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블로그 기자단 김영문

❣ 송파로(Road), 여덟번째 이야기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이 지은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에는 성의 없이 이름 지은 풀꽃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개연꽃(가와호네,川骨)은 줄기가 통통한 게 마치 뼈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물(갯)에 자란다는 뜻의 '갯연꽃'으로 옮기지 않고 뜬금없이 '개연꽃'이라는 이름으로 번역해 놓았다. (중략) 어린 시절 소꿉놀이를 할 때 달걀프라이꽃이라고 불렀던 개망초는 히메조온(姬女苑)을 옮긴 것이다. 히메는 '어리고 가냘프며 귀여운 것'을 뜻하므로 '애기망초' 또는 '각시망초'로 옮겨도 좋으련만 '개망초'로 옮겨 놓았다."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에서)

코로나로 활동이 제한될 때 한강변이며 한강지천인 성내천이며 올림픽공원을 참 많이도 다녔다. 새로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새도 보이고 꽃도 보였다. 볼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작년에 보았던 그 꽃이 올해 그 자리에 또 피고, 작년에 거기서 노닐던 새는 올해도 거기서 살고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주머니에 먹이를 넣고 가 새가 오는 곳에 놓고 오기도 하고, 누군가 달아 놓고, 새들이 와서 먹도록 한 쇠기름 덩어리가 매달린 나뭇가지를 보면서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과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몇 장 정리하여 올린다. 꽃 이름을 정확히 알기 위해 <풀꽃이 좋아지는 풀꽃 책>(김진옥, 김진식),< 풀꽃이야기도감>(이영득) 등을 찾아보고 <국립생물자원관>, <Picture this>(식물 식별자 앱) 등과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등 인터넷 자료도 참고하였으나, 그래도 이름에 100퍼센트 확신이 없다.


꽃냉이

'꽃냉이'는 봄철에 피는 다년생 야생화로 매운냉이로도 불린다. 이 꽃은 주황나비와 녹맥흰나비가 특히 좋아하는 꽃이다. 성내천 둑방길 옆 풍성중학교에서 아산병원으로 이어지는 산책길 부근에서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유채꽃이 색깔만 다르게 핀 것처럼 보인다. 성내천 둑에 해마다 꽃이 피는 군락이 넓어지고 있다. 개나리가 필 때부터 피기 시작한 꽃이 5월 우거진 잡목 아래서 아직도 한창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꽃냉이의 꽃은 요정에게 신성한 존재라고 하여 꽃을 실내에 들여놓으면 불운을 가져온다고 여긴다. 그러니 산책길에 만나거든 꺾지는 말고 눈에 가득 담아올 일이다.

모나르다

'모나르다'는 귀화한 꽃이라고 한다. 북미 인디어들의 접신 의식에 사용되는 꽃이었다고 한다. 신들은 꽃을 좋아하나 보다. 근처에 가면, 향내도 솔솔 풍겨 나오는데 흔한 꽃은 아니다. 한강 산책 중 발견한 꽃인데, 해마다 그 자리에 피고 지며 초여름부터 피기 시작해서 가을까지 피고 지기는 계속한다. 잠실철교 남단에서 한강으로 내려오는 길을 따라오면 성내천이 한강 본류에 섞이는 부근에서 산책길이 세 갈래로 나뉘는 지점에서만 볼 수 있다.

모나르다를 베르가모라고도 부르는데, 주로 빨간색으로 핀 꽃을 베르가모라 부른다. 꽃집에서 정원수로 판다고 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뿌리줄기(근경)로 번식이 쉽다는데, 근경 팁을 잘라서 심으면 잘 자란다고 한다.

꼬리풀

'꼬리풀' 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다.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중앙과학관 식물정보 등에서 이와 매우 닮은 꽃을 꼬리풀이라고 한다. 등재된 사진을 보니 꼬리풀도 종류가 다양하고 생김새도 조금씩 다르다. 초여름부터 시작해서 여름 내내 한강변이나 성내천 변, 올림픽공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질경이

