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전
[경남/거창]우리 안에 흐르는 역사를 일깨우는-거창박물관
2025년 경상남도 뉴미디어 프렌즈 김종신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창고가 박물관입니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에는 저만의 이야기 창고가 있습니다. 이야기 창고를 돌아다니면 선조들의 삶을 엿보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습니다.
박물관에 발을 들여놓자, 연자방아와 대문 문설주를 받히는 돌확과 주춧돌 등이 좌우에서 반깁니다.
저만치에서는 하늘의 별처럼 능소화가 주황빛으로 빛납니다. 잠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꽃들의 환한 미소에 불볕더위를 잊습니다.
그런 우리를 나무 그늘에서 신원면 예동 역골 김해 김씨 입향조 묘소에서 출토된 동자석(童子石) 1쌍이 물끄러미 지켜봅니다. 뒤편으로 소야탑골 3층 석탑이 또한 우리를 바라봅니다. 소야마을 뒷산 탑골에서 옮겨 복원한 탑인데 고려시대 유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는 송림사지 석조여래좌상이 있는데 연꽃 받침대에 가부좌로 앉아 있는 자비로운 얼굴의 부처님 아래 중간 받침돌에 새겨진 형상이 특이합니다.
잡귀로부터 부처님을 지켜주기 위한 귀신 얼굴을 한 나한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중간받침돌은 나중에 잘못 끼워 맞춘 것처럼 보입니다.
이 곁에는 박물관 건립문이 새겨진 돌이 있습니다. 계단을 천천히 올라 본격적으로 박물관에 발을 들이면 하늘에서 별이 쏟아질 듯 거창의 별자리 등을 표현한 형상이 머리 위에 있습니다.
‘밝고, 넓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거창 속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섭니다. 먼저 거창 역사의 시작인 이곳에 있는 선사 유적과 곳곳의 청동기 유물들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청동기와 철기 시대의 집터가 함께 발견된 대야리 유적지를 재현한 모형이 시간여행지로 우리를 이끕니다.
전략적 요충지였던 거창에서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가 치열하게 다투었던 당시로 우리는 다가가기도 합니다. 삼국시대를 지나자, 금원산 자연휴양림 위쪽 산 중턱에 자리한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의 탁본이 우리를 고려시대로 이끕니다.
고려 예종 6년(1111년) 돌아가신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조성했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덩달아 두 손을 하나로 모으고 허리를 숙여 부처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옆으로는 둔마리 고분을 재현한 전시물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동서 석실(石室 )에 천녀상과 주악상, 무용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로마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그린 천지창조처럼 각 벽에는 회칠하고 벽화(fresco)를 그렸습니다.
천상의 선녀가 들려주는 피리 소리에 영혼마저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덕분에 걸음도 더욱 가볍게 지역민이 기증한 대동여지도로 옮겼습니다. 벽면 위부터 내려온 우리나라의 모습에 꼼꼼히 우리 고장과 이웃 고장을 톺아보았습니다.
뒤편으로 조선총독부가 찍은 사진이 원형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 땅에 살았던 선조들의 모습입니다.
이들의 곁을 지나면 거창의 품을 떠난 유물 3점이 다시금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간송미술관에 소장 중인 신라시대 불상인 금동보살입상을 비롯해 호암미술관이 소중한 조선시대 백자상참초화문편병 등을 재현품으로 만납니다.
맞은 편에는 격동기 시절,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서 국군에 의해 자행된 거창양민학살 사건 등의 아픈 현대사도 우리에게 당시를 잊지 말라고 일러줍니다.
이어서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토기 등이 시대순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합니다. 그러다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게 있습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자세히 보니 요즘의 휴대용 남성용 오줌통입니다. 고려시대 청아한 빛의 청자를 지나자 은은한 백색의 향기가 전해질 듯한 조선시대 백자들이 담백하게 우리를 반깁니다.
1층으로 내려가서 생활 민속을 둘러봅니다. 먼저 영상을 보면서 거창의 숨겨진 보물을 먼저 만났습니다. 거창 지역 사람들의 의식주에 담긴 삶의 흔적을 엿봅니다. 아울러 거창읍 한들 사계(四季)를 고된 노동의 현장에서 불렸던 무형유산 ‘거창 일소리’와 함께 감상합니다.
맞은편 마당으로 가자 길쌈하는 아낙과 글 공부하는 아이를 비롯해 선조들의 일상을 평상에 앉아 들여다봅니다.
“어쩌다 우리 거창 운세가 불행하여 온 고을 가난하여 만민이 목마르다 [중략] 이재가 어인잰고 저재가 어인잰가 거창이 폐창되고 재가가 망가로다.(향토문화전자대전)”
<거창가> 필사본과 함께 조선 후기 거창 부사의 학정을 비판하고 저항한 민의를 듣습니다. 유림의 독립운동인 파리장서운동에서 불의에 항거한 이 지역 지식인들의 열기를 느낍니다. 열기는 맞은편 전시실의 엿 통에서 슬며시 입안에 행복한 침샘이 고이면서 내려갑니다.
여러 이웃과 공유하고 선조의 얼을 계승하고자 기증한 각종 문헌 자료집을 둘러보고 박물관을 나왔습니다. 박물관 옆 뜨락에는 ‘책 덮고 창을 여니 강호에 배 떠 있다 / 오고 가는 백구는 무슨 뜻 먹었는고 / 아서라 공명도 말고 너를 좇아 놀리라’라는 조선 충신 동계 정온의 시구가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빗돌 뒤에는 이 지역 수령들의 선정비(?)가 에워싸고 있고 가운데에는 옛날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던 돌무지(당산,조산)가 있습니다.
1950년 이승만 대통령이 파종 육묘해 나누어준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숨을 고릅니다. 오늘 들여다본 거창의 역사와 문화를 되새김질합니다. 우리 안에 찬란하게 빛났던 과거도, 아팠던 슬픈 역사도 우리 안에 흐르고 있음 깨닫습니다.
거창박물관
✅주소 : 경남 거창군 거창읍 수남로 2183
⏰️관람 시간 : 09:00 – 18:00(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관람료 : 무료
📞문의 전화 : 055-940-8740
📍주차장 : 무료
- #경상남도
- #경남
- #거창
- #거창박물관
- #거창역사
- #거창가볼만한곳
- #거창여행
- #경남가볼만한곳
- #경남여행
- #경남지역박물관
- #경남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