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화선지에 퍼지는 먹빛의 자연스러움… 화촌 이의열 작가의 ‘수묵(水墨)의 늪에 빠지다’ 展
여주시민기자단│진재필 기자
수묵화는 컬러 시대의 화려함에 매혹되지 않고 예술의 근본을 찾아가는 길
고향 풍경은 세월을 비껴서 있었다. 흙벽으로 쌓아 올린 건초장, 정겨운 돌담과 그 사이로 난 산수유 길… 고향은 추억으로 살아나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한다.
3월 19일부터 3월 30일까지 여주 ‘빈집 예술공간’에서 화촌 이의열 작가의 ‘수묵(水墨)의 늪에 빠지다’ 전시회가 열린다. 작가의 시선은 신륵사의 강월헌과 대신면의 어디쯤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려한 색채로 현혹하지 않고, 수묵을 통해 표현된 고향의 풍경은 정갈하고 다정했다.
작가는 노송(老松)과 어우러진 정자(亭子)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었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속도를 쫓는 세태에서 벗어나 휴식을 얻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것 같았다. 화선지에 번지는 먹빛, 그 자연스러움이 수묵화의 매력을 더했다.
작가의 삶은 작품 세계처럼 정자에 올라 세월을 관조할 만큼 여유롭지는 않았다. 도자기공장의 화공으로 작품활동을 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검찰공무원, 사슴농장, 건강원 등을 운영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경제활동에 매진할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작품활동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랐던 시기였다.
작가는 30년의 직장생활을 은퇴하던 날, 가족들에게 전업 활동을 선언했다. 개인 화실을 만들어 작품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을 때가 일생에서 가장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작가는 요즘도 작품활동을 시작하면 모든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밤새워 작업을 한다. 가족의 생계를 우선 해결해야 했기에 퇴근 후부터 새벽까지 그림을 그렸던 당시의 간절함이 지금의 열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했다.
치열한 삶의 한복판에서도 작품활동의 의지를 놓지 않았기에 누구보다도 힘든 작품활동을 해왔을 터였다. 그래도 작품활동 중 행복했던 기억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처음 그림을 시작했을 때 마땅히 사사할 곳이 없었다. 나의 수준을 확인하고 전망을 찾기가 어려웠다. 우연히 접하게 된 그림에 매료되어 체본을 받고 싶다고 무턱대고 전화를 했다. 구하는 자에게 길이 있다고 스승님께서 주말마다 여주에 내려와 머무니 찾아와 보라고 했다. 스승님과 8개월 동안 난초 그리는 작업만 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출품한 첫 작품이 기적처럼 입선을 했다. 변변한 배움의 기회도 없던 시골 촌놈의 작품이 예술의 전당에 전시되는 그 자체로 영광이었고 감동이었다.
수묵화의 매력과 고향과 정자를 주요 소재로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수묵화는 컬러 시대의 화려함에 매혹되지 않고 근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화선지에 먹의 농담만으로 세계를 구상하고 감정을 얹히는 것이 수묵화의 매력이다. 작품활동 초기에는 채우는 데 급급하다 보니 더 큰 공허함을 느꼈다. 이제는 내려놓는 것을 통해 채워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고향 풍경과 정자를 주요 소재로 삼은 것은 자연이 수묵화의 주요 소재기도 하지만 일상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자는 마음도 담고 싶었다. 세상의 속도를 따르다 보면 정작 나를 놓치게 된다. 고향길을 걸으며 세상의 시름을 잠시나마 벗어놓고 쉼의 시간을 허락하길 바란다.
이의열 작가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물었다.
전업적으로 작품활동을 한다지만 온전히 창작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다. 이번 전시를 하면서도 전시 장소 섭외와 창작지원금 신청 등 행정적 처리에 들어가는 시간이 많았다. 작품활동에 5시간을 할애한다면 행정업무에 3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했다. 전업 활동이 늦어졌기 때문에 작품활동에만 매진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하지만 욕심으로 세상을 채울 수는 없다. 그림에 여유를 채워 넣듯 삶에서도 여유를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앞으로 작품활동도 지금처럼 고향 이야기, 시골 풍경 등을 작품 세계로 담아낼 것이다. 대신면 장풍리에서 나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4H 활동이나 농어민후계자 활동을 했고 청년회장 등 마을 일을 맡아 마을 공동체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 이런 삶의 이야기와 정서가 작품에 담겨 표현되길 희망한다.
여주에서 진행하는 회화전에서 수묵화는 익숙한 장르가 아니다. 전시회를 마치는 소감도 물었다.
회화전 중 수묵 전시회가 익숙한 편은 아니어서 걱정이 많았다. 그럼에도 찾아주시는 관람객이 많았다. 작품을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느꼈다는 이야기를 해 줄 때 뿌듯함을 느꼈다. 전시회를 통해 평화와 여유를 느꼈다면 작품의 본질은 전달되었다고 생각했다.
작품활동을 하면서 경계하는 것은 빨리 도달하겠다는 욕심이다. 치열하게 작품활동을 하되 성과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수묵화의 정수로 접근해 가는 과정이 성과이기 때문이다.
화촌 이의열 작가의 수묵화 전시회를 관통하는 감성은 평화와 여유였다. 고향의 돌담길에서 들려오는 종달새 소리, 고즈넉한 정자를 휘돌아 가는 여울 소리가 화폭 밖에서 지친 일상을 응원해 주었다. ‘수묵(水墨)의 늪에 빠지다’를 통해서 삶을 성찰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이의열 작가의 바람이 이어져 많은 사람에게 삶의 여유와 희망으로 전달되길 기대한다.
빈집 예술공간은 여주의 ‘비어있는 장소’를 활용하여
문화예술인과 여주시민이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빈집 예술공간은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여주시민이 언제라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율적인 문화 활동의 커뮤니티 공간이며,
생활문화의 형성과 확산의 거점 공간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빈집 예술공간 소개 글 중
화촌 이의열 작가 약력
제2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입선
2023 여주 아트뮤지엄 려 연말 특별 아트페스티벌전
2023 여주민족예술제 여강의 바람 빛과 노래전
제4회 수묵화동아리 묵지파 회원전
제1회, 2회 지역예술인이 시민과 함께하는 동서남북 순회전
제3회 수묵화동아리 묵지파 회원전
2022 여주민족예술제 여강의 바람 빛과 노래전
제2회 수묵화동아리 묵지파 회원전
2021 여주민족예술제 여강의 바람 빛과 노래전
(사)경기민예총 여주지부 시각예술위원회 회원
- #여주시민기자단
- #화촌
- #이의열
- #수묵화
- #여주
- #빈집
- #예술공간
-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