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듯 말을 거는 통영화우회전, 마음에 쌓인 근심 털다

지구가 어느새 체온을 올리고 있습니다.

봄이 저만치 지나고 벌써 초여름 날씨처럼

한낮의 열기에 심신이 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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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든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진 심신에

고마운 물처럼 생기를 주고자 그림 전시를 찾았습니다.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5월 14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제29회 통영화우회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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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열리는 통영시민문화회관을 찾으면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라는

말처럼 전시 못지않게 주위 풍광이

일상 속 고단한 우리의 피로를 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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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항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남망산 자락에

자리한 까닭에 시민회관에 이르면

바다의 푸른 풍광이 와락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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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둘러봐도 시원한 풍경 덕분에

일상의 묵은 찌꺼기가 스르륵 날아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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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야외 조각과 풍경에 뺏긴 마음을 다잡고

전시실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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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은 지하 1층입니다.

계단을 내려가기 불편한 분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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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벗이 된 통영인들(畵友)이

'그림을 사랑하고 통영을 아끼는 누구나'라는

모토로 1996년 1월 출발한 통영화우회가

올해로 29회 전시회를 준비해 우리를 반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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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전시실에 발을 들이자, 통영 지역 화가들의

그림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듯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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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멋(한수은 작)>이 우리를 먼저 반깁니다.

단청과 연이 다소곳이 한곳에 모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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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 옮길 적마다 작품들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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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심촌의 찬가(최정은 작)>에서 숨을 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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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촌을 삼촌으로 잘못 읽었습니다.

전시장을 찾는 못 삼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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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대박가족(조정주 작)> 앞에서

덩달아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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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흥부전> 속 흥부 가족들이 호박을 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림 속 모두가 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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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같은 동물 띠라서 그런지 더욱 친근합니다.

은근슬쩍 복권 당첨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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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어라(김소정작)> 앞에서는 괜스레

온몸과 마음이 분홍분홍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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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은 가벼워졌지만

사각의 액자에 담근 작품들 덕분에

쉽사리 옮겨가지를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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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 너머에서 봄꽃의 여운이 전해오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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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휘영청 밝은 달이 쿄쿄히 빛나는 바다에

등 밝힌 어선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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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스레 싱싱한 통영 바다에서

잡아 올린 횟감이 떠올라

입안 가득 행복한 침샘이 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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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길(김철배 작)>에서 십자가처럼

좌우로 활짝 날개를 펴고 하늘로 솟구치는

새를 따라 하늘을 하늘하늘 날아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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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아가다 김<옛날 옛적에(김광훈 작)>에서

알은척하는 닮은 인물이 그림 속에서 인사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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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절반을 지나자 어느새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김연자 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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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곁을 지나는

할머니 손에는 끈이 쥐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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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을 따라 손자의 장난감 차(?)가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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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지나고 제1 전시실을 나서

이웃한 2전시실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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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고양이처럼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안락한 의자에 앉아 우리와 눈을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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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바라보며 녀석은

어떤 <상상(강병선 작)>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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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곁을 지나 다시 맞은 봄기운을 맞습니다.

싱그러운 봄기운에 샤워하듯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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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놀이(윤지현 작)> 앞에서는

쉽게 눈길과 발길을 옮기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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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소녀는 어떤 상상 놀이를 하고 있길래

화단 쪽에 불이 타오르고 있는지 내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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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민화를 지나 <열정(조충애 작)>을 담습니다.

그림을 볼 때 나름의 감상하는 방법이 작품을 보고

나름의 작품명을 떠올린 뒤 작가의 작품명을 살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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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하면서 떠올린 작품명이

화가와 같아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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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담고 나오는데

<묻어가는 삶G(강선옥 작)>이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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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작품들은 우리에게

기운이 다 소진되었다고 해도 “그래도 괜찮다.”

위로를 건네는 듯합니다.

속삭이듯 말을 거는 그림 덕분에

마음에 쌓인 근심을 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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