흔하다고 말하면 질경이를 모욕할까. 마당이나 길가, 논두렁, 들판, 환경이 척박해도 자라는 식물로 질기게 잘 자란다고 하여 이름도 질경이라고 한다. 식량이 모자라던 시절에 이 풀로 먹어 굶주려서 생기는 병을 다스렸다고 한다. 어린잎을 식용하며 약용한다. 질경이를 길장구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질경이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옛날 중국에서 전쟁 중에 군사들이 물도 마시지 못한 채 굶주리며 여러 날 행군을 할 때였다. 날이 갈수록 병사도 말도 지쳐 쓰러져 갔는데 원인은 몸에 수분이 부족해 생긴 습열병 때문이었다. 그대로 행군을 할 수 없게 되자 안타까운 마음에 말이라도 풀어 마음대로 다니게 했더니 2, 3일 후 말들이 생기를 되찾고 맑은 오줌을 누는 게 아닌가. 가만 보니 말들이 뜯어먹는 풀이 있었는데, 그게 질경이였다. 군사들도 이 풀을 먹고 생기를 되찾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질경이는 해독작용이 뛰어나서 신장, 방광 등에 약으로 쓰게 되었다는 이갸기다.

익모초

익모초는 이름 그대로 엄마에게 이로운 풀이라는 뜻이다. 여성에게 좋은 약초라는 이야기이다.다. 익모초는 더위를 다스리는 데도 유익했다. 옛사람들은 새벽에 내리는 이슬을 맞히고 그 이슬과 함께 짓찧어 즙을 내어 마시는 것으로 한여름 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특히 여성에게 좋은 풀인 익모초는 인체에 무해하여 중국에서는 300개 이상의 처방에 넣는다고 한다.

키가 자라면 1m 이상도 자라는 키 큰 풀이다. 꽃은 초여름부터 시작해서 여름 내내 피며 위쪽 잎겨드랑이에서 몇 개가 모여 피며, 연한 자주색이다.


노랑선씀바귀(가새씀바귀)

​가새씀바귀라고도 불리는 노랑선씀바귀는 노란색 꽃이 피는 선씀바귀라는 뜻이다. 선씀바귀는 흰색 꽃을 피운다. 씀바귀는 나물로도 먹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맛이 쓰다. 그러나 입맛 없을 때 쓴 나물을 먹어서 입맛을 돋우려 일부러 먹는 노인들도 있다.

볕이 잘 들고 풀밭이나 길가에서 주로 자란다.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져 각 가지 끝에 한 송이씩 꽃을 피운다. 노란색 꽃이 가장 잘 알려졌지만, 흰색이나 자주색 꽃을 피우기도 한다. 보통 씀바귀가 그런 것처럼 노랑선씀바귀 또한 볕이 충분할 때 비로소 꽃잎을 열고 해가 지기 전에 꽃잎을 오므리는데, 이는 곤충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에 맞춰 꽃을 피우는 충매화의 특징이다.

구릿대

구릿대는 당귀와 비슷하게 생겨서 '개당귀'라고 부르기도 한다. 식물 이름에 '개'를 붙인 것은 붙 보통 본디 식물만 못하지만 비슷하게 생겼다는 뜻이다. '나도~', '너도~', '-아재비' 도 비슷하다. 참고로 '~사촌'은 비슷한 새에게만 붙여 쓰는 이름이다. '원앙사촌' ,' 개개비사촌',' 할미새사촌' 등이 있다.

줄기와 가지 끝에서 40개에 가까운 꽃대가 우산살과 같은 모양으로 자라나 많은 작은 꽃이 뭉쳐 우산 꼴을 이룬다. 우산 모양의 꽃차례 지름은 20cm 정도로 크다.

한약재료 '백지'의 원재료다.

꽃마리

어린잎을 비비면 오이 냄새가 난다. 꽃은 연한 하늘색으로 2mm 정도로 작아서 가까이 들여다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그래도 꽃잎과 꽃받침 각각 5개, 수술 5개와 암술 1개로 완전체를 갖춘 꽃이다. 우리가 무심코 그리는 꽃이 꽃잎 5장, 암술 1개, 수술 5개 완전체다. 딱 그꽃이다.

꽃이 필 때 꽃차례가 돌돌 말려서 꽃말이라고 하다가 꽃마리가 되었다.

부드러운 순을 데쳐서 된장국을 끓여 먹는 지방도 있다.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내고 된장을 살짝 푼 다음 들깨가루를 넣어 먹기도 한단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넣고 무치거나 볶기도 한다.


황새냉이

​기다란 씨방이 황새다리와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황새냉이)이다. 논에서 잘 자란다고 해서 논냉이라고도 부른다. 일본에서는 황새냉이를 '타네쯔께바나(종지화)'라고 부르는데, 곧 이 꽃이 피면 벼농사 모판을 준비하는 시가라는 데서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논에서 자라서 잡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농사에 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논바닥에서 뚝새풀처럼 비료식물이 된다.

