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활동 청년 문화예술가 3人의 '울산 회합'

기획전 '슬릿 통과하기'

2025. 05. 20일~06. 07일

울산광역시 남구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 아트펄유에서는 5월 20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 슬릿 통과하기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슬릿 통과하기'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권효정, 노비스르프(박준식)와 기획자 김현진 총 3명의 청년 예술인이 만나 울산에서 첫선을 보이는 전시입니다.

여기서 슬릿이란 미세한 틈을 말합니다. 양자역학에서 빛의 파동과 입자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 장치로도 이용되는 슬릿으로 접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기획전 슬릿 통과하기는 미세한 틈 사이로 날아온 작은 예술의 빛이 한 인간의 삶에 닿아 새기는 무늬를 놓치지 않는 예술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등산을 좋아합니다. 높은 산에 올라 새로운 하루가 열리는 일출을 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많은데요

어느 산의 동굴에 들어가 서서히 떠오르는 햇빛을 동굴 안에서 바라보면 그 빛이 동굴 입구의 간격을 통해 자기 몸 전체를 비출 때 느껴지는 온도의 변화와 눈앞의 황홀한 광경은 아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동굴 입구를 통하여 보았던 절경과 미세한 온도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오늘 전시에서는 작가의 손끝 붓 솜씨로 그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시관 입구로 들어서면 10칸의 나무 기둥이 2개 서 있습니다. 권효정 작가의 작품으로 가야산 자락에서 마주친 자연 풍경입니다.

각각의 칸에는 나뭇가지와 잎 그리고 하늘이 그려져 있는데 중간 칸에서는 일정한 시간마다 그림이 바뀝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또 다른 나무작품이 일정한 거리에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는 모습이며 이것은 나무, 땅과 하늘, 그 모든 요소가 모여 균형을 이루고 있는 두 그루 나무 이야기, Layer 시리즈로 은유합니다.

마치 예전 플립형 시계를 보는 것 같은데 단지 시간을 알리는 숫자표시가 없을 뿐 플립형 시계 그 자체입니다.

그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면 플립형 시계는 숫자가 표시되어 시간을 알려줬다면 권효정 작가의 나무 작품에서는 이 플립형 시계가

합천 가야산의 흐르는 시간을 자연의 흐르는 시간으로 표현하여 바라보고만 있어도 자연의 시간을 대략 느낄 수 있게 하였습니다.

높은 산의 일출을 통하여 보았던 잎과 잎 사이를 통하여 보이는 작은 슬릿을 통과한 빛의 풍경은 양과 음, 지고 태어남처럼 양립하는 진리가 담진 장면이자 슬릿을 통과해 도착한 예술적 영감의 무늬였습니다.

‘불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뜻의 스웨덴어를 작가명으로 사용하는 노비스르프(박준식 작가)는 고유한 기법인 불 그림으로 이번 전시를 장식합니다.

처음 작품을 접하자 이건 어떤 그림인가 한참 생각을 하게 하는데요.

검은 바탕에 여러 점이 하얀 선으로 구획을 이루고 있어 한참을 그 자리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불 그림'으로 소중한 존재의 상실과 그를 위한 애도, 삶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은 자기 삶과 내면에서 예술을 하며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고 묵묵한 작업하는 화가입니다.

한국화 안료를 섞은 미디움으로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린 후 불로 그을리면 하얗게 형상이 드러나는 작가만의 방식을 불 그림이라 부릅니다.

어두운 바탕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던 꽃이 불을 만나면 만개하듯이 활짝 피어나는데 이는 마치 생기 없는 존재에 숨을 불어넣은 장면처럼 보입니다.

이후 노비스르프(박준식 작가)는 새로운 시리즈를 작업하는데요.

화면 가운데에 한 줄의 선을 긋고 화자_선을 한 줄 긋는 사람이라 제목 지어 자신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캔버스 위로 불러냅니다.

작가는 붓으로 미디움을 도톰하게 올렸다 말리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직선을 긋습니다.

하지만 붓질을 계속할수록 선은 울퉁불퉁해지고 비뚤어지는데, 이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불로 구워 보여줍니다.

선은 꼿꼿이 서 있지만 여기저기 튀어나온 한 명의 인간처럼 보이며 일종의 자화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선을 잘 그리려 노력해도 요철이 생기고 덧칠할수록 비뚤어지는 아이러니를 자신의 삶에 대입해 새긴 것입니다.

권효정 작가는 태양의 빛을, 슬릿을 통하여 보이는 자연의 모습을, 노비스르프 작가는 불의 그림을 통하여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빛을 묵묵히 그려내며 예술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합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예술의 빛을 담아내는 두 작가의 작품을 징검다리 삼아 여기에 있는 작품을 관람하는 모든 분에게도 작은 빛을 보내주는 슬릿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시 기획자 김현진의 전시를 여는 글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슬릿 통과하기'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권효정, 노비스르프(박준식)와 기획자 김현진 총 3명의 청년 예술인이 만나 울산에서 첫선을 보이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회를 놓치지 마시고 많은 분이 관람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3명의 청년 예술인이 관객들과 만나 자기 작품과 예술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티스트 토크가 오는 5월 31일 오후 5시에 열립니다.

김현진 기획자가 우리에게 희박한 확률로 도착하는 예술적 순간을 주제로 대화를 이끄는 모더레이터 역할을 진행하며 관심 있는 울산 시민 및 예술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전시

영남권 활동 청년 문화예술가 3人의 '울산 회합' 기획전

'슬릿 통과하기'

일시

2025. 05. 20~06.07.13:00~18:00

아티스트 토크

일시 : 2025. 05. 31. 17:00

장소 : 아트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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