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울(日羅洞)마을의 역사』출판

충남 공주시 의당면 의당로 1281-1


2022년 10월 19일, 공주시는 홈페이지에 <공주시 의당면 덕학리, '이라울 마을의 역사' 발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게시했다. 마을지인 『이라울 마을의 역사』는 주민들이 이용했던 시설, 주민들의 삶의 발자취가 남겨져 있는 각종 민속자료, 마을의 자연환경 등 내용을 담아 마을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성됐다고 했다. 여기까지 읽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 기사화됐다고 낙담했는데, 저자에 관한 정보에서 두 눈을 의심했다. 마을지 발간은 4년째 이라울 마을 반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정순 씨가 직접 주민들을 취재하고 자료를 정리해 집필했다고 적고 있었다. 게다가 저자는 사비를 들여 마을지를 출간한 후 주민들에게 1권씩 무료로 배부하고, 의당면 행정복지센터와 의당면 우체국 등 관내 공공기관에도 기증했다는 것이다. 보도자료를 읽고 나서 『이라울 마을의 역사』와 저자가 궁금했다.

▲ 공주시 의당면 덕학리 이라울마을 입구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보도자료를 접하고 며칠 뒤 의당면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다. 공주시 의당면 덕학리 이라울 마을의 마을지라는 『이라울 마을의 역사』를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복지센터 직원 중 『이라울 마을의 역사』에 관해 아는 이가 없었다. 의당우체국에도 들러봤다. 여기서도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였다. 2023년 10월, 공주시 의당면 덕학리 이라울 마을을 지나치며 1년 전 있었던 일련의 헤프닝을 떠올리고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 공주시 의당면 덕학리 이라울 마을의 마을사를 정리한 『이라울(日羅洞)마을의 역사』는 2022년 9월에 발간되었다.

▲ 지난 4월 23일(수) 오후 2시, 김정순 회원이 '의당면 덕학리 마을사'라는 주제로 연구 발표 중이다.

그런데 올봄 뜻밖의 장소에서 한동안 잊고 있던 『이라울 마을의 역사』와 저자를 만나게 됐다. 4월 23일(수) 오후 2시부터 공주학연구원에서 공주향토문화연구회 회원의 연구 발표가 있었다. 이날 발표자가 『이라울 마을의 역사』를 쓴 김정순 회원이었다. 마침, 발표 주제도 '의당면 덕학리 마을사'였다.

발표는 『이라울 마을의 역사』를 토대로 이라울 마을의 어제와 오늘, 주민들이 이용한 시설, 주민들의 삶의 발자취, 아름다운 이라울 자연환경, 가가호호 우리 집 자랑이라는 소주제로 예정돼 있었다. 본 발표에 앞서 발표자는 마을지가 제작되기까지의 소회를 밝혔다. 이라울 마을로 시집와 47년 동안 가본 적도 없는 마을 인근 주변 산을 누비고 다니다 독사에게 물릴뻔 하기도 했고, 멧돼지를 만나 소나무 위로 도망가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며 감회에 젖어 눈물을 보이자 현장은 잠시 숙연해졌다.

▲ 1914년 텃논, 학련동, 이라울, 덕재, 서대를 병합해서 덕학리가 되었으며, 이후 지금까지 덕학리 이라울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 두 그루의 느티나무 사이에 이라울 마을쉼터인 정자가 있다.

발표장 분위기가 정돈되고 김정순 발표자는 이라울(日羅洞)의 지명 유래부터 설명해 나갔다. '해가 머물다 가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라울 마울에 처음 터를 잡은 입향조는 인동 장 씨였다고 한다. 이어 고 씨, 연안 김 씨, 진주 강 씨, 부안 임 씨, 강릉 김 씨 등이 자리를 잡아 현재는 8개 성씨가 살고 있다고 한다.

▲ 자료 수집과 책 발간(1)

▲ 자료 수집과 책 발간(2)

이라울은 30여 호가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라울서당'과 '질마재 서당' 등 두 개의 서당이 있어 '학자마을'로 불렸다고 한다. 또한 1940년대 기독교가 들어와 공주시 의당면에서는 맨 처음 전파된 마을이라고 한다.

