 아침 공기가 쌀쌀하지만,

그 기다림이 길수록

봄은 더 짙고 향긋하게 찾아온다.

오늘은 설렘이 컸다.

‘2025 태백 천상의 산나물 축제’

첫날이었기 때문이다.

노란 돌고래 두 마리가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아치를 이루고 있었다.

알록달록 글자가 햇빛에 반짝인다.

축제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고도가 아닌 마음의 고도가 먼저 높아졌다.

첫 골목부터 곰취, 어수리, 두릅이

뿜어내는 풋풋한 내음이 코끝을 찔렀다.

방금 산에서 내려온 잎들은

수분을 머금은 채 윤이 났고,

상자마다 넘실대는 잎사귀가

청량한 리듬이 되어 축제장을 메운다.

맞은편 부스에는 한우 할인 판매장이 있다.

가격표를 확인하며 삼삼오오 줄 서 있는 사람들 틈새로,

전기 그릴에서 흘러나온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산나물과 한우,

그 단순하고도 강렬한 조합에 군침이 돈다.

파스텔 톤 목조 가판대가 알록달록 이어진 골목 끝,

어린아이와 젊은 엄마가 팔짱을 끼고

천천히 발맞춰 걸는다.

솜사탕 기계 모터 소리,

풍선이 터지는 소리,

그리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까지 뒤섞여

축제장의 흥겨움을 자아낸다.

머리 위 검은 와이어에는 형형색색 연등이 달려 있었다.

노란 연등엔

“다시 화려한 봄”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햇살을 받아 번들거리는 천 조각은

하늘과 땅을 잇는 메시지처럼 보였다.

‘생활개선태백시연합회' 부스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메밀어수리전 5,000원.

값이 착하니 발길이 갈 수밖에 없다.

커다란 양은 대야에 곰취와 참나물, 두릅, 눈개승마까지 푸짐하게 담긴 비주얼은

그 자체로 산의 단면 같다.

뜨거운 솥에서 퍼 올린 밥 위로 산나물을 수북이 올리고

들기름을 둘러 고추장으로 비벼먹는 상상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무대를 마주한 회색 플라스틱 의자는 아직 비어 있었지만,

음향 체크가 끝날 때마다 울리는 저음이 의자 등을 타고 전해졌다.

LED 스크린에 비친 축제 장면과 실제 풍경이 겹쳐지며,

곧 시작될 공연의 열기가 미세하게 퍼진다.

축제장을 벗어나

탄탄두렁길을 걸어 축제장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천막이 줄지어 선 장터와

그 위를 가로지르는 연등 줄이 하나의 꽃밭을 이룬다.

‘장성 탄탄마을'이 든든히 서 있고,

초록으로 덮인 산등성이가 그 뒤를 감싸 안았다.

돌아오는 길,

길섶에서 야광나무 꽃이 고개를 내밀었다.

투명한 잎맥 사이로 빛이 스며드는 모습이

도시 전체의 설렘을 응축한 듯했다.

산나물 한 단에 밴 향처럼,

태백의 봄도 각자의 집으로 스미며

식탁 위에서 다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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