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 월출산의 남쪽 기슭에 자리한 도갑사는

천여 년 전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입니다.

풍수지리의 대가로 알려진

그는 이곳에 절을 짓고 불법을 펼쳤습니다.

지금도 경내에는 해탈문, 마애여래좌상, 석조여래좌상 등

귀한 문화재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찰 입구인 일주문을 지나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도갑사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등장합니다.

월출산 탐방로와 길을 나누지 않고 이어지니,

등산객과 참배객이 자연스럽게 함께 걷게 됩니다.

길가에 조용히 서 있는 비석 하나가 눈길을 끕니다.

바로 도갑사사적비입니다.

이곳의 창건자인 도선국사는 영암 구림 마을 출신으로,

15세에 출가해 화엄사에서 불법을 익혔고,

훗날 고려 건국을 예언했다는 인물입니다.

고려 인종은 그를 ‘선각국사’로 추증했고,

지금도 풍수지리의 시조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해탈문에 이르면 사찰의 본격적인 영역에 들어서게 됩니다.

조선 성종 4년(1473)에 세워진 이 문은

단순한 출입구를 넘어 속세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서는 관문이라 여겨집니다.

목조건축의 양식이 독특해

건축사적으로도 귀한 가치를 지닌 국보입니다.

문을 지나면 광제루가 나오고, 그 뒤로 경내가 펼쳐집니다.

도갑사는 과거 900칸이 넘는 대가람이었지만,

수차례 화재로 지금은 소박하고

조용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경내에는 물을 담는 석조,

고려 시대에 조성된 5층 석탑,

화재 후 복원된 대웅보전 등

시대를 대표하는 유산들이 이어집니다.

특히 대웅보전은 원형을 고증해 2009년에 복원된 것으로,

유구한 시간의 흔적과 현대의 노력이

함께 깃들어 있는 건물입니다.

대웅보전 뒤편에는 수미왕사비각이 있습니다.

수미왕사는 세조에게 ‘왕사’로 책봉 받은 고승으로,

그의 공덕을 기리는 비석에는

조선시대 비석 양식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돌거북, 이수(비석 머리 장식), 대리석의 몸체는

조형적으로도 수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지방유형문화재입니다.

산책을 계속하면 명부전이 나옵니다.

지장보살과 저승의 시왕들이 모셔진 이 공간은

1977년 도갑사 화재 당시에도 소실되지 않아

그 의미가 더욱 깊습니다.

명부전 뒤편으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용수폭포가 시원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깃든

이 폭포는 사시사철 맑은 물줄기를 흘려

산사의 고요함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이곳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면 보물로 지정

석조여래좌상이 봉안되어 있는

미륵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려 시대에 조성된 석조여래좌상은

하나의 돌로 몸체와 광배를 함께 새긴

독특한 방식의 불상입니다.

당당한 이목구비와 항마촉인지 수인은

석가모니의 굳센 수행 정신을 전합니다.

숲길을 따라 도선수미비각과 부도전도 만나게 됩니다.

도선수미비각에는 도갑사를 창건한 도선국사와,

중창에 힘쓴 수미선사의 공덕을 함께 기린

도선수미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보물로 지정된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높이 약 4.8미터에 이르는 이 비석은

조선 효종 4년(1653)에 제작을 시작해,

무려 18년에 걸쳐 완성되었을 만큼 공력이 담긴 작품입니다.

독특한 점은 한 비에 두 고승의 이름을 함께 새겼다는 점으로,

대부분 한 인물만을 기리는 일반 비석과는 차별화됩니다.

도선수미비각 옆에는 크고 작은 부도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는 부도전이 있습니다.

고승들의 생애가 고스란히 깃든 장소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온 도갑사의 역사가

이 공간에서 마침표를 찍듯 탐방도 마무리하였습니다.

수많은 세월을 지나 온 사찰은 고요하지만,

그 속엔 소중한 문화유산이 가득합니다.

월출산의 품에서 잠시 머물다 떠나며,

마음 한편에 잔잔한 울림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다음엔 또 다른 계절의 색으로

물든 도갑사를 찾아 다시 걸어보려 합니다.

✅이 원고는 6월 22일에 취재하였습니다.

{"title":"[전남 서포터즈] 해탈문을 지나, 마음의 문을 열다","source":"https://blog.naver.com/greenjeonnam/223919237152","blogName":"전라남도 ..","domainIdOrBlogId":"greenjeonnam","nicknameOrBlogId":"전라남도청","logNo":223919237152,"smartEditorVersion":4,"meDisplay":true,"lineDisplay":true,"outsideDisplay":fals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