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 공영 방송 KBS2에서 고려 역사를 다룬 ‘고려 거란 전쟁’을 방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고려의 황제 현종과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 장군의 활약상을 다룬 대하 사극 드라마입니다. 20여 년 전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외세로부터 고려를 지키는 ‘강감찬 장군’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드라마와 함께 고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큽니다.

300년 넘게 한반도를 다스렸던 고려. 그 마지막 군주였던 공양왕이 고양특례시에 잠들어 있습니다.

고려 공양왕릉 (출처 문화재청)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산65-6에 위치한 고려 공양왕릉은 공양왕과 순비(順妃) 노씨가 나란히 묻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389년 고려 제34대 군주에 오른 공양왕은 이성계 일파에 의해 옹립된 왕입니다. 당시 이성계 장군이 위화도회군(1388) 이후 창왕을 즉위하게 했으나 음모를 꾀했다는 이유로 창왕을 폐위시켰고 공양왕을 즉위시켰습니다.

왼쪽이 고려 공양왕, 오른쪽이 왕비가 묻혀 있다

반강제로 왕위에 오른 그는 기울어져 가는 고려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몽주 등 기존 정치세력과 새로운 세력 이성계 일파의 다툼 속에서 도망치기 급급했습니다. 그는 “나는 왕이 되기 싫다!”라며 수없이 외치며 도망쳤지만 금세 발각되었고 공양왕의 폐위와 함께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며 고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공양왕에서 공양군(恭讓君)으로 강등된 그는 원주, 삼척 등으로 유배를 떠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성 왕씨 일가가 모조리 숙청당했고 공양왕마저 1394년 삼척에서 왕세자와 함께 교살되었습니다. 1416년(태종 16년) 조선 태종이 공양왕(恭讓王)으로 추봉했고 사신을 보내 그의 능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공양왕은 왕비인 순비 노씨와 합장되어 있습니다.

공양왕릉 앞에는 공양왕과 고양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공양왕릉을 검색하면 고양시와 함께 강원도 삼척시도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양왕 죽음과 관련하여 여러 전승들이 내려오고 있고 관련 기록들의 모순된 점들이 더러 있어서 현재는 두 곳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공양왕은 삼척에서 교형에 처한 이후 개경과 가까운 고양으로 옮겨져 묻혔다고 적혀 있습니다. 조선 태종이 제사를 지낸 곳도 고양시였습니다.

공양왕길 따라 걸으면 도착하는 공양왕릉

조선 태종이 제사를 지낸 곳이 고양시 공양왕릉이다

“공양왕이 삼척에서 탈출해 이 근처까지 왔다가 죽었다”

한편 고양시 공양왕릉 주변 지역에서는 조선왕조실록과 달리 예부터 위와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있습니다. 왕씨 일가들이 숙청되는 중 삼척을 탈출해 쫓기 와중에 공양왕을 알아보고 밥을 날라주던 스님의 암자와 절이 유래되어 지금의 ‘식사동(食寺洞)’이 되었습니다. 공양왕과 관련된 고양시 지명은 식사동 외에 왕릉골, 어침사, 대궐고개 등이 있습니다.

올해 개방된 고양 서삼릉 (출처 문화재청)

고양특례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고려왕릉과 조선왕릉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려 공양왕릉과 조선왕릉인 서삼릉과 서오릉 8기가 위치해 있지요. 예부터 고양시는 중국 교역의 통로인 한강을 끼고 있고 풍수지리상으로 명당의 기운을 지니고 있어 왕릉과 사대부들의 묘가 많이 몰려 있습니다.

고려 고양왕릉 (출처 문화재청)

조선왕릉 서삼릉, 서오릉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크고 웅장한 데 비해 고려 공양왕릉은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도 없고 석물들도 비교적 작아서 공양왕릉 앞 소개 푯말을 보지 않았다면 이곳이 왕릉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무덤을 통해 최후를 맞이한 나라의 마지막 군주의 씁쓸함이 녹아드는 것 같았습니다.

수많은 소나무들 사이에 마련된 공양왕릉은 공양왕 소개와 함께 이 지역에서 내려오는 설화 등 공양왕과 관련된 정보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공양왕릉 앞에 있는 호랑이상

사적 제191호에 지정된 공양왕릉 앞에는 호랑이상이 존재합니다. 한때 설화에 등장하는 삽살개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현재로선 왕릉을 보호하고 장식하는 호랑이 상으로 보고 있는 주장이 더 큽니다.

고려 왕릉들은 조선에 비해 모든 왕릉 위치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고려사 기록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능호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려 수도가 개경(현재 개성)이다 보니 대부분 왕릉들이 북한에 소재되어 있고 남한에 있는 몇 안 되는 고려 왕릉들은 고려가 힘든 시기였던 여몽전쟁 또는 고려 끝무렵이라 초라할 수 있습니다.

남한에 몇 안 되는 고려 왕릉, 공양왕릉

왕릉골 버스 정류장

거란과의 전쟁을 다룬 드라마가 나오면서 다시금 주목 받고 있는 고려. 그 마지막 군주가 묻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공양왕릉. 이곳을 조선 왕릉들과 비교하면서 본다면 고양시 설화들과 함께 재밌는 경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왕릉골 버스정류장에서 공양왕길을 따라 약 20분 정도 걸으면 공양왕릉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제6기 고양시 소셜기자단 김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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