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산성 등산 후기｜현충일에 걷는 대구 동구의 숨겨진 역사길

6월 6일 현충일.

대구 동구 도동 팔공산 자락 아래에 자리한 용암산성을 다녀왔습니다.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기며, 자연과 역사를 함께 품은 산성을 걸으며

많은 생각이 오갔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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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산성을 알리는 작은 푯말 뒤로는 팔공산 녹색길과

용암산성 누리길을 설명하는 안내판.

그리고 등산로 이용자 수칙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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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초입엔 차량 2~3대가 주차가능한 작은 공터가

마련되어 있고, 입구엔 아치형 문이 반겨줍니다.

그러나 이내 풀숲이 빼곡히 자란 길이 이어지며 인적 드문 곳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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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풀 사이로 피어난 접시꽃이 6월의 방문객을 반기듯

활짝 피어있었고, 조금 지나자 돌계단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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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 초입에서 900m남았다는

푯말이 보이자, 오늘 등산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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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는 곧 넓은 완만한 길로 이어지고, 50m 정도를 오르면

쉼터 정자가 하나 나옵니다.

이미 한 명의 등산객이 잠시 쉬어가는 모습이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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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 가득한 숲속을 걷다 보면 피톤치드가 온몸을 감싸고,

중간중간 벤치도 설치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지만

사람의 흔적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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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급경사 구간이 시작됩니다.

대구의 특유의 더운 날씨 속에서 땀은 비오듯 흐르고,

가져온 시원한 물도 어느새 미지근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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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에서 뱀딸기 군락지를 지나고 나면, 도심의 소음은 멀어지고

자연의 소리만 귀를 채웁니다.

떡갈나무, 소나무 군락이 이어지며, 해발이 높아지면서

나무의 종류가 서서히 달라지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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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용암산성까지 330m 남겨둔 지점부터는

트랭글 기준 최대 54도의 가파른 경사가 시작됩니다.

숨을 몰아쉬며 이 경사를 오르면,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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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다다르면 넓은 평지와 함께 멋진 조망이 펼쳐지고,

정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곳은 인적이 드문 탓인지 풀은 무성하고,

다소 관리가 소홀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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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이

고립된 채 항전하며 사용했다는 옥천(玉泉)이 있습니다.

풀숲을 헤치고 어렵게 찾아간 그 샘은 작지만 깊은 의미를 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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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샘 하나로 버텼던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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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된 테뫼식 산성으로, 임진왜란 당시

의병 항전지로도 알려진 역사적 유산입니다.

산성 내 '옥천'은 고립 속 생존의 기반이 되었으며,

현재 대구시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제 18회 용암산성옥샘문화제'는 2025년 9월 19일,

도동문화마을에서 열리며, 제례행사·사생대회·전시·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지역 문화 축제입니다.

호국의 달 6월에 용암산성을 찾고, 9월엔 문화제까지 함께 즐긴다면

더욱 의미있는 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용암산성은 접근성이 좋지 않지만,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보석 같은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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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잡고 싶은 어느 날, 조용히 이 곳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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