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도시, 익산.

익산은 지금으로부터 1,400여 년 전 백제의 찬란한 궁성과 사찰이 자리했던 ‘역사의 중심지’였습니다.

바로 그 중심에 자리한 유적이 오늘날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지정되어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지정된 두 곳(왕궁리유적, 미륵사지)을

다녀오며 백제로의 역사 여행을 잠시 떠나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왕궁에서 사찰로. 백제의 궁궐. 왕궁리유적

왕궁리유적을 비롯한 왕궁면 일대에는 ‘금마저(金馬渚)’라는 보라색 깃발이 곳곳에 걸려 있습니다.

이는 백제 시대 익산의 옛 지명으로, 현재의 익산 금마면 일대를 가리킵니다.

고대 금마저는 백제 왕도 이전의 핵심 지역이었고,

오늘날에도 그 유구한 역사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대표적인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이곳, 백제왕궁박물관입니다.

박물관 외벽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오는 7월 8일은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꼭 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런 특별한 시기에 취재를 오게 되니,

백제의 숨결을 기록하는 일에 작은 의미나마 보탤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박물관 내부에 들어서면 백제 복식을 입은 캐릭터 인형과

왕의 옥좌를 재현한 포토존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한쪽 구성에는 백제 왕궁 옥좌에 앉아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 포토 부스와

백제 의상을 입어보는 체험 코너도 있습니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공간 구성입니다.

주 전시실인 ‘백제왕궁실’을 가보겠습니다.

백제왕궁실은 익산 왕궁리 유적의 발굴 성과를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는 "왕궁에 담긴 백제 중흥의 꿈"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과거 이곳이 찬란했던 백제 역사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줍니다.

전시실에는 왕궁리 유적에 대한 출토 유물과 자료들을 중심으로 소개됩니다.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 때 궁궐이었던 자리로 추정되며,

무왕이 승하하자 아들인 의자왕이 부왕을 추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왕궁을 능사(陵寺, 사찰로 용도가 바뀐 곳)하였던 설이 유력하게 전해집니다.

과거 궁궐이었던 곳이 사찰로 바뀌다니,

왕궁리 유적을 처음 찾는 분들은 흥미를 느낄만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왕궁리유적에는 사찰임을 보여주는 오 층 석탑과 금당 터가 이를 뒷받침하고,

드넓게 펼쳐진 후원은 과거 이곳이 궁궐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궁궐과 후원에 쓰인 수로와 석재들이 대거 출토됨에 따라

과거 이곳이 궁궐이었음을 뒷받침해 주는데요.

지형을 평탄하게 유지하기 위해 기단을 쌓아 올리고 담장에 기와를 올리는 방식에서

당시 백제의 수준 높은 건축 수준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고대 ‘화장실 터’의 발견입니다.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문화해설프로그램을 듣다 보면 이 부분을 비중 있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출토 초기 당시에는 참외 씨와 굴 껍데기 등이 발견되는 것을 보아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라고 생각했었다고 하는데

이후 출토된 흙을 분석한 결과 인간의 몸에 배출되는 기생충 알이 발견되어

이곳이 과거 화장실로 쓰였던 곳임을 유추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도장을 찍은 기와들이 대거 출토됨에 따라 이곳이 과거 ‘백제 시대의 수도’였음을 의미하는

‘수부(首府)’ 도장을 찍은 기와는 왕궁리 유적이 궁궐이었음을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백제왕궁박물관을 간략하게나마 둘러보았는데요.

밖으로 나와 백제왕궁리유적을 직접 눈으로 볼 차례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임을 인증하는 표식입니다.

표식 너머로 익산 왕궁리 유적이 길게 펼쳐지는데요.

관람 동선은 처음 궁궐과 사찰이 있었던 구역을 지나 드넓은 후원으로 이어지고,

화장실이 있었던 화장실 터를 관람하는 동선입니다.

동선을 따라 건물터와 담장, 기단의 변화를 보며 후원으로 이어지며

수로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왕궁리 유적 관람의 주요 포인트입니다.

