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시간 전
[2025 서구 SNS 서포터즈]골목에 시간이 쌓였다 – 아미동 비석마을 산책기
부산 서구를 걷다
부산의 오래된 골목과 언덕이 이어진 그 길 위엔, 바다도 보이고, 시간이 쌓여 만든 이야기들도 보입니다. 산과 바다가 맞닿은 부산 서구는 특히 산복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마을들이 많아, 걸을수록 골목길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과 그 속에 스며든 삶의 흔적들이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오늘 제가 걸은 곳은 아미동 비석마을. 평범한 마을처럼 보이지만, 이곳엔 전쟁과 피란, 그리고 삶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이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금씩 알게 됩니다.
비석 위에 지어진 삶의 기억,
아미동 비석마을을 걷다🪨
부산 서구의 언덕길을 따라 조용히 이어지는 골목. 이곳에는 전쟁이라는 시대의 상처 위에 꿋꿋이 삶을 쌓아 올린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아미동 비석마을입니다.
1960년대 바로 옆 감천문화마을
‘무덤 위에 집을 짓고 산다’는 말에 처음엔 왠지 모를 두려움이 앞서지만, 이곳이 그렇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배경을 알고 나면, 두려움보단 안타까움과 슬픔이 밀려옵니다.
아미동비석마을은 6·25 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형성한 주거지로, 당시엔 마땅한 거처가 없던 피란민들이 공동묘지였던 언덕에 하나둘씩 집을 지으며 마을을 이루게 되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무덤의 비석은 그대로 집의 담이나 벽, 계단 등에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마을을 걷다 보면 한자와 음각 글씨가 새겨진 비석이 담벼락이나 돌계단, 심지어 집의 기초 자재로 쓰인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무덤 위에 삶의 터전을 세운다는 건,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선택이지만, 당시 피란민들에게는 ‘살기 위한’ 절박한 생존의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아미동 비석마을은 유네스코 피란수도 부산유산 잠정목록 등재 9곳 중 하나로 지정되었습니다.
피란 시절의 민간인 거주지를 온전히 간직한 마을은 전국에서도 흔치 않아, 우암동 소막마을과 함께 손꼽히는 이곳을 지금도 많은 역사 연구자들과 여행자들이 찾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에도 일본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이곳의 골목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마을 산책, 피란의 시간을 걷다
실제로 아미동 비석마을을 찾았을 때, 마을은 아주 조용하고 평온했습니다. 아침에 방문하였는데 어르신들이 마을 입구쪽에 가만히 앉아서 휴식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봤구요.
처음에는 다소 묘한 느낌이 들었지만, 곧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 있는 역사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운 여름, 아미 비석문화마을 안내센터 테라스에서 서구가 한 눈에들어오는 풍경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쉬었다 가세요!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비서의 흔적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겠습니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입구에는 이곳의 역사와 서구 여행 코스를 소개하는 터치형 다국어 안내판(4개 국어 지원)이 설치되어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었습니다.
입구의 빈집들은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꾸며 놓은 피란생활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피란수도 부산 시절 당시 고등학생들의 사용했던 물건들을 만날 수 있는 석이네 삼촌방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었구요. 당시에는 역시 통기타가!
그 다음은 미야의 집으로 가볼까요? 이곳은 당시 생계를 위해 재봉일을 하시는 어머님의 모습과 물건들을 재현한 장소입니다.
석아~밥먹자, 저의 어린시절도 동네친구들이랑 놀면 어머니가 큰소리로 밥먹자고 불렀던 그때 그 시절이 생각이 났구요. 오손도손 둘러 앉아 반찬은 적지만 행복해하던 가족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꾸불꾸불 이어진 골목길을 걷다 보면, 집 아래에 깔린 비석들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담벼락이나 가스통 밑, 빨래방 입구 등 마을 곳곳에서 지금도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습니다.
귀여운 벽화그림도 만날 수 있구요!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전망대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곳에서는 서구는 물론 중구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도깨비와 강남스타일 춤추는 싸이의 조형물이 입구에서 반겨주는데, 풍경이 너무 좋아서 많은 외국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부산의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출처: JTBC 굿보이 드라마 장면
최근 이곳에서 드라마촬영이 진행되었는데요.
바로 부산에서 오랜기간 촬영했던 박보검,김소현 주연의 JTBC 드라마 <굿보이>입니다!
이곳이 바로 나오는게 보이시죠. 박보검 배우가 파쿠르를 하면서 이곳을 뛰어 다니는데 이 드라마를 보시면 어?저기! 거긴데! 말이 나올 정도로 부산의 다양한 장소를 만날 수 있을꺼에요.
🧭 부산에서 마주한 살아 있는 역사
아미동 비석마을은 그 어떤 관광지처럼 화려하지도, 친절한 안내판이 잘 마련된 곳도 아닙니다. 입장료도 없고, 특별한 편의시설도 없죠. 하지만 이곳에는 그 무엇보다도 귀한 것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삶의 흔적’과 ‘잊지 말아야 할 시간’입니다.
골목을 걷는 동안 마주하는 낡은 담벼락과 벽 사이사이엔 전쟁이라는 시대의 아픔, 그리고 그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스며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그냥 오래되고 낡은 동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금만 눈여겨보면 집 벽에 박힌 비석, 벽돌 틈에 남은 글씨 하나까지도 이곳의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이곳에서 누군가는 정말 살고 있었구나.”
“힘들어도 여기서 버텨냈구나.”
그런 생각들이 저절로 떠오르고, 조용한 골목길이 더 깊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부산 서구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전쟁의 흔적과 사람들의 삶이 겹쳐진 이 마을이 어느새 마음속 깊이 들어왔습니다.아미동 비석마을은 기억하고 싶은 부산의 한 조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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