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시간 전
천 년을 마주보는 두 석불입상 이야기.익산 고도리 석조여래입상
익산 왕궁리유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독 눈에 띄는 두 개의 석불입상이 서로를 향해 우뚝 서 있습니다.
논과 비닐하우스 사이,
농촌의 일상 풍경 속에 이처럼 당당하게 자리한 석불상은 보기 드문 광경이기도 한데요.
상당히 낯선 모습이라서 마치 무언가에 홀리듯 하게 된 곳입니다.
바로 보물 제46호로 지정된 ‘익산 고도리 석조여래입상’입니다.
익산고도리석불입상은 왕궁리 유적에서 불과 1km 떨어져 있는 지점에 있어 있습니다.
왕궁리에서 출발해 도보로 걸어도 불과 10분이면 고도리석불입상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국도로 이어지는 다리 아래 터널을 지나게 되면 평범한 농촌 사이로 서 있는 석불입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치 생긴 것이 봉분 같기도 하고, 그 위에 석불상이 홀로 서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 기의 석불입상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눈에 보이는 것은 홀로 서 있는 석조여래입상 한 기 뿐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석불상의 뒷모습이었던 것입니다.
이 불상은 서로 약 200m의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데,
이 배치 자체가 매우 독특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불상들이 절 안 혹은 석탑 옆에 배치된 것과 달리,
이 두 불상은 들판 가운데 각자의 둔덕 위에 세워져 있으며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조용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로터리처럼 난 곳을 돌아 얼굴이 보이는 곳으로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석불은 커다란 하나의 돌을 깎아 만든 것으로,
받침대와 몸체, 머리까지 모두 같은 돌에 조각되어 있습니다.
높이는 대략 4m 내외로 웅장하며, 단순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조형미를 자랑합니다.
머리 위에는 사각형 형태의 높은 관(冠)이 얹혀 있고,
그 위로 다시 사각형 갓이 덧씌워져 있어 고려시대 석불상 특유의 형식을 보여줍니다.
얼굴은 평면적이면서도 눈, 코, 입이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고,
특유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마치 수호신을 닮은 무표정 속에서도 온화함이 느껴집니다.
석조여래입상 주변에는 마치 장식처럼 개망초가 화사하게 피어 있습니다.
개망초는 황폐한 휴경지에서도 잘 자랄 만큼 강한 생명력을 지닌 꽃으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기도 합니다. 비록 외래종이지만,
그 질긴 생명력 덕분에 우리 주변에 깊이 스며든 개망초처럼,
이 석조여래입상 또한 천년의 세월을 거슬러 소실되거나 훼손되지 않고
마을의 터줏대감처럼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나무 쉼터도 인상적인데,
아마도 석조여래입상을 보러 온 관광객을 배려해 만들어진 곳이 아닐까 합니다.
첫 번째 석조여래입상에서 바라보니 200m 앞 마주 보고 있던 석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두 번째 석조여래입상으로 가보겠습니다.
고도리 석조여래입상에 얽힌 전설도 흥미롭습니다.
이 두 불상은 원래 남녀를 상징하는 존재로,
평소에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음력 12월이 되면 자정을 기해 서로 만나 회포를 푼다고 전해집니다.
긴 밤 동안 오랜만에 만난 기쁨을 나누다 닭이 울어
새벽이 밝아오면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시적이면서도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마치 인간의 기다림과 해후, 이별의 감정을 불상에 투영한 듯한 이 전설은
이 석불입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실제로 밤에 저 두 불상이 회포를 푸는 모습을 목격하노라면 약간 오싹할 것 같기도 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몸체에도 조각이 새겨져 있는데,
양팔을 모은 두 손이 배 위에 간단히 새겨져 있습니다.
법의(法衣) 역시 화려한 장식 없이 몇 줄의 선으로 간결하게 처리되어 있어,
고려시대 석불의 절제된 양식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특히 이와 같은 비사실적이고 상징적인 조각 수법은
분묘 앞에 세우는 석인상(石人像)과도 닮아 있어
당시 사람들의 신앙과 미감이 함께 반영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 석불이 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도록 옆으로 서서 찍어 보았습니다.
비닐하우스 너머 우뚝 서 있는 석불입상이 보이시나요?
불상이 서 있는 주변에는
‘익산시 친환경 농산물 생산농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농업지역인데요.
넓게 펼쳐진 논에는 논물이 가득 차 있고,
논 옆에는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놓여 있어 농촌의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금마저수지에서 흘러나오는 개천 사이로
비닐하우스와 논밭이 형성되어 있는데
때마침 취재하는 도중에도 농사에 매진하고 계시는
농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고도리 석조여래입상을 찾는 방문객은 생각보다 많지 않지만,
오히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오롯이 불상과 마주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합니다.
익산의 다른 유적지들과 연계해 들러보기에 적합하며,
특히 왕궁리유적이나 미륵사지 등을 돌아본 후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추천할 만합니다.
문화재로서의 가치, 전설이 담긴 서사, 그리고 자연과 일상이 어우러진 풍경까지.
익산 고도리 석조여래입상은 단지 오래된 불상이 아닌, 시간이 머무는 듯한 곳입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경외와 오래도록 이어져 온 이야기의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중한 장소로 기억될 것입니다.
찾아오시는 곳 : 전북 익산시 금마면 서고도리 400-2
#익산여행 #고도리석조여래입상 #익산문화재 #익산보물 #익산가볼만한곳 #백제역사유적지구 #익산사찰여행 #익산불상
#익산역사탐방 #익산힐링여행 #전북익산 #익산사진명소 #익산명소추천 #익산역사여행 #익산감성여행 #익산산책코스 #왕궁리유적
- #익산여행
- #고도리석조여래입상
- #익산문화재
- #익산보물
- #익산가볼만한곳
- #백제역사유적지구
- #익산사찰여행
- #익산불상
- #익산역사탐방
- #익산힐링여행
- #전북익산
- #익산사진명소
- #익산명소추천
- #익산역사여행
- #익산감성여행
- #익산산책코스
- #왕궁리유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