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경상남도 뉴미디어 프렌즈 조윤희

통영 인평동 바다

경상남도 남해안 중앙부에 있는 통영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박 2일이든 2박 3일, 3박 4일 그리고 그 이상의 시간을 통영에서 묵을 수 있다면 통영인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느리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다녀왔었던 곳, 도심과의 거리 차량으로 10분 거리 내에 위치한 인평동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시작했었던 시간을 꺼내봅니다.

통영(統營)은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을 줄인 말로, 삼도수군통제영은 조선 시대의 해군본부라고 볼 수 있으니 통영시는 당시의 '군항 도시', '군사 도시'였었지요. 한국에서 군영의 명칭이 공식 지명의 유래가 된 흔하지 않은 경우이지만, 기록상으로는 선조 37년 (1604년) 삼도수군통제사 이경준이 통제영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통영이란 명칭이 최초로 등장하였다고 합니다.

동피랑 벽화마을, 통영 중앙시장, 통영 케이블카, 한려수도 케이블카 & 스카이워크, 충무공 이순신 공원, 통제영(唐津驛), 다랭이 공원, 소매물도 & 외도 등 유람선 관광 등 볼 것 많고 가야 할 유명한 곳이 많은데 저희 일행은 조용한 바닷가 어느 한 펜션을 숙소로 삼고 통영을 즐기기로 했답니다.

저희 일행은 바다와 바로 연한 곳에 숙소를 잡았던 터라 짐만 풀고 들어오면서 봤던 바다를 보기 위해 나섰다가 그냥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보이는 바다로 만족하기로 했네요. 장거리 운전으로 지쳤기 때문에 쉬고 싶었던 게 우선이었지만 바다의 모습을 눈에 담지 않고서는 안되겠기에 ...

맞은편 보이는 곳이 광바위 수변산책길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곳을 둘러보지 않고 돌아온 것이 아쉬워 사진으로 만족하면서 다음을 기약해 보았네요.

저희가 묵은 통영시 인평동은 바다 낚시 명소라네요.

도시 인근 방파제에서 감성돔 같은 어종 낚시가 손쉽게 가능하며, 특히 봄부터 초여름 사이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배들이 유난히 많은데 바다에 있을 시간일 텐데도 어업이 위주가 아닌 느낌을 받았던 이유인가 봐요.

또한 산으로 둘러싼 바다의 모습이 일품이어서 누구라도 이곳을 방문하면 다시 찾을 것 같았답니다. 움직임이 없을 정도로 정말 조용하고 깨끗한 밤바람, 아침을 깨우는 상쾌한 바다 냄새가 다녀온 이후로도 잔영처럼 떠오르니 말이에요.

주변에 5분 정도의 거리에 생태숲과 재래시장이 있다고 해서 숙소에서 매운탕 끓어 먹을 요량으로 일행과 함께 서호 시장으로 갔네요. 통영항 여객선 터미널 앞에 위치해 있으며, 새벽 5시경 문을 여는 활기 넘치는 전통 재래시장인 서호 시장 가는 길에 본 야자수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더군요.

통영 서호전통시장

-주소: 경남 통영시 새터길 42-7

(지번. 서호동 177-417)

-TEL. 055-645-3024

통영 오기 전 KBS 6시 내 고향에서 서호 시장을 봤었던 기억이 떠올라 간판만 봐도 반갑더라고요.

크고 오래된 시장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중앙시장이고, 하나는 서호전통시장인데, 그중 서호전통시장은 새벽시장으로 새벽부터 활기를 띠는데, 신선한 생선, 어패류, 해산물을 비롯해서 건어물, 통영 일대의 내륙 및 섬에서 나온 농수산물들이 판매되며, 특히 욕지도 섬고구마와 한산도 시금치가 유명하답니다.

시장 바로 앞에 통영항이 있어서 새벽부터 경매가 열리고, 그 옆에 위치한 통영 여객터미널에선 인근 섬으로 오가는 여객선들이 있어, 경매인이나 어부들은 물론 관광객이나 섬 주민들, 통영 시민들까지 모두 애용하는 시장이랍니다.

200여 개 이상의 점포 중 200여 곳이 수산물 전문이며, 농수산물, 건어물, 통영 특산품(나전칠기, 꿀빵 등)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서호 시장을 통영 사람들은 새터 시장, 아적 제자 등으로 불렸었답니다.

