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조선 후기 전통 고택을 보다! 화성 정수영·정시영 고택
고향을 생각하며 찾아갈 수 있는 오래된 고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정수영 고택입니다. ‘고향의 봄’ 동요에 나올 듯한 초가인데요, 초가집 바로 위에 있는 정시영 고택도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그럼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후기로 떠나볼까요?
수도권에서 궁평항로를 타고 가다 보면 정수영 고택이라 쓴 문화재 간판을 볼 수 있습니다.
일몰 맛집 궁평항 가는 길이라 돌아오는 길에 볼 수 있는데요, 궁평항에서 2.4km 거리입니다. 저는 궁평항 가던 길에 간판을 보고 2020년에 처음 들렀습니다. 2년여 만에 궁평항 수산물직판장을 가던 길에 다시 들렀습니다.
궁평항로에서 정수영 고택을 들어가는 길은 좁아서 교행이 쉽지 않습니다. 들어갈 때는 조심해서 들어가셔야 하고요, 주차장은 따로 없고 고택 앞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초가집 앞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나무 앞에 안내판을 보니 수령이 350년인데요, 지정 연도가 1982년 10월이니 390년이 넘었네요.
느티나무 보호수 앞은 넓은 논이 펼쳐져 있습니다. 논 끝으로 소나무가 보이는데요, 하동 악양면 평사리에서 봤던 부부 소나무를 연상케 합니다. 봄을 맞아 겨우내 얼었던 땅이 다 녹아 이제 밭을 갈아 농사를 지을 때가 됐습니다.
논을 앞에 두고 작은 초가집 한 채가 있습니다. 이런 초가집을 보려면 민속촌에나 가야 하는데요, 화성시에서 중요민속자료(제125호)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초가집 우측에 화강암으로 중요민속자료 표석이 있습니다.
이 초가집은 어떤 집일까요? 관광 안내판이 있습니다. 이 집은 1800년대 말에 지은 집이라고 하니 220년이 넘은 집이네요. 물론 그 당시 그대로 보존된 것이 아니라 복원한 집이지만요, 조선 후기 초가집 형태를 볼 수 있는 귀중한 집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려 하는데 문이 잠겨 있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 노란 안내판이 있습니다. 화성시 문화유산과(031-5189-6524)로 전화하니 사전에 예약하면 직원이 나와서 안내해 준다고 합니다. 2년 전에 올 때는 문이 개방돼 있었는데, 관리상의 문제로 닫아놨습니다. 저는 화성시 협조를 받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혹시 정수영 고택을 방문하려면 사전에 꼭 예약하시고 가시기를 바랍니다.
대문으로 들어서면 ‘ㅡ’자형 사랑채와 행랑채, ‘ㄱ’자형 안채가 모여 경기도의 전형적인 ‘ㅁ’자형 가옥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마당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서 그런지 푸릇푸릇 한 잡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마치 고향 집에 온 듯한 기분입니다.
안채 가운데에 나무로 만든 대청마루가 있습니다. 여름 방학에 외할머니 집에 가면 할머니가 우물에 담근 시원한 수박을 가져다주어 대청마루에서 먹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자던 추억도 떠오르네요.
안채 우측으로 돌아가면 우물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런 우물 보기도 힘들죠. 사고 위험으로 뚜껑이 닫혀 있지만, 옛날에 사용하던 우물 같습니다. 두레박으로 물을 퍼서 등목도 하곤 했죠. 수박 등 과일도 담가놓고요.
안채 건넌방 아궁이에는 가마솥이 놓여 있습니다. 군불을 때기도 하고, 가마솥에 밥을 한 후 먹던 누룽지는 최고의 간식이었죠. 깔끔하신 할머니는 가마솥이 반질반질하도록 닦아 파리가 미끄러질 정도로 윤이 났던 가마솥입니다.
대청마루에 앉아 잠시 쉬었습니다. 비가 오면 초가집 처마 밑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정겨웠고요, 겨울이면 고드름이 열려 따먹기도 했죠. 이런 추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거의 아파트에서 사니 아이들에게 이런 집을 구경시켜주는 것도 좋을 겁니다.
귀중한 민속자료기 때문에 건물마다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화재 등으로 민속문화재가 훼손되지 않고 오래오래 화성시 역사로 보존되길 바랍니다.
대문 왼쪽에 있는 사랑채 뒤에는 짚으로 담장을 만들었는데요, 담장이 낮아서 논이 다 보입니다. 이런 담장은 도둑을 막으려는 것보다 집의 경계를 표시하는 것이죠. 사랑채 뒷마당에는 노란 민들레 꽃이 한창 피고 있었습니다.
초가집을 나와 담장 밖을 살펴보다 돌절구를 발견했습니다. 인절미 등 떡을 만들 때 사용하던 도구죠. 지금은 시장에서 떡을 쉽게 사 먹지만요, 옛날에는 이런 절구에 쌀을 찧어서 1년에 몇 번만 떡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담장 옆에 쑥이 지천으로 났습니다. 아내가 보더니 ‘쑥개떡 해 먹으면 맛있겠네요~’ 하는데요, 쑥 한 개를 뜯어서 코로 갖다 대니 진한 쑥 향이 풍겨옵니다. 봄이면 나물 캐러 들녘으로 나갈 때 쑥은 빼놓을 수 없는 봄철 미각 재료였습니다.
정수영 고택 위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있습니다. 정시영 고택입니다. 초가집인 정수영 고택과 기와집 정시영 고택 이름이 비슷해서 형제가 살았던 집인가 했는데요, 그건 아닙니다. 안내판을 보니 정시영 고택은 고정 24년(1887년)에 세워졌는데요, 전형적인 양반 가옥의 모습을 보여주는 주택입니다.
정수영 고택(초가집)과 정시영 고택(기와집, 국가 민속문화재 제124호) 모두 관리상의 문제로 문이 닫혀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는 CCTV가 작동 중입니다. 두 주택을 관람하려면 화성시 문화유산과에 연락하면 직원이 나와 문을 열어주고 안내해 줍니다.
궁평항 가는 길목에 있는 정수영, 정시영 고택은 관광자원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요, 잘 몰라서 방문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전에 연락만 하면 조선 후기 초가집과 기와집 두 곳을 한 번에 볼 수 있습니다. 궁평항 가는 길에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후기에 지어진 정수영·정시영 고택을 함께 구경하는 것은 어떨까요?
화성 정수영 고택
▶위치 :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오얏리길 56
▶사전 예약 : 화성시 문화유산과 ☎ 031-5189-6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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