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옥천조씨 삼형제의 우애가 가득한 고창 삼호정
옥천조씨 삼형제의 우애가 가득한
고창 삼호정
고창 아산면 용계리 삼호정입니다. 정자 앞으로는 주진천이 흐르고 운곡 저수지에서 방수한 물이 합류해 곰소만으로 함께 흘러갑니다. 삼호정에서 조금만 더 바다 쪽으로 가면 선운산도립공원 갈림길이 나오는데, 고창 특미 풍천 장어를 전문으로 하는 선운산 풍천 장어거리가 있습니다. 곰소만과 주진천이 만나는 지점이 풍천으로 그곳에는 장어 치어를 잡는 그물이 설치된 풍경도 볼 수 있는데요, 주진천을 바라보는 아담한 정자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고창 삼호정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입니다. 1715년에 최초로 지었고 100여 년이 지나 쇠락한 정자를 1864년 중건한 건물로 옥천 조씨 삼형제가 자연과 벗 삼아 형제간 우애를 다지며 시도 짓고 글도 읽으며 지낸 정자여서 삼호정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문이 열려 있어 내부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인근에 사는 후손들이 아침저녁으로 문을 열고 닫아 잘 관리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3칸 팔작지붕으로 중앙에 사방 1칸짜리 마루방이 있는데요, 호남 지방 정자의 특징답게 정자 사방으로 난간을 설치했고 뒷면 1칸은 한단 더 높게 마루를 만든 누마루 형태로 조선 후기의 건축학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정자라고 합니다.
1864년에 중건한 건축물이지만,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2021년 4월인데요, 같은 날 선운사 영산전, 석탄정이 함께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전봉준 생가터는 도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삼호정이 도 유형문화재가 된 것은 건축학적 의미도 크지만, 옥천 조씨 삼 형제간의 우애라는 특별한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인데요, 인호 조현동(仁湖 趙顯東), 덕호 조후동(德湖 趙垕東), 석호 조석동(石湖 趙錫東) 등 삼 형제가 삼(三) 자와 호(湖) 자를 따서 정자를 삼호정이라 이름을 진 데서 알 수 있습니다.
삼형제의 아호(雅號)도 주진천과 관련이 깊은데요, 첫째 조현동은 인천강 이름을 따라 인호(仁湖)라 짓고, 둘째 조후동은 강물의 성품을 따라 덕호(德湖)라고 지었으며, 셋째 조석동은 물의 여울 이름을 따라 석호(石湖)라고 지었습니다. 주진천의 옛 지명은 인천강(仁川江) 입니다. 삼호정에서 2km 떨어진 부근에서 고창천과 합류해 커다란 못(장자 못)이 생길 정도로 수세가 급격히 증가해 삼호정 앞을 도도하게 흐르는데요, 삼형제의 아호에서 인천강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삼형제의 관향은 옥천(玉川)입니다. 전라북도 순창의 옛 지명인데요, 시조(始祖)는 고려 때 문하시중을 지낸 조장(趙璋)이며 증손자 농은 조원길 (農隱, 趙元吉)은 공양왕 때 일등공신으로 책록 돼 옥천 부원군에 봉해졌지만, 은퇴 후 고려가 멸망하자 순창으로 낙향해 끝까지 절의를 지켜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 야은 길재, 도은 이숭인 등과 함께 5은 (隱)이라 불린 분입니다.
고창 입향조는 조덕린(趙德隣)으로 순창 복흥면 금월리 칠립동에서 태어나 임진왜란 때 전 재산을 털어 장성 남문 창의소로 보냈고 의병을 일으켜 왜적과 싸웠으며 전쟁이 끝나자 고창 월암리 검암에 사는 창녕조씨 조헌의 딸과 결혼해 삼호정 너머 아산면 계산리 사신원에 정착한 것이 고창 옥천조씨의 시작입니다. 지금도 계산리에는 '사신원로'라는 길이 있는데요, 삼호정 앞 주진천 계산교에서 시작해 계산마을을 거쳐 희어재로까지의 길이랍니다.
정자 내에는 수많은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둘째 조후동이 삼호정의 유래와 건립 이유를 쓴 글과 삼 형제의 시가 있는데요, 그중 첫째 조현동의 시에서 삼호정의 모습과 형제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출처 : 한국매일뉴스 오인교의 남도정자기행)
삿갓 쓴 외로운 정자에 숨은 듯 살아가니
뜰 앞에 당체나무 머리에 맞대었네
들판 안개 끝이 없어 주위에 자욱하고
물새는 저물녘에 모래톱 내리누나
북창에는 술 마신 도연명이 누워 있고
퉁소 소라 들려오는 적벽에는 소자첨 머무누나
만약에 옆 사람이 여생의 일거리를 묻는다면
호수 위 가을 녘에 노 젓는 뱃노래 부르며 살으리랏다.
정자를 한 바퀴 빙 둘러봅니다. 정면으로 사람 한 명 정도 들어설 수 있는 출입구를 제외하고 사방을 난간으로 둘렀고 뒷면에는 한단을 더 높여 누마루를 만든 마루가 독특합니다. 문은 모두 열어 위로 걸칠 수 있는 들어열개문으로 처마에 문 걸어놓고 사방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누마루에 걸 터 앉으면 '호수 위 가을 녘에 노 젓는 뱃노래 부르며 살으리랏다'란 결구에서 보듯 신선이 따로 없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두 형제들의 시를 읽어보니 만년을 즐기려고 깊숙이 은거해 지은 정자에서 신선을 꿈꾸었지만, 신선을 찾지 못했고 대신 물가의 백조만이 마음을 알아주는 가을을 노래하고 있어 삼호정에서 삼 형제의 우애를 느껴보려면 가을이 딱 어울리는 시기일 것 같습니다. 고창읍에서 선운산 도립공원으로 가는 길가에 있어 눈에 쉽게 띄니 꼭 들렀다 가시기 바랍니다.
■고창 삼호정
고창군 아산면 용계리 436
#고창군 #고창여행 #삼호정 #정자여행 #삼형제의우애 #전라북도유형문화재 #세계유산도시 #고창방문의해 #gogo고창 #땡큐고창
- #고창군
- #고창여행
- #삼호정
- #정자여행
- #삼형제의우애
- #전라북도유형문화재
- #세계유산도시
- #고창방문의해
- #gogo고창
- #땡큐고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