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시간 전
<문화칼럼> ‘bravo(브라보)!’는 남자한테만 하는 말이라고요? 클래식 음악 속 이탈리아어의 세계
[6월 소식] #대전서구 #대전서구소식 #6월소식
<문화칼럼>
‘bravo(브라보)!’는
남자한테만 하는 말이라고요?
클래식 음악 속 이탈리아어의 세계
이운희
청주시립예술단 합창단 상임단원
클래식 음악을 잘 몰라도, 공연 끝에 박수치며 외치는 말은 다들 안다. “bravo(브라보)!” 하지만 이 단어, 사실 남자한테만 쓰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여가수에게 “bravo(브라보)!”를 외치면 이탈리아어 선생님은 속으로 눈물을 삼킨다. 그녀에겐 사실 “brava(브라바)!”가 맞는 표현이다. 두 명 이상이라면? 남자들 땐 “bravi(브라비)!”, 여자들만 있으면 “brave(브라베)!”다. 헷갈린다고? 그럴 땐 그냥 마음속으로 ‘감탄’만 하고 입은 다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복잡하냐고? 그건 클래식 음악이 태어난 곳이 이탈리아이기 때문이다. 1600년대, 오페라가 이탈리아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고, 유럽의 작곡가들은 너도나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지금으로 치면 음악계의 ‘핫플’이자 ‘클래식 스타트업’의 성지였다.
그때부터 악보에도 이탈리아어가 줄줄이 등장했다. allegro는 ‘빠르게’, adagio는 ‘느리게’, forte는 ‘세게’, piano는 ‘여리게’… 이 모든 단어가 음악의 감정을 표현하는 지시어로 쓰였고, 결국 지금까지 그 전통이 살아남았다. 오늘날의 음악가들도 여전히 악보를 펼치면 이탈리아어 시험 보는 기분을 느낀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음악이란 게 감정의 언어고, 이탈리아어만큼 감정 풍부한 언어도 드물다. 사랑 고백 하나에도 손을 허공에 휘젓고, 파스타 하나에도 온갖 수식어를 붙이는 이탈리아 사람들. 그런 그들이 음악에 단어를 붙였으니 당연히 열정이 넘칠 수밖에!
공연장에서 우리가 외치는 “bravo(브라보)!”는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그 열정과 감탄의 ‘작은 이탈리아 여행’ 같은 것이다. 물론 문법적으로 따지면 복잡하겠지만, 감동의 순간엔 그런 건 좀 봐주자. 그게 음악이고, 예술이니까. 그러니 다음번 클래식 공연에선 자신 있게 외치자. 대상이 누구든, 감정이 먼저다. “bravo(브라보)!... 아니 잠깐, bravi(브라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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