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시간 전
초록빛으로 가득한 여름, 홍성군청 안에서 만난 역사 안회당과 여하정
한적한 평일 오후, 초록으로 물든 여름의 홍성군청 내를 천천히 거닐었습니다.
평범한 관공서 공간이라기엔 그 풍경이 너무 특별했죠.
그곳엔 여전히 옛 홍주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
홍주아문과 안회당, 여하정이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의 행정공간 속에서도 옛 건물들은 기품을 잃지 않고,
오히려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존재감으로 많은 이들을 이끌고 있었죠.
이번에 제가 다녀온 홍성군청 내의 세 고건물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그리고 체험이 어우러진 살아 있는 장소였습니다.
홍성이라는 고장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꼭 한 번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홍성군청은 일반적인 공공기관처럼 보일 수 있지만,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관공서 특유의 바쁨이나 긴장감보다는,
오히려 공원처럼 여유롭고 정갈한 분위기가 먼저 느껴지는데요.
그 중심에는 홍주아문, 안회당, 여하정이라는 세 채의 고건축이 조용히 서 있습니다.
주변으로는 관리가 잘 된 조경과 큰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마치 작은 역사정원 같은 풍경을 보여줍니다.
특히 지금처럼 여름 초입의 계절에는 싱그러운 녹음이 우거지고,
햇살 사이로 비추는 고건물의 기와지붕과 나무 그림자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냅니다.
[홍주아문]
홍성의 관문이자 행정 중심이었던 '홍주아문'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물은 **‘홍주아문(洪州衙門)’**입니다.
조선시대 지방 관아의 정문 역할을 했던 건물로,
지금의 군청이 있던 이 자리가 바로 과거의 홍주목 관아가 있던 곳입니다.
홍주아문은 과거 지방행정을 맡은 관찰사나 군수가 출입하던 관문의 역할을 했던 곳으로,
엄격한 위계와 권위를 상징하는 장소였습니다.
돌기단 위에 세워진 단층 건물로, 위로 치켜올라간 처마와 단청이 고풍스럽습니다.
현판에는 ‘홍주아문’이라는 글씨가 또렷하게 걸려 있고,
그 아래로는 돌계단과 넓은 마당이 이어집니다.
예전에는 이 문을 통해 관청의 정사로 들어서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산책하듯 걷는 이 길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홍주아문 앞은 포토스팟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많이 남기는 곳이기도 하죠.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안회당'
홍주아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건물이 바로 안회당입니다.
이 건물은 과거 군수나 관찰사가 집무를 보거나
손님을 맞이했던 관청 내의 사랑채 같은 공간입니다.
안회당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규모로 구성된 팔작지붕의 건물로,
외관만 보더라도 단아하면서도 절제된 조선 건축미가 느껴집니다.
지금은 전통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관람뿐 아니라 다양한 전통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제가 방문한 날에는 마침 한국어학당에 소속된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통차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다도복을 입은 체험 선생님이 다기 하나하나를 설명하며 전통차를 우려내고,
외국인 학생들은 정성스럽게 따라 하며 고요한 다실 분위기에 집중하고 있었죠.
그 풍경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정갈하게 놓인 찻잔과 은은한 향, 그리고 여름 바람이 불어오는 마루.
그 조합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습니다.
안회당에서는 다도 외에도
한지공예, 매듭, 민화, 한복체험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이 수시로 이루어지며,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안회당을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하정이 나타납니다.
여하정은 관아의 연못가에 세운 정자로, 홍주목사의 휴식처이자 문인들의 시회 장소로 활용되었던 공간입니다.
이름 그대로, ‘연꽃처럼 맑고 고운 마음을 지닌 곳’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요.
잔잔한 녹음과 정자의 단아한 모습이 마치 옛 선비의 정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이곳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그린 듯한 풍성하고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있죠.
사진 찍기에도 참 좋은 장소입니다.
여하정 앞에는 작은 화단과 나무들이 잘 정비되어 있고,
그 주변에는 배롱나무가 군데군데 식재되어 있습니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이 배롱나무들이 분홍빛 꽃을 피워내며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이곳은 여름이 더 예쁜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잎이 풍성하고 짙은 초록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분홍 물결이 정자 주위를 감싸안겠죠.
그런 상상을 하며 잠시 여하정 계단에 앉아 바람을 맞았습니다.
도심 속에서 만나는 천천한 시간
홍주아문, 안회당, 여하정. 이 세 공간은 각기 다른 용도와 성격을 지니고 있었지만,
지금은 역사교육의 장이자 문화체험 공간, 그리고 쉼의 장소로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홍성 군청 내를 일부러 찾는 관광객도 점차 늘어나고 있고,
지역의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도 체험학습 장소로 자주 찾고 있다고 합니다.
외지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갈하고 알찬 여정을 즐기고 싶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요즘처럼 햇살이 강하고 바람이 부는 계절에,
이 고건물들을 찾아가는 시간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시간의 깊이를 체감하게 하는 감동적인 산책이 됩니다.
특히 여름이면 피어나는 배롱나무의 꽃길을 걸으며,
오래된 건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길 바랍니다.
역사는 늘 무겁고 고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오늘의 풍경과 함께 어우러질 때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홍성군청 내의 홍주아문, 안회당, 여하정이 바로 그런 공간입니다.
자연스레 머무르고 싶은 여름날, 이곳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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