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를 두고

발걸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천 리 길 서울까지 갈 필요 없습니다. "

이제 진주남강유등전시관에서도

혜원 신윤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통의 멋을 간직한 유등,

섬세한 결을 지닌 진주실크,

그리고 조선의 일상을 화폭에 담았던 혜원 신윤복.

이 세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융·복합 전시

'기억, 그리고 찬란히 당신이 서 있는 곳

- 빛, 결, 선 : 유등과 비단, 혜원 신윤복을 만나다'

내년 6월 14일까지

진주남강유등전시관에서 펼쳐집니다.

진주남강유등전시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멀리서 물살을 거슬로 올라가는 연어가 떠오르는

물고기 모양 조형물들이 바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 덕분에 괜히 시원한 기분이 들면서

기분 좋게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머리 위로 날아오를 듯한 멋진 '비차' 조형물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비차 너머로 가운데 마당(중정·中庭)으로

학들이 춤추는 듯한 조형물이

보입니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며 느꼈던

약간의 긴장도 자연스럽게 풀어졌습니다.

전시장 한쪽엔 등(燈) 공모전 수상작들이

걸음을 옮길때마다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작품들

사이로 걷다 보니

어느새 저도 모르게 그 흐름을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전시작품들을 바라보며

괜히 숨을 한번 고르게 되고,

복잡했던 일상 속 생각들도 잠시 잊었습니다.

수상작들을 지나쳐 나오자,

등으로 이루어진 터널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청사초롱처럼 하나하나 빛나는 등불들이

마치 조용히 말을 건네듯

우리의 마음을 잔잔하게 두드려옵니다.

잠시 멈춰 서서 그 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터널을 지나 조금 더 걸을을 옮기면

기획전이 열리는 전시 공간으로

향하는 좁은 복도가 나옵니다.

겹겹의 얇은 비단 천들을 밀어내며 들어서자

첫 번째 전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중심으로 한

‘매혹, 그 찰나의 순간’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진주에서 생산된 비단 위로

영상들이 잔잔하게 흐르는데

그 빛이 마치 파도처럼, 바람처럼

살랑살랑 일렁이며 공간을 감쌉니다.

바람 따라 살랑이는 비단 위로

아름다운 정경이 고스란히 펼쳐집니다.

그사이를 헤엄치듯 다니며 만나는 여인.

혜원 신윤복의 그림 속 미인이

우리를 살포시 반깁니다.

전시 공간을 수놓은 연분홍 꽃잎 같은 비단들이

바람에 나풀거리며

신윤복의 미인과 함께 우리의 마음을

속절없이 간질거리게 합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 풍속 화가인 신윤복.

그의 이름은 익숙하지만,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김홍도에 비하면

기록이 거의 남이 있지 않다고 합니다.

생몰년도조차 정확하지 않고,

19세기 초에 활동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구환의 『 청구화사(靑丘畵史)』라는 책에

신윤복을 두고, “동가식서가숙하며….

흡사 방외인과 같았고

여항인들과 교류하였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며 살았고,

벼슬없이 살던 사람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어울렸다는 뜻이 아닐까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았던 신윤복.

그의 연인이었을 지도 모를 미인 곁을 지나자,

머리 위에서 푸른 천들이 하늘하늘 내려옵니다.

하늘을 닮은 그 천 아래에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그 순간, 다시 눈에 들어온 건

등 공모전 수상작들.

처음보다 더 깊이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또 한 번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이들을 지나면 두 번째 기획전

시공간 도원(圖原)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번에는 신윤복의 <혜원 전신첩>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 공간인데요.

마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기생 '춘홍'과

절에서 과거를 준비하던

서생 '이난'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막는 권력자 '최대감'과의 갈등.

이 모든 것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조선 시대의 감정선이

빛과 영상으로 되살아나는 그 순간,

그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마음이 스며들게 됩니다.

이번 전시의 모티브가 된 「혜원 전신첩」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귀한 작품으로,

종이 위에 담채로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조선 후기 인물들의 일상과 감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유출되었다가,

1930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오사카에 있는 고미술상에서 구입해

되찾아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는 국보 제135호의 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번 공간에서는 '혜원전신첩' 속

30첩에 담긴 인물들과 조선의 풍속이

미디어아트로 새롭게 재해석되어 펼쳐집니다.

빛과 영상으로 구현된 가상의 마을 '도원'을

거닐다 보면, 신윤복이 그려낸 165명의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미디어아트가 끝날 무렵

신윤복의 대표작

<월하정인(月下情人)>이 등장합니다.

유등이 밤하늘을 수놓고,

그 사이로 달빛이 흐르듯 비추는 한 장면.

달빛 아래 두 남녀의 설레는 눈빛과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감정이

화면을 넘어 진짜처럼 전해져 옵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두근거리는 여운을 안은 채 복도를 따라 나오면,

초승달 모양의 그네와

등으로 만든 꽃 장식들이

우리에게 잠시 숨을 고르게 해줍니다.

창 너머로는 대나무 숲 사이로

잔잔한 바람이 스치고,

그 바람을 따라 유등도

살랑살랑 춤을 추듯 흔들립니다.

낮에도 이렇게 예쁜데

밤이 되어 조명이 들어오면

더욱 환상적으로 바뀔 듯합니다.

세 번째 기획전시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국가 무형문화 유산 제12호 ‘진주검무’를

주제로 한 유등 조형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은은하게 빛나는 유등 조명 아래,

전립을 쓴 무용수들이 동작이

빛과 칼의 궤적처럼 조형물 속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칼끝을 따라 흐르는 리듬감,

몸짓 하나하나에 담긴 긴장과 절제미가

공간 전체에 고요한 울림처럼 퍼집니다.

붓으로 그린 듯 섬세하게 빛나는 등 사이에서

메말랐던 감성이 어느새 촉촉하게 적셔집니다.

잔잔한 감동을 안고 2층 유등 카페로 올라가

시원한 냉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잠시 진정시켜 봅니다.

해가 지고 하나둘 불이 켜질 때쯤

여기 남강 유등 전시관은

더욱더 화려한 풍경으로 옷을 갈아입을 듯합니다.

여기를 두고 발걸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진주의 문화와 예술, 전통과 현대가

아릅답게 어우러진 이 특별한 전시.

한 걸음 한걸음이 감동이었고,

빛과 결, 선을 따라 걷는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었습니다.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싶으시다면,

이곳 진주남강유등전시관에서 열리는

'기억, 그리고 찬란히 당신이 서 있는 곳' 전시를

꼭 한번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 본 포스팅은 SNS 서포터즈가 작성한 글로서 진주시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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