서호만의 ‘만(灣)’은 바다가 육지에 둘러싸인 형태의 해역을 의미하는데, 마치 활처럼 휘어져 움푹 들어간 곳을 돌과 흙으로 채워 육지로 만든 것인데 서호 시장이 매립을 한 새 땅 위에 만들어진 시장이라고 새터 시장이라고 부른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서호만 매립 공사가 80% 정도 진행되었고 나머지는 해방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해요. 해방 후 황무지로 방치되다가 일본에서 돌아온 동포들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고, 자연스럽게 시장도 들어서게 되어 지금까지 형성됐다고 하네요.

어선에서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이 아침에 곧바로 시장에 도착하는 서호 시장은 여느 시장과는 달리 생물인 생선과 어패류들이 탐나게도 많이 있었는데, 복을 다듬어서 팔고 있는 신기한 모습을 보고는 사진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제가 사는 김해에도 제법 어산물을 많이 팔지만 복어를 팔진 않거든요. 통영에서 본 제일 신기한 모습 중 하나, 복을 다듬어 판매한다는 점은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시장 내부에는 아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어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쾌적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통영항 근처 제법 큰 규모의 시장이라고 하는데 서호 시장은 아침형(새벽형) 시장이라고 할 만큼 아침 일찍부터 열리는 저잣거리라는 의미로 ‘아적 제자’라고도 불렸다고 하니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별칭을 가졌던 시장으로 현재는 ‘서호 시장’으로 불리며 통영시의 대표 시장으로 자리매김하였대요.

김, 미역, 오징어, 멸치, 새우 등 맛도 좋고 질도 좋은 건어물과 신선한 생선을 깨끗이 손질해 정성껏 반건조한 제품도 많고, 액젓과 젓갈을 파는 곳도 많은 서호 시장의 가장 활기찬 시간은 오전 5~10시 사이라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은 물건을 만날 수 있겠어요. 통영 시민은 알지만 외지인은 이런 tip 하나에도 반가우니 말이지요.

드디어 매운탕꺼리를 발견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 조금만 달라는 말에 사장님께서 흔쾌히 담아주시면서 3,000원이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나머지까지 다 하면 얼마냐고 했더니 5,000원이라고 하시는 바람에 얼른 나머지도 다 사 와버렸네요. 물론 숙소에서 맛있게 잘 먹었는데, 싱싱한 매운탕거리 외에도 가격이 참 착할 것 같은 서호 시장을 다음에는 넉넉한 시간을 두고 둘러보면 통영의 진솔한 부분과 조우할 것 같더군요.

전날 편히 쉬고 이른 아침에 간밤에 봤던 숙소 앞에 있던 멋진 배가 많은 낚시꾼들을 태우고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조용하던 공간이 순식간에 활기찬 어항이 되는 것을 봤는데 이 모습도 곧 아침 안개처럼 흩어지고 다시 조용한 인평 바다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더군요.

아침 산책 겸 숙소 앞 바다를 향해 잰걸음으로 나섰는데 때마침 왕진 가는 배를 보면서 아, 내가 바다의 나라에 서 있구나 싶더라고요. 말로만 듣던 섬 의료 활동을 하는 배를 먼발치에서라도 보게 되다니요.

예로부터 천연의 양항으로 남해안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통제영 300년 동안에는 해방의 본영이었고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남해안 수산업의 중심지였던 통영은 평지가 적어 시가지의 대부분이 매립지(강구안 일원, 정량동, 동호만, 서호만, 인평만, 도남단지, 북신만)인데 시세의 팽창에 따라 지금도 죽림만의 매립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지도가 바뀌고 있지요.

통영의 해안과 섬에서는 어디서나 낚시를 즐길 수 있었으나 1990년대 들어 연안의 오염에 따른 토착 어종들의 멸종과 어자원의 고갈로 먼바다로 나가야 그런대로 손맛을 볼 수 있는 형편이 되지만 아직까지는 이 해역이 전국의 유명 낚시터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대요.

여름휴가 때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에게 유명한 관광지도 좋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바닷가에서 며칠 쉬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오후 나절에 들어 잠시 쉬었다가 서호 시장을 다녀와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푹 쉬면서 다음날 바다가 들려주는 안식에 손을 내밀 수 있었던 통영에서 느리게 하루를 보낸 이야기를 공유해 봅니다.

7월의 여름, 건강히 잘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title":"[경남/통영] 통영에서 느릿느릿 소소한 하루 보내기 - 서호 시장 나들이","source":"https://blog.naver.com/gnfeel/223925785750","blogName":"경상남도 ..","domainIdOrBlogId":"gnfeel","nicknameOrBlogId":"경상남도","logNo":223925785750,"smartEditorVersion":4,"blogDisplay":true,"outsideDisplay":true,"cafeDisplay":true,"meDisplay":true,"line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