마을 특산물로 잎담배와 산수박이 유명했으며, 메밀 작목반도 늦게까지 활동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공주 특산물인 친환경 알밤 농사를 짓는 농가가 많다고 한다.

▲ 고운채(왼쪽)와 엉근채(오른쪽)

▲ 소빗

이라울 마을에서는 300여 마지기 논농사를 지으며 두레가 성했다고 한다. 생업과 관련한 주민들의 삶의 발자취가 소개되면서 현재는 흔히 볼 수 없는 종고래기, 다식판, 풍로, 가래, 바수가리, 극징이 날, 소구라 등의 농경 도구와 담배건조장에 관한 소상한 설명이 이어졌다.

▲ 의랑초등학교는 세종시 장군면에 편입되었다.

주민들이 이용한 시설 중에 관심을 끈 것은 현재는 세종시 장군면에 편입된 '의랑초등학교'다. 1947년 개교해 2022년에 75주년을 맞은 역사 깊은 교육기관으로, 이라울 주민들은 1967년 (덕학리에서 가까운) 도신리에 의랑초등학교 도덕분교장이 생기기 전까지 (먼) 태산리에 있던 의랑초등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1968년 승격 개교한 도덕초등학교는 현재는 폐교되어 그 터에 강백년문학관이 들어서 있다.

▲ 이라울 마을 청년들의 동학사(東鶴寺) 나들이

▲ 1972년, 나태주 시인이 지은 詩 '덕학리' 초고

『이라울 마을의 역사』 속 마을에 얽힌 추억사(史)는 김정순 발표자가 마을 주민들을 방문하여 인터뷰한 내용이 주로 실려 있었다. 이라울 버스정류장의 흔적, 야경의 추억, 퇴비증 등을 관심 두고 보았다.

연구 발표에서는 특별히 '나태주' 시인의 친필 시 '덕학리'가 소개됐다. 1972년, 나태주 시인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도덕초등학교의 모 선생님 댁에서 1박을 하고 가며 남긴 시(詩)라고 한다.

▲ 가가호호 우리집 자랑-효자 아들, 효자 사위

이라울 마을지에는 참전용사네 집, 100세 노모를 모신 효자네 집, 마을 유일의 3층 집 등도 실려 있다. 김정순 발표자는 주소, 자동차 번호판 등 개인 정보의 유출을 염려했다. 마을지를 혼자서 제작하며 미처 대비하지 못했기에 마음고생이 있는 듯하다.

▲ 자료 수집과 책 발간(3)

▲ 접골목꽃은 토종 야생화다.

이라울 마을지 『이라울 마을의 역사』 에는 김정순 발표자가 직접 촬영한 꽃과 산야초 등이 실려 있다. 발표자는 앞으로 꽃을 주제로 써 놓은 시들을 한 권의 시집으로 묶을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는 이 시집 또한 자비로 출간할 생각인 듯하다.

▲ 『이라울(日羅洞)마을의 역사』 의 저자인 김정순 (전) 덕학리 이라울 반장이 이라울 마을지를 소개하고 있다.

김정순 발표자에게 2023년부터 마을지인 『이라울(日羅洞)마을의 역사』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 일화를 전했다. 그간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며칠 전 저자는 일부러 시간 내서 개인 소장용으로 갖고 있던 책 한 권을 전해 주었다.

그토록 읽고 싶던 책을 받아 들고 곧바로 정독했다. 연구 발표에서 듣지 못한 이라울 마을사가 자세히 기술돼 있었다. 읽어 내려갈수록 4년간 무보수로 마을 반장을 역임하며 작은 농촌 마을의 역사책을 엮어내느라 숱한 감내의 순간이 있었으리라 짐작됐다. 시작은 미약했을지 몰라도 그 끝은 결코 미약하지 않았다. 이라울 김 반장님, 애쓰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촬영일: 2023.10~2025. 4.25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엥선생 깡언니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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