주로 초여름에 핀다고 하지만 한강처럼 서식 환경이 좋은 곳에서는 겨울을 빼고 연중 볼 수 있다. 황새냉이도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데 이른 봄에 밭에서 나는 밭냉이와 구별한다. 밭냉이보다 키도 크고 꽃도 화려하다. 씨앗은 약재로도 쓰인다.

말냉이와 말냉이씨앗

말냉이는 건조한 데서는 자라지 못한다. 수분이 많은 논두렁, 밭두렁에서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말냉이가 자라는 곳은 농사짓기에 좋은 비옥한 토지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잠재적 경작지로서의 최적 조건을 가진 곳이라는 뜻이다.

​말냉이는 씨앗 생김새가 특별하다.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선녀 부채모양인데 다 익으면 껍질이 노랗게 변하고 씨앗은 까맣게 익는다. 노랗게 익은 밭냉이 씨주머니를 흔들면 씨앗이 흔들리면서 살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말냉이 씨는 소리가 없다.

뱀딸기꽃과 그 열매

뱀딸기꽃은 딸기처럼 풀로 줄기가 땅을 기며 사방으로 퍼지며 자란다. 마디에서 뿌리를 내려 새 줄기를 내고 딸기는 새 줄기에서만 열린다. 꽃은 늦은 봄에 잎겨드랑이에 한 개씩 핀다.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빨갛게 익는데 뱀딸기라는 이름과 달리 독은 없으나 맛이 밋밋하다.

​사전을 찾아보면 뱀딸기를 한자어로 蛇苺(사매)라고 부르는 데 뱀딸기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설명한다. 아마도 뱀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곳에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짐작한다.

산딸기

어릴 적 우리는 산에서 난다 해서 산딸기라고 퉁쳐 불렀다. 이름은 산딸기지만 산이 아니어도 밭둑이나 언덕 아무 데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모두 풀꽃을 소개했으나 산딸기는 관목이다. 잎 뒷면에 잔 가시가 달려 쉽게 다가가 만지기는 어렵다. 장미과에 속한 식물이 대부분 그렇듯 산딸기도 새로 난 가지에서만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장미꽃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면 꽃이 지면 꽃이 핀 가지를 잘라주면 된다. 잘라낸 자리에 새 가지가 나면서 그 자리에 다시 꽃이 핀다. 장미를 이런 식으로 손질해 주면 생육환경이 나쁘지 않은 한 서리 내릴 때까지 꽃을 볼 수 있다.

큰개불알꽃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꽃으로 영춘화, 복수초를 먼저 떠올리지만 흔히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큰개불알꽃은 산책길 어디서나 아주 낮게 엎드려 새파란 줄무늬 꽃을 피워 봄소식을 전해준다. 꽃이 피면 등에 같은 곤충도 찾아오는데 꽃이 작아 먹을 게 있을까 싶지만 이들이 먹기 좋은 꿀은 넉넉하다.

희망 같은 봄소식을 전하는 꽃인데 이름은 좀 난감한 ‘큰개불알’이다. 이름을 함부로 지은 것 아닌가 싶은데 그래도 그 이름에 이유가 있다. 꽃이 진 다음에 맺히는 열매가 심장(하트) 모양에 가장자리에 털이 나 있고, 끄트머리가 오목한 것이 꼭 개의 음낭(불알)을 닮아서 얻은 이름이다.

꽃은 저리 작은데 '큰개불알꽃'이라니 그것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큰개불알풀은 개불알풀 종류 중 가장 많다. 이들은 다 자라도 20cm 정도인데 큰개불알이 그중에 커서 붙인 이름이다. 이름에 ‘큰’ 자가 더해진 데는 일본 이름 '오오이누노후구리'를 번역하는데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딱하게도 일본사람들이 지은 이름을 그대로 갖다 쓰는 바람에 그런 일이 생긴 게 한두가지가 아닌 모양이다.

서양에서는 이 꽃을 성인 이름을 따서 '베로니카'라고 부른단다. 꽃잎 속을 들여다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실 때 눈물을 훔치던 성녀 베로니카의 손수건에 나타났다는 광배(光背)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큰개불알이라니, 이래저래 성의 없이 붙여진 이름만 같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던지 '봄까치꽃' 이라는 이름을 새로 얻었으나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름조차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기는 하지만.

이름 없는 꽃은 없다. 이름을 모를 뿐이지. 작다고 빠진 것도 없다. 손톱보다 작아도 있을 것 다 가지고 제 몫의 삶을 살아간다. 작아서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속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해와 달, 눈과 비 그리고 우주가 있다.

※ 본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송파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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