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을 찍는 인간 사진작가다.” – 최민식

자갈치 아저씨로 불린 최민식 사진작가를 아시나요? 그의 이름은 생소할 수 있지만, 그가 남긴 사진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카메라로 사람을 기록한 한 평생. 그의 시선은 늘 ‘사람’을 향해 있었습니다. 부산의 거리를 누비며 삶의 현장을 기록했던 작가, 그의 삶과 철학이 녹아 있는 공간, 최민식갤러리에 다녀왔습니다.


🧑🏻 최민식, 사람을 찍는 사람

최민식(崔敏植) 작가는 1928년 3월 6일,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 2013년에 생을 마감한 한국 대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입니다. 1955년 일본으로 밀항해 사진 공부를 시작한 그는 이후 부산으로 돌아와 자갈치시장 등지에서 서민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일상과 얼굴을 꾸준히 기록하며, 평생 동안 ‘인간 그 자체’를 사진에 담아내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습니다.

그의 작품은 미국 ‘US 카메라’ 공모전에서 입상하고, 프랑스 코냑 국제 사진전에서 명예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가난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기관의 의심과 검열, 심지어 안기부 조사를 받는 등 사회적 압박도 겪어야 했습니다.

특히 그는 “나는 인간을 찍는 인간 사진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예술 사진이나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기록하려 한 겁니다.

이는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 시대의 인문학자로 불릴 만큼 깊은 사유를 담고 있었고, 그의 사진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 최민식갤러리, 작은 공간 속 큰 이야기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왔는데요. 끝 없이 이어진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도 끝이 안보여요!!!

마침내 산복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니,

벽면 가득 펼쳐진 타일벽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최민식 작가의 얼굴과 그의 철학이 담긴 메시지가 새겨진 벽화였는데요.

“가난을 찍다”라는 굵직한 문장 아래,

그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컴컴한 압축과 착칙한 비릿함은 타협하지 않고 후면조명에 모든 걸 바쳤다, 소외된 사람들의 꺼지지 않는 불꽃, 차가운 마음 데워 놓는다.”

— 제1세대 다큐멘터리 작가, 최민식

짧은 문장이지만, 마치 그의 작품을 압축한 듯한 강한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사람을 찍되, 그 사람의 눈빛과 삶의 온기까지 함께 담아내려 했던 작가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오르막길에 1층짜리 건물 느낌이 나는 이곳은 아미문화학습관으로 총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최민식갤러리는 2층에서 만나 볼 수 있어요!

산복도로의 매력은 단연,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구의 아미동을 비롯해, 중구의 충혼탑과 부산타워까지—부산의 원도심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 산복도로만의 매력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골목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오래된 집들의 지붕, 그리고 멀리서 반짝이는 부산항까지. 도시의 역사와 일상이 겹쳐지는 이 풍경 속에서, 부산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요일 오후3시에 방문을 했는데 3층이 닫혀있어서 최민식갤러리가 문닫은 줄 알고 1차 좌절을 했는데..

주소: 부산 서구 천마산로 410 2층

다행히(?) 계단으로 내려가는 안내판을 뒤늦게 보고 걸어내려가니 2층에 문이 열려있었습니다. 이곳은 무인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라 입구에 패스워드가 붙혀져있었고 불이 다 꺼져 있어서 직접 전등 스위치를 켜고 관람을 시작하였습니다. (월요일 휴무)

입구에는 최민식 작가의 일생의 기록이 적혀져 있었구 맞은편에는 최민식 작가의 사진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최민식갤러리는 원형 구조의 공간으로, 벽면을 따라 총 7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파트마다 주제가 정해져 있어, 그에 맞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시대별로 혹은 인물, 노동, 거리 풍경 등 다양한 테마로 나뉘어 있어 작가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감상하기에 매우 좋았습니다.

최민식작가의 사진은 화려하진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깊이 있는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평범한 우리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사진 속 인물들은 어떤 꾸밈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마주하게 했습니다.

흑백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부산의 거리에서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최민식 작가는 ‘자갈치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자갈치시장 주변을 매일같이 오가며,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의 삶을 담았던 작가. 그가 카메라를 든 이유는,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어서였을 겁니다.

이웃 - 인간 진실의 철저한 자기주장이며

언제나 중심을 이루는 테마는 '사랑'이다.

숨소리 - 인생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였다. 거기에는 소박한 민중의 시련과 고통이 깃들여있다.

낮은곳으로 - 나의 사진적 공간은 가난하고 낮은 밑바닥의 현실이다. 분위기나 묘사가 대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영위하는 삶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희망 - 나는 사진을 통하여 좀 더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어 휴머니즘적인 정의 사회를 만들어 보려는 신념뿐이다.

이 사진은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의 관식이와 애순이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남자분이 박보검을 진짜 닮은 거 같고 여성분을 바라 보는 모습이 딱 관식이다!

미소 - 앞으로 보다 의미 깊은 감동적인 내용을 추구해 나갈것이며, 가난한 그들과 함께 할 것이다.

역사속으로 - 인간이 거기 있기에 나는 사진을 찍었다. 나는 계속 걸었고 언제나 카메라와 함께 있었다.

유품 전시실로 들어서면, 1960년대 감천문화마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산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선 집들을 보면 왜 이곳이 ‘산동네’로 불렸는지 자연스레 이해가 되죠.

원래 부산은 약 40만 명 정도가 살 수 있도록 계획된 도시였지만,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대거 몰리면서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평지가 부족해진 사람들은 산자락과 꼭대기까지 집을 지어 살아야 했고, 그렇게 형성된 마을 중 하나가 바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감천문화마을입니다.

지금은 예술과 관광의 공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전쟁과 생존의 아픈 역사가 함께 깃들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책, 부채, 재단기, 삼각대 등 최민식작가와 평생함께 했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구요.

전시실 한쪽에는 최민식 작가가 실제로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 사용했던 유품들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낡은 카메라부터 작업할 때 입던 옷, 신발, 그리고 어깨에 멘 가방까지. 오랜 세월 거리를 누비며 사람들의 삶을 담았던 작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 사람을 기록한 사진, 마음을 울리다

최민식갤러리는 단순한 사진전시 공간이 아니라,

한 시대를 온몸으로 기록한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었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깊이 있고,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는 장소. 그의 사진을 마주하며 우리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부산 서구를 걷다 우연히 들르게 된다면,이 작은 갤러리에서 한 장의 흑백사진 속 이야기에 잠시 머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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