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들고 단풍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만추,

이때쯤이면 문득 느리게 걷고 싶어집니다.

떠나는 계절과 마주하며 사색과 소박한 늦가을 풍경에서 느껴지는 강변길을 걸어 봅니다.

역사를 알고 보면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풍경들,

퇴계 선생이 즐겨 걸었던 예던길에서 옛이야기와 마주하며 만추의 가을에 푹 빠져 봅니다.

문명산과 청량산을 돌아가는 강 길과 낙엽이 쌓인 오솔길을 걸으니

한가한 정취에 심신이 편안해 짐을 느낍니다.

봉화군 명호면 소재지, 낙동강 시발점 공원에서 강변길을 따라 이나리 출렁다리를 지나고

명호교-고계리 –뎃길 –선유교(백용담)-관창2교-관창폭포-오마교-두실마을-관창1교-청량산 입구까지 약 9km거리로 청아하게 흐르는 강물,

청량산의 멋진풍경과 함께 벗하여 걷는 가을 길입니다.

명호 소재지를 벗어나 걷다 보면 잔잔한 강물과

가을걷이 끝난 고계리의 비탈진 밭과 띄엄띄엄 몇 가구의 집들이

정겨운 산골마을로 다가옵니다.

강가로 만발한 갈대는 걷는 길 가볍게 흔들리고 있어 만추의 계절을 맘낏하여 봅니다.

조선후기의 문신 권정침은 청량산 유람기에서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산에 노니는 것은 독서와 같다.

청량산을 유람하면서 뛰어난 경치만 찾으려고 바쁘게 움직이면

마음과 몸이 모두 바쁘게 된다.

이는 책을 어지러운 마음으로 읽어

조금 전에 무슨 내용이었는지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하는 말이 생각해 봅니다.

문명산과 청량산을 돌아가는 강변길로 비경도 많고 매혹적인 풍경이 곳곳에 있어 있습니다.

천천히 느리게 걸으면서 계절의 감각과 함께 느끼며 걸어 보았습니다.

테크길이 지나면 강을 가로질러 신선이 노니는 다리 선유교와

그 뒤로 백용담과 자연이 만들 걸출한 턱걸바위의 조화는

신선이 노닐다 홀연히 구름을 타고 떠난듯한 승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작가가 아니어도 서터만 누르면 아름다운 비경을 담을 수 있는 곳이지요

퇴계 선생께서 죽마고우 벽오 이문량을 기다리다

밝아오는 풍광 앞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던 퇴계는 시를 읊으며 출발하였다는

"나 먼저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푸르다 못해 옥빛이 눈부신 백용담 소에"

퇴계선생이 시를 읊었던 데로 백용담의 푸른 옥빛의 강물은 신비롭습니다.

백용담을 지나 관창2교를 지나다 보면 관창폭포 이정표가 보인다.

500m 정도의 거리이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다녀가기를 권합니다.

그곳에도 비경이 숨어 있습니다,

퇴계선생이 네 수의 시를 남겨 세상에 알려졌으면

정자와 화장실, 쉼터 공간이 있으니 잠시 쉬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마교를 바라다보며 걷다 보면 강물에 투영된 청량산은

부드러운 강물과 어울려 황홀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강가로 마당 바위들이 여러 군데 있으니 잠시 쉬어 가는 것도 좋습니다.

순한 바람에 서걱대는 갈대는 서정에 젖어있고 찬찬히 흐르는 강물과

청량산의 가을 풍경을 바라다보며 호젓하게 자연을 즐기는 여유를 가져 봅니다.

오마교를 건너고 북곡리 두들마을 지나면 낙엽이 쌓인 오솔길은

사각사각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 합니다.

갈대와 낙엽이 어우러진 흙길에 사선으로 비취는 가을 햇살이 받으며 걷다 보니

청량산 입구 예던길의 끝점에 도착합니다.

평탄한 강변길이기에 가볍게 산책하듯 가을 길을 걸었습니다.

기이한 절경과 평온한 강물 가을의 정취를 품고 걸었던 길에

무한히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무한히 맑은 기운을 얻은 것 같습니다.

청량산 입구에서 다리를 건너면 상가와 청량산 박물관과 농경 박물관이 있습니다.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청량산 박물관에는 ”청량산에 마음 머문다.”라는 주제로

묵연회 산수화 30여 점이 전시되고 있어

청량산의 암봉 기암 계곡 등의 자연풍경과 사찰, 누정 등이

경이롭게 표현된 실경 수묵화를 감상하였습니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서정적인 가을 풍경에 옛사람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봉화 예던길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과 여유를 가져 본 하루였습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그 여흥이 남아 있어 올겨울 다시금 찾아가리라 기약해 봅니다.

#봉화예던길 #퇴계 #청량산 #청량폭포 #청량산박물관 #낙동강 #봉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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