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블로그 기자단 이난희


선생님이나 강의, 수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주도적으로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독학이라고 하는데요. 책, 인터넷 자료, 실습, 경험을 이용해서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거나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죠.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공부해 나가는 것인데요. 웬만한 의지 가지고는 이루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독학으로 예술의 길을 걸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화가가 있는데요. 장-마리 해슬리입니다.

장-마리 해슬리의 1주기 추모전시 <장-마리 해슬리, 별이 되다>가 더스페이스 138에서 열리고 있어 찾아가 보았습니다.

장-마리 해슬리의 1주기 추모전시

<장-마리 해슬리: 별이 되다>

장소: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성대로 138(더스페이스 138)

전시 기간: 2024.11.26.(화)~2025.6.30.(월)

전시 시간: 평일 09:00~17:00 (주말, 공휴일 휴관)

입장료: 무료

✔ 전화: 02-405-1370


JS CORP 약진통상 건물 1층이 더스페이스 138 갤러리인데요. 주말에는 휴관이라 평일에 방문해야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부터 장-마리 해슬리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요. 정문 입구에서는 1982년 작품인 우주 II 후문 입구에서는 파편들(1999년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우주II 작품은 1980년대의 <우주(Cosmos)>연작으로 화가의 대표작들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2022년 11월에 더스페이스 138이 개관했을 때 개관전으로 개최했던 < 장-마리 해슬리: 뜨겁고 단단한>을 전시했었다고 하는데요.

장-마리 해슬리가 작년 4월 15일에 85세로 세상을 떠나 그를 기억하며 <장-마리 해슬리: 별이 되다> 전을 추모전시로 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 장-마리 해슬리는 어떤 화가인가?

프랑스 출신의 미국인 화가 장-마리 해슬리(Jean-Marie Haessle, 1939~2024)는 광산 지역인 프랑스 동부, 알자스 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치고 14세부터 컴컴한 갱도를 드나드는 광부의 삶을 살았답니다. 광부 생활 5년째에 접어들던 1958년, 알 수 없는 병으로 투병 생활하던 중 형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 “반 고흐의 생애”를 통해서 예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요. 이 책은 그에게 감명을 주었고 몇 점의 연필 드로잉도 그리게 되었는데요. 전시된 작품 중에도 연필 드로잉 작품이 있어 광부에서 화가로의 극적인 인생행로의 전환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고흐와의 만남은 1960년 군 입대 후 휴가 중에 들른 뮌헨의 현대미술관인 ‘노이에 피나코텍’에서 실물로 처음 마주한 ‘해바라기가 있는 풍경(1888)’이었다고 하는데요. 반 고흐와의 첫 만남과 재회는 장-마리 해슬리가 예술을 시작하고 자신의 예술 생애 내내 반 고흐의 표현주의적 미학의 탐구 태도를 함께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세잔, 고흐, 고갱 등의 작품을 모사하며 그림을 독학으로 익혔고, 파리에서 생명화 수업에도 참여했는데요. 1967년 해슬리는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여 예술 활동을 이어갔다고 해요.

그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쳤는데요. 한국에서도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현재에도 다양한 갤러리와 경매에서 만나볼 수 있답니다.


■이번 전시 <장-마리 해슬리; 별이 되다>전에 대해서

3년 전의 초대 개관전이 기운생동하는 필획, 라틴적 색채 감각의 에너지로 가득했다면, 이번 전시는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던 삶의 여정 순간순간들을 화가 장-마리 해슬리가 어떻게 예술로 초극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해요. 드로잉, 회화, 조각 등 48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는데요. 이제는 작품으로만 만날 수 있는 장-마리 해슬리의 예술세계로 떠나 보겠습니다.

문짝 위에 유채로 그린 그림들이 가득한 작품 <회화 습작(1958)>은 대가들의 작품들을 독학하여 모작한 문짝 그림입니다. 고흐의 그림 풍과 닮은 듯합니다.

<장-마리 해슬리 기계 설계 도면들, 1960년대>는 1960년대 그가 설계한 여러 프로젝트들 중 일부입니다. 장-마리 해슬리는 긴 시간 투병생활로 갱도일 대신 광산 장비 설계 훈련을 받았는데요. 그때 습득한 제도술 덕분에 그는 건축설계사무실 등에서 일하며 파리, 뉴욕으로 진출하여 화가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고 해요.


장-마리 해슬리의 절필작과 친구들의 작품도 전시되었는데요. 평소 병약했던 장-마리 해슬리는 2022년 초봄 전시 준비로 인한 과로로 입원한 이래 2024년 4월 15일 세상을 뜨기까지 자주 병상 신세를 졌다고 하는데요. 작고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시된 절필작들은 2023~2024에 그린 그림 중 일부라고 합니다. 그의 순도 높은 색채감각이 붓 터치들, 노란색 등 원색 색 면이나 구성과 어우러져 더욱 두드러진 작품이라고 해요. 화가의 길을 걸으며 벽에 부딪힐 때마다 귀환하던 화가 자신의 출발점인 반 고흐의 그림들을 다시 소환하는 듯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화가가 간직해온 부인 루시엔느 와인버거의 작품, 친구 아르망(1928~2005), 베르나르 브네(1941~) 등 뉴욕 소호에서 동반했던 작가들의 소품 몇 점도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장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은 <염소자리 I(1984-1988), 염소자리II(1987)>입니다. <염소자리II>의 경우 반 고흐의 밤 풍경 그림 가운데 ‘별이 빛나는 밤(1889)’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라는데요. 소용돌이치는 선들이 표현되어 있는 것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1967년 뉴욕으로 이주해 본격 독학의 길을 걸었던 화가는 뉴욕 생활 초기 10년간은 기하적인 뉴욕 미술의 트렌드를 좇았다고 하는데요. 1980년대는 다시 고흐 정신으로 귀환한 작품들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예술가의 길로 인도했던 고흐 정신을 표방한 화가의 작품답습니다.

<호수(2008)>은 캔버스에 유화로 채색한 작품인데요. 자유분방한 필치와 원시적인 색채가 호수에 비치는 반짝이는 빛 같기도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질서 속에도 하나의 질서가 이루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입니다.

<하얀 원(1991)>, <부유하는(1999)>, <카발라I(1991)>, <아르카디아 II(1994)>는 199년대의 인체 및 알파벳 모티브 작품들인데요. 이 시기의 해슬리에게 간절했던 것은 ‘타인과의 소통’이었다고 해요. 그의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작업들은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줬지만, 대중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었답니다. 이때 해슬리의 눈에 꽂힌 건 인간의 신체였다고 하는데요. 주관적인 감정을 절제하고 소통이라는 정교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작업한 작품들이라고 해요.


연필 드로잉 한 작품 9점은 광부에서 화가로의 인생행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그림답게 무언가 몰아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는데요. 아마도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예술에 대한 갈망이 아니었을까 나름대로 해석해 봅니다.

그칠 줄 모르는 예술의욕이 낳은 회오리치는 필획들, 순도 높은 색가나 마티에르(질감)로 살갗을 파고드는 에너지, 표현적이면서도 구성적인 균형을 조금도 흐트러뜨리지 않은 장-마리 해슬리의 조형 언어들을 다 감상해 볼 수 있다는 전시 평처럼 장-마리 해슬리 화가는 작품을 통해 감성적 축복을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광부와 예술가의 경계를 넘나든 장-마리 해슬러는 스스로 빛을 찾는 별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는데요. 그의 치열한 삶과 빛나는 예술은 이제 별빛이 되어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머물 것입니다.

※ 본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송파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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