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브런치카페 대신 브런치 공연 어때요? 이천아트홀 마티네콘서트 <리어왕>
이천 서포터즈 최평화님이 직접 가서 보고 듣고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
이천 아트홀에는 오전 11시에 떠나는 음악나들이 특별한 공연이 있습니다. 바로 책 읽어주는 클래식 큐레이터가 있고 클래식 연주와 브런치가 함께 하는 마티네 콘서트입니다.
마티네(Matinee)는 프랑스어로 오전이라는 뜻으로, 오전 혹은 낮에 이루어지는 공연을 말하는데요. 음악회는 항상 저녁에 열린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마티네 콘서트는 오전 11시에 공연을 시작합니다.
마티네 콘서트의 목적 중 하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갈아 넣는 엄마들, 주부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음악회 등을 즐기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읽었습니다.
저 같은 육아맘 주부들에게 오전 11시는 아이를 등원시키고 남편을 출근시키고 한참 집안일을 하며 바쁘게 청소기를 돌리는 시간이 아닌 바로 클래식 음악으로 교양을 살찌우는 아주 특별한 시간입니다
이천아트홀에서 개최한 <마티네 콘서트- 리어왕>은 독특하게도 기존 클래식 공연과 다르게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방석 콘서트였어요.
좌석이 따로 없고 무대 위에 앉아서 하우스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연주자들의 전용공간처럼 느껴지던 무대에 직접 올라가 방석을 깔고 앉습니다. 연주자와 가장 가까운 1m 거리에서 연주를 보고 듣고 온몸으로 연주하는 연주자와 그 악기의 떨림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는 것 아주 생경한 경험이었어요.
3월의 마티네 콘서트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 <리어 왕>입니다. 리어 왕은 딸들에게 자신을 향한 사랑을 묻고, 그에 가식적인 첫째 딸 고네릴나 두 얼굴의 둘째 딸 리건의 달콤한 말은 믿되, 진실되고 정직한 성품의 셋째 딸 코델리아의 "효를 다할 뿐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담백한 고백에는 화를 내는 어리석은 왕이지요.
"본 공연 무대는 아니지만 박건우님의 연주를 한 번 들어보세요"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리어왕의 스토리에 첼리스트 박건우 님의 첼로 독주를 시작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피아니스트 조정현 님의 협주가 더해집니다. 연주 자체로도 신들린 듯하달까요. 말 그대로 예술 그 자체였습니다. 악기의 울림이 무대 위에 앉아있는 관객에게 그대로 다가오는 것 또한 무척 신선한 경험이며 정말 순식간에 몰입해서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문학과 음악 뿐 아니라 여기에 미술이 더해집니다. 공연 중간중간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레두아르 마네, 윌리엄 호가스라는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중간중간 보여지며 화가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을 리어왕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로 묘사해서 장면으로 보여주었는데,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지더라구요.
이처럼 장면과 인물의 상황에 맞게 연주되는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은 마치 악기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해서 깊이 빠져들기에 충분했습니다.거기에 클래식 큐레이터님이 <리어 왕>에 대해 1도 몰라도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줄거리와 인물에 대해 설명해 주셔서 더욱 편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마티네 콘서트는 전석이 만 원입니다. 티켓은 이천 문화재단인 이천아트홀 또는 인터파크 사이트를 통해 예매할 수가 있고 초등학생 이상 관람이 가능했는데요. 어머, 만원 티켓 값에 고급진 리코타 샌드위치와 커피까지!!! 공연과 함께 브런치를 즐기는 여유로움을 단돈 만 원에 모두 누릴 수 있었네요.
이쯤 되면 정말 다 퍼주는 공연이 아닌가 이런 공연이 어디에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샌드위치와 음료는 공연 전 또는 공연 후에 콘서트 티켓을 지참하고 이천아트홀 내 <카페 이오이>로 가시면 받을 수 있답니다. 덕분에 남편과 공연이 끝난 뒤 카페에서 맛있는 데이트도 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니, 이천아트홀에서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풍성한 문화 예술 공연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4월 15일, 16일에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그리고 5월에는 <마티네 콘서트 베니스의 상인>, 4월 마지막 주 토, 일과 어린이날 포함된 주말부터는 아이들을 위한 감각놀이 체험극 <빨간 열매>, 4월 22일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는 암전 뮤지컬 <귀를 기울이면> 등 정말 다채로운 장르입니다.
예전에는 클래식이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이제는 클래식과 좀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국내 최초 클래식 큐레이터 조숙현 님이 유려하게 설명해주신 <리어 왕>과 이에 맞는 클래식 음악 소개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더불어 저만을 위한 시간을 잘 보내고 왔더니 아이와 함께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역시 엄마이기 때문이겠죠?
우리 아이들은 모두 예술가로 태어난다는데, 잠자고 있는 예술가적 세포를 이런 공연을 통해 깨워봐야겠습니다. 이런 가성비 공연을 잘 이용한다면 부담스럽지 않게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상 슬기로운 엄마의 문화생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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