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전
국내 유일의 해안선인장 자생지! 월령리 선인장마을
월령리 선인장마을
노란 선인장 꽃이 아름다운 곳
지난 한달간 제주는 곳곳에서
화려한 수국의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수국은 이제 내년을 기약하며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제주엔 한여름을 예쁘게 물들이는
제주만의 여름꽃들이 있으니까요.
제주 여름꽃의 컬러는 노랑입니다.
제주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에서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황근과 선인장꽃이 그 주인공인데요.
동쪽 끝 마을인 오조포구 앞 식산봉은
무궁화를 닮은 노란 꽃 황근의 국내 최대 자생지이고
서쪽 끝 월령리 마을에선 에메랄드빛 바다를 끼고 해안선인장꽃이 피어납니다.
참, 황근은 제주올레 4코스가 지나는
남원의 해변가에도 해안을 따라 복원돼 있답니다.
아, 최근 몇 년 새 제주시의 명소가 된 해바라기농장도 있네요~
제주의 여름꽃 황근(왼쪽, 남원)과 선인장꽃(오른쪽, 월령리)
제주 동부의 황근은 7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니
지금은 6월 말부터 만개하기 시작한 월령리의 해안선인장꽃이 만나러 갈 때입니다.
월령리 마을은 선인장을 중심으로 해변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마을 안길을 도는 짧은 올레길에는 제주4·3의 아픈 흔적도 남아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협재해수욕장이나 판포포구처럼 시끌벅적한 해변과 달리
조용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작은 모래해변도 자리하고 있지요.
여름이 더 반가운 월령리 마을로 함께 떠나보실까요?
노란 선인장꽃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름다운 산책길
월령리 마을은 국내 유일의 해안선인장 자생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울퉁불퉁 검은 현무암들 사이를 비집고 노랗게 피어나는 선인장꽃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정도가 가장 예쁘다고할 수 있습니다.
사실, 월령리의 선인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손바닥선인장으로 알려져 있었는데요.
공식 명칭은 손바닥선인장이 아니라 '해안선인장'이라고 합니다.
고향은 제주도가 아닌 북아메리카이고요.
이러한 사실은 제주세계유산본부가 학술조사를 통해 지난 2023년에 밝혀낸 건데요.
당시 조사 결과 외부형태학적, 유전학적 계통 분류를 통해
북아메리카가 기원인 해안선인장(학명 : Opuntia stricta)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요.
그렇다면 1만km 이상이나 떨어져 있는 북아메리카의 선인장이
어떻게 제주까지 흘러오게 된 걸까요?
아쉽게도 그것까지는 이번 조사에서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해요.
지금까지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선인장의 씨앗이나 열매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제주 해안가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고 해요.
아, 그리고 초콜릿 등에서 자주 보는 백년초는
월령리의 이 선인장과는 다른 종이라니 헷갈려하지 마세요!
2020년까지는 국내에 서식하는 선인장이 해안선인장 1개 종으로만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제주에 서식하는 해안선인장과 제주백년초(왕선인장)
그리고 내륙에 서식하는 후미푸사선인장(천년초)를 모두 구분하지 않고 '백년초'로 불렀다고 해요.
이제는 정확한 명칭을 사용하는게 좋겠죠?
월령리의 선인장꽃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해변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걷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뙤약볕에는 그늘이 없어 조금 힘들 수도 있는데
산책로 거리가 약 300m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가볍게 걷기 좋아요.
산책로 중간에 정자도 있어서 잠시 쉬며 조용히 바다를 감상할 수도 있구요.
6월 22일에 갔을 때는 웬일인지 해안가의 선인장꽃들은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보였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방문했을 때인데
선인장꽃이 하나 둘 피기 시작하고 있었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만개하지 않았을까요?
이곳을 방문한 시각이 마침 해질녘이라
아름다운 노을까지 덤으로 감상할 수 있었답니다.
해안산책로에선 예쁜 선인장꽃을 그리 많이 만나지 못했는데
산책로를 나와 마을로 향하다보니 너무 아름다운 선인장밭이 있네요~
참, 선인장꽃은 늘 만개한 것만 봤었는데
이번에는 월령리 마을을 두 번이나 가는 바람에(?) 꽃이 피는 과정도 볼 수 있었어요.
와인빛의 꽃봉오리가 맺힌 후 거기에서 노란 꽃이 피어나네요~
조용하고 한적한 피서지, 월령 모래해변
월령리 해변산책로의 양 끄트머리에는 작지만 앙증맞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만 즐길 것 같은 예쁜 모래해변도 자리하고 있답니다.
월령포구 앞은 밀물 때면 늘 바닷물로 가득차 있지만
썰물이 되면 아담한 모래해변이 그 모습을 드러내요.
월령포구 앞 모래해변
바닷물에 발만 담그고 석양을 바라보는 커플, 너무 멋지지 않나요?
하지만 밀물 때는 이렇게 물이 꽉 차서 가까이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답니다.
제주4·3의 아픔이 서린 마을올레
월령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정표가 잘 돼 있고
마을도 그렇게 크지 않아서 길을 잃거나 헤맬 염려는 없답니다.
좀 더운 날씨지만 마을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여러 집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오래된 집이 하나 있어요.
무려 55년이란 세월 동안 제주4·3의 후유증을 안고 살았던 진아영할머니가 살았던 집이랍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보면 이 집이 정말 작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집과 마당을 통틀어 전체 공간이 30평도 채 돼보이지 않습니다.
그 작은 땅 위에 집 한채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지요.
생전의 진아영할머니 모습 (사진-무명천 진아영할머니 삶터보존회)
진아영할머니는 1914년생인데, 1949년 1월
한경면 판포리의 고향집 울담 밑에서 토벌 나온 경찰이
발사한 총탄에 턱을 맞고 쓰러지셨다 해요.
서른 중반의 보통의 제주 여성이었는데, 자신의 고향집에서 총상을 입은 거지요.
하지만 당시 할머니는 제대로 된 치료조차 한 번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할머니는 총상을 입은 턱에 하얀 무명천을 두르고 다녔고
시간이 흐르면서 '진아영'이라는 예쁜 이름은 사라지고
'무명천 할머니'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턱에 총상을 입었으니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음식도 제대로 씹지 못해 늘 위장병에 시달리셨다 하네요.
고향인 판포리에서 월령리으로 이주해온 건
판포리에는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하네요.
월령리에 있는 이 집은 당시 사촌과 언니가 살던 집이고요.
그렇다면 할머니는 어떻게 삶을 이어오셨을까요?
약값을 벌기 위해 보말을 잡고 톳과 파래를 채취해 1시간이나
걸리는 오일장까지 갖고 가 파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오셨다 합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2004년 9월 8일, 91세의 나이로 한 많은 생을 마감하기 전
2년 5개월간 성이시돌 요양원에서 지내셨다고 해요.
해안선인장꽃을 만나러 월령리 마을을 방문한다면
마을 안으로도 들어가 잠시 진아영할머니가 사셨던 곳도 한 번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 제주특별자치도 블로그 이웃 추가하기 ▼
- #제주
- #제주도
- #제주특별자치도
- #제주도청
- #빛나는제주
- #월령리
- #월령선인장마을
- #제주선인장마을
- #제주여행
- #제주가볼만한곳
- #선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