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블로그 기자단 노경희


지난 6월 25일(수) 오후 2시 송파책박물관 1층 어울림홀에서 곽재식 작가의 책문화 강연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미리 도착하여 곽재식 작가의 대표작들을 볼 수 있었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어울림홀을 가득 채운 객석을 보며 책문화 강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시작 시간이 되자 진행자의 곽재식 작가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졌습니다. 곽재식 작가는 공학박사이자 소설가 그리고 대중과 해설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쉽고 재미있는 과학의 대중화에 공헌하고 계십니다. 현재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특유의 상상력과 균형 잡힌 시선으로 과학과 인문을 아우르는 작품들을 꾸준히 출간하고 계십니다. ‘지상 최대의 내기', ’미래 법정', ‘한국 괴물 백과',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등의 기존 책부터 신작 ‘팔도 동물 열전'까지 소설과 교양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강연은 옛 기록 속에서 찾는 천구성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후로 중국의 문화를 많이 들여와 중국의 학자들이 발전시켜놓은 중국식 별자리 체계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붙여놓은 수많은 별들의 이름들 중 ‘천구'라는 이름이 있는데, ’하늘 천(天)‘, ’개 구(㺃)‘, 즉 ’하늘의 개'라는 뜻으로 하늘의 개라고 이름 붙여진 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천구'를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요, 바로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똥별이라 불리는 ’유성'을 천구라고 불렀습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서 신라시대 사람들은 유성이 떨어지는 모습이 개를 닮아 하늘을 날아다니는 개와 같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고려사절요에서 천구가 무서운 신령이라 사람을 제물로 바쳐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 이상한 소문이 있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개가 태양이나 달을 가끔 덥석 물었다 뱉어낸다는 전설이 있었는데, 이는 지상에서 일식과 월식으로 보였습니다. 조선시대 후기 우스다 잔운이라는 일본인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암흑의 조선'이란 책을 썼는데, 조선인들은 일식이나 월식이 생기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개가 태양이나 달을 빨리 뱉으라고 춤을 추면서 북을 두드리는 행사를 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이런 전설이 왜 전해졌을까요?

고대 인도 신화 중 우주에 아주 귀한 소가 있어서 우주에 우유가 가득하면 좋다고 생각했으며, 우유를 가공해서 신비로운 물질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모든 신과 악마가 우유를 세게 휘저어 신비의 약으로 변해 영원히 죽지 않고 항상 좋은 일만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비로운 약을 서로 먹기 위해 신과 인도 신화에서 악마라 불리는 ’아수라'가 싸우는 ‘신 대 아수라 대전’이 일어납니다. 싸움의 혼란스러운 틈을 타 한 악마가 신비로운 약을 먹을 찰나, 태양이 신에게 알려 신이 칼을 던져 악마가 두도막으로 되었으나 이미 약을 조금 먹었던 터라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채 영원히 살게 되어 우주를 떠돌아다녔다고 합니다. 후대에 둘로 분리된 악마에게 머리 부분을 ‘라후', 몸통 부분을 ’케투'라 이름 붙인 전설이 전해지는데, 불교에서는 한자로 ‘나후와 계도'라 불리는 기록이 불경에 남아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직성이 풀리겠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에 유행한 점성술에서 유래됩니다. ’직성'이란 하늘의 행성을 보고 그 해 운수를 보는 풍습으로 운명을 뜻합니다. 수성, 금성 등의 직성 중 나후와 계도도 있었는데, 나후와 계도가 걸리면 그 해 운수는 매우 나쁘다고 생각하며, 인도문화, 중국문화, 조선문화가 뒤섞인 이야기로 전설이 전해졌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믿던 전설 속에 현대에 하는 일들이 오히려 낯설고 특이하게 생각할 만한 재밌고 신선한 소재들이 많이 도사리고 있기에 의외로 독특한 전통 소재를 옛 기록으로 넘어가면 찾을 수 있습니다.

서기 660년 백제가 멸망하기 직전, 여러 가지 이상한 재해와 재난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폭풍우와 번개가 심하게 치고, 사비하가 핏빛으로 물들었으며, 거인(백제를 지키는 수호신)의 시체가 떠밀려오고,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합니다. 귀신의 곡하는 소리가 들리고, 들 사슴을 닮은 개가 울고 사라졌고, 모든 개들이 따라서 울었다고 합니다. 이를 한자로 견상여야록(犬狀如野鹿)으로 불리며 백제의 멸망을 암시하였습니다. 작가는 이와 같은 전설을 누군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일들이 실제로 660년경에 백제에서 벌어졌고 그 사건들이 과장되거나 변형되어 역사 기록에 남겨졌다고 추측합니다. 작가는 여러 가지 이상한 사건들을 유발한 공통된 원인이 하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바로 기후 변화입니다. 기상의 이변, 날씨로 인한 심한 재난이 닥쳐와 일어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폭풍우와 번개는 기상 이변 그 자체이며, 사비하가 핏빛으로 변한건 적조 현상, 거인의 시체는 사람의 인체 구조를 닮은 고래의 뼈, 귀신의 곡하는 소리는 기후 변화에 따라 달라진 철새가 내는 소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견상여야록에서 들 사슴을 닮은 개는 고라니를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라니는 사슴인데도 송곳니 두 개가 뾰족하게 발달하였고, 우리나라 사슴과 동물 중 크기가 가장 작습니다. 사슴인지 개인지 알 수 없는 기이하게 생긴 고라니가 나타나면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라니는 현재 중국 일부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고, 세계적으로 희귀한 동물로 삼국시대에는 고라니의 수가 매우 적었을 거라 추측합니다. 2019년 KBS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고라니의 수가 3천 마리,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라니 수는 4만 마리가 넘어 우리나라에 압도적으로 많은 고라니가 살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에 들어와 환경이 급변하면서 고라니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추측합니다.


삼국사기 기록 중 백제에 용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으며, 특히 검은 흑룡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왜 흑룡이었을까요?

백제인들은 기상 상황이 안 좋을 때 생긴 토네이도를 보고 흑룡이 나타났다고 생각했을 거라 추측합니다. 1984년부터 2024년까지 6차례에 걸쳐 토네이도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였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옛 백제 지역이었습니다. 괴물 이야기가 나온 지역, 환경, 역사를 함께 분석하며 과학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기에 괴물 이야기가 유행했는지 살펴보면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고 재밌어집니다. 과학과 괴물 이야기는 서로 반대가 아니고 과학적으로 괴물 이야기를 분석할 때 이야기가 더 풍성해집니다. 괴물에 대한 소문은 사회상에 대한 이야기를 반영하고, 과학을 이용하여 괴물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곽재식 작가는 한국의 이상한 괴물 전설 이야기를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논리적이고 재미있는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져 객석에서 질문이 이어졌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명쾌히 해주셨습니다. 강연 시간이 완전히 끝나자 책에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곽재식 작가의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인문, 교양,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많아야 강연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기에 곽재식 작가의 책문화 강연 시간은 매우 유익했습니다. 송파책박물관의 다음 책문화 강연 시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책과 이야기가 주는 유익한 강연을 송파책박물관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본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송파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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