오층석탑으로 넘어가기 전 녹음 진 왕벚나무가 펼쳐져 있는데요.

여담이지만, 이곳이 봄철에 벚나무로 아름다운 익산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이기도 합니다.

오층석탑을 배경 삼아 벚꽃과 함께 사진을 통해 추억을 담아가기 참 좋은 곳입니다.

내년 벚꽃 개화 시즌에 꼭 한 번 왕궁리유적을 들러 보시길 바랍니다.

높이가 9m에 달하는 왕궁리 오층석탑은 국보 289호로 지정된 왕궁리유적의 대표 문화재입니다.

1960년대 해체, 복원 과정에서 부처님 전신사리를 모신 사리함과 여러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보통 석탑 주변에는 금당 터와 사찰의 중요 건물이 놓이는데 주변의 건물터가

바로 사찰과 관련된 중요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땅을 파서 다지고 그 위에 주춧돌을 놓은 토심 구조와 나무와 흙으로 단을 올린

토축 기단 구조, 건물 바닥을 지면에 띄어 지은 굴립주 건물 구조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후원으로 가는 동선을 따라 가면 ‘화장실유적’을 볼 수 있는데요.

멀리서 보더라도 화장실 복원 모형이 놓여 있어 단번에 이곳이 화장실 유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고고학 분야에서 ‘화장실 터’ 발견은 흔하지 않은 발견이라서

학문적 의미를 더하고 흥미를 더하는 곳이기도 하는데

‘화장실 터’ 발견은 당시 백제인들의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기도 합니다.

화장실 터에 가까이 다가가면 용변을 보고 있는 모형이 있어 웃음과 재미를 더합니다.

마지막으로 길게 펼쳐진 수로를 보며 왕궁리 유적 답사를 마무리합니다.

수로는 후원 전반에 걸쳐 곡류 형태로 이어져 지금도 물이 흐르고 있는데요.

수로의 너비는 80~140cm이며 길이는 228m로, 당시의 수로 궁궐 내 물을 공급하고

조경 공간으로 활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백제 최대 규모 사찰이 있던 곳. 미륵사지

왕궁리유적에서 백제의 궁성과 사찰이 맞닿았던 역사의 흔적을 만난 뒤,

다음은 왕궁리유적과 더불어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미륵사지입니다.

미륵사지는 백제의 최대 규모 사찰이었으며 백제 무왕이 창건했다는 기록으로 전해집니다.

미륵사지를 가면 두 개의 박물관을 만나볼 수 있는데,

국립익산박물관과 어린이박물관입니다.

국립익산박물관은 왕궁리유적, 미륵사지 등

익산의 대표적인 백제역사유적을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단일 유적을 넘어서 백제의 수도 이전과 건국 이후의

전체 흐름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백제사 연구의 거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 건물은 독특하게도 지하로 향하는 입구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주변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벽면에서는 미스트 분사가 이어지며 무더운 여름날에도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합니다.

전시실 내부에 들어서면 ‘익산 백제’라는 전시안내 문구와 함께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됩니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백제왕궁과 왕궁리유적을 다룬 전시실로

‘왕궁리유적’ 발굴 당시의 유물들과 영상 자료가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왕궁리유적의 백제왕궁박물관을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국립익산박물관에서 왕궁리유적을 한 번 더 복습하고 돌아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후 2전시실에는 자연스럽게 미륵사지실로 이어집니다.

전시장 입구에는 당시 백제 최대 규모 사찰이었던 미륵사지를

3D 모형으로 복원한 대형 축소 모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방을 둘러싼 회랑과 중심의 목탑·석탑·강당 등이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어,

백제 사찰 건축의 정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경주의 신라 황룡사지와 더불어 수준 높은 백제의 목조건축 기술을

가늠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영상 자료와 3D 설계도는 미륵사지의 규모와 구조뿐 아니라

당시 건축기법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유물은 미륵사 건물의 기단 벽 일부를

실제 그대로 절단하여 전시한 벽체 단면입니다.

