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괜찮아,

진주 칠암동에서는

한때 진주 칠암동은

사랑을 약속하는 사람들이

모여들던 동네였습니다.

포시즌 웨딩홀 앞에서는

드레스 자락을 조심스레 들고 걷는

신부의 모습이 있었고,

칠암동 성당 벽돌 담장 아래에서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미래를 그리던 커플들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사랑이 시작되던 거리이자,

사랑이 완성되던 동네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칠암동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누군가 “헤어지자고” 말해도

"나 지금 되게 칠암한데?" 하고

커피 한 잔으로 넘겨버릴 수 있을 만큼,

조금은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깃든 곳으로 변했습니다.

카페의 향기와 잔잔한 음악이

골목마다 스며들어 있는,

이제는 혼자의 시간도

충분히 아름다운 동네가 되었습니다.

사랑은 잠시 멈추었지만,

동네는 오히려 더 따뜻해졌습니다.

보여지는 사랑 대신

감성 가득한 커피머신 소리가 골목에 퍼지고,

플라워 아치 대신

창밖으로 햇살이 드리우는

창가 좌석이 생겼습니다.

칠암동 성당 주변에는 이제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들보다

조용히 산책을 즐기는 가족과

여유롭게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들,

편안하게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있습니다.

카메라 셔터 소리 대신,

머그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집니다.

누구나 편하게 앉아

자신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함께의 완성'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나답게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칠암동 성당 앞 거리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예전처럼 웨딩 촬영을 하던 커플들 대신,

TDA 앞에서 휴대폰이나 필름 카메라로

서로를 찍어주는 커플들이 즐비합니다.

이들은 결혼이라는 약속보다

‘찰나의 분위기’를 기록하는 데

더 의미를 둡니다.

‘영원’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가

등장한 것입니다.

동훈서점

유일하게 헤어지지 않은 공간

칠암동의 생존자,

동훈서점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혼수용 책장에 꽂을

양서를 사러 이곳을 찾았다면,

지금은 스스로를 위한 문장 하나를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사랑은 지나가도 문장은 남는다”는 말처럼,

이곳은 책으로 마음을 달래는 이들의

작은 성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결혼을 위한 책장이 아니라

혼자서도 충분히

단단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듭니다.

문장 하나하나를 통해 위로를 받고,

이별 이후에도

자신을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공간,

그곳이 바로 동훈서점입니다.

요즘 칠암동은 조용하면서도 따뜻합니다.

사랑이 끝나더라도,

그 여운이 깃든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 한 켠이 이상하리만큼 편안해집니다.

이별이 꼭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제는 다시 시작하는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동네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라떼 한 잔으로 하루를 달랠 수 있는 공간들.

그래서일까요

요즘 칠암동에서는

이별마저도 낭만처럼 느껴집니다.

사랑은 끝나도 칠암은 계속됩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서 벗어난 내가 아니라,

그 누구보다 나다운 나를 만나는 곳,

바로 진주 칠암동입니다.

‘칠(chill)하다’는 말,

요즘엔 마음이 느긋하고

편안한 상태를 뜻하는

유행어처럼 쓰입니다.

진주 칠암동은 그런 감정을

자연스럽게 꺼내게 하는 동네입니다.

누군가 이별을 말할때, 이렇게 대답해보는 건 어떨까요?

“헤어지자고? 나 지금 되게 칠암한데?”

@시민명예기자 정희순

※ 본 포스팅은 진주시 시민명예기자가 작성한 글로서 진주시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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