목재 기둥 사이에 흙과 자갈, 진흙을 다져 쌓아 만든 벽의 구조는

고대 백제의 건축 기술을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당시 사찰의 내부 벽체 구성이 오늘날까지 어떻게 보존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사례입니다.

최근 일본 교토의 사찰인 ‘기요미즈데라(청수사)’를 다녀왔는데

청수사는 미륵사지보다 백 년이나 늦게 창건된 사찰로 이후 소실과 재건을 반복하며

터가 아닌 사찰을 유지해오고 있어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모습을 보고

문득 터로 남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미륵사지와 황룡사지가 터로 남지 않고 비교적으로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면

세계사에 유례없는 아름다운 고대 건축물로 모든 세계인이 찾는 대표 명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국립익산박물관 바로 옆에는 어린이박물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만들어진 어린이박물관은

미디어아트와 실감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미륵사와 석탑 관련 콘텐츠로 어린이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입니다.

어린이박물관의 경우 어린이를 동반한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되고 있어

국립익산박물관 누리집(https://iksan.museum.go.kr/ismchild/html/sub01/0103.html)을

통해 예약 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미륵사지를 둘러보겠습니다.

입구에 자리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표석 앞에서 사진을 찍다 보면

마치 세계유산 스탬프 투어에 참여하는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유엔 산하 전문기구가 지정한 것으로,

이는 단지 한 나라의 문화재를 넘어 인류 전체가 함께 보존해야 할 소중한 공동의 유산임을 상징합니다.

미륵사지의 경우 1박 2일 동안 익산에 머물며 다녀왔는데

시간에 따라 보이는 미륵사지의 모습과 분위기가 대조적일 정도로 사뭇 다르게 연출됩니다.

미륵사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국보 제11호인 익산 미륵사지 석탑과 동원구층 석탑입니다.

미륵사지 석탑 왼편에는 미륵사지 출토 석조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백제 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사용되던 것으로,

1980년부터 1994년까지 15년간 미륵사지 발굴 조사에서 출토된 석조물을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입니다.

익산시를 상징하는 문양도 바로 미륵사지 석탑에서 따올 만큼

익산을 대표하는 상징 건축물입니다.

7세기 미륵사가 처음 지어질 당시 세 기의 탑 중 서쪽에 있는 탑으로

우리나라 석탑 중 가장 크고 오래된 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륵사는 백제 이후 고려와 조선 초기(태종) 시대의 문헌에도 유지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이후 터만 남게 되었는데 일제 강점기 때는

서탑의 반쪽이 무너질까 염려하여 일본인들이 콘크리트를 부어 고정시켜 놓았으며

이후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해체와 조립 복원 작업이 진행되어

미륵사지 석탑은 오늘날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미륵사지 석탑과 동원 석탑에는 각각 당간지주가 놓여 있는데,

당간지주는 절의 법회 등의 행사가 열릴 때

입구에 당(幢)이라는 깃발을 걸어두는 목적으로 세워진 기둥을 의미합니다.

미륵사지 석탑이 서탑이었다면,

동쪽에도 서탑과 동일한 탑이 있었는데 이를 복원한 것이 바로 동원 구층석탑입니다.

지난 1974년 동원 탑 터를 발굴조사 한 후 1991년 복원을 시작해 1992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사찰에서 듣던 ‘풍경(風磬)’ 소리를 석탑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

석탑의 모서리에 풍경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원 구층석탑은 비록 현대에 이르러 복원된 석탑이지만

서탑과 더불어 미륵사의 축을 담당하던 석탑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당시 미륵사는 서탑과 동탑을 좌우로 배치하여 대칭구조를 이루고

가운데에는 목탑이 놓였는데, 신라의 황룡사에 비견될 만큼 아름다운 사찰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해서 백제역사유적지구인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를 둘러보았습니다.

1박 2일 동안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취재하며 찬란했던 백제 문화를

깊이 되새겨보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한때 백제의 수도였던 익산에서,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미래를 그려보게 됩니다.

백제왕궁리유적 :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왕궁면 궁성로 666 왕궁리유적전시장

미륵사지 